“가뜩이나 재정난인데…” 구·군, 시비 보조금 상한 신설 ‘난색’
부산시 보조금 개정안 입법예고
최대 50~70% 비율로 제한
복지관 운영 등 추가 부담 예고
구·군협, 지난달 상한 폐지 요청
시 “초과 지원 예외 조항 있어”
부산지역 구·군이 각종 사업을 추진할 때 지원받을 수 있는 시비 보조금의 상한율 신설이 추진되면서 일선 지자체가 난색을 표한다. 가뜩이나 넉넉지 않은 재정 상황에서 예산 부담이 늘어난다는 우려 때문이다. 부산시는 합리적인 예산 지원 기준 마련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31일 부산시에 따르면 ‘부산광역시 지방보조금 관리 조례’ 전면 개정안이 지난달 27일 입법예고됐다. 주된 개정 내용은 구·군이 부산시의 예산 지원을 받아 추진하는 지방보조사업에 적용되는 ‘기준보조율’이 신설된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각 지자체가 부산시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는 보조금의 최대 비율이 사업 분야에 따라 전체 예산의 50~70%로 제한된다. 부산시는 앞서 4월에도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6월 부산시의회에서 보류돼 다시 개정 절차를 밟고 있는 만큼 다음 시의회 회기에서는 개정안이 무난하게 통과될 것으로 전망한다.
지방보조사업에는 장애인 복지관 운영 지원, 노인 일자리 사업 등 복지 사업은 물론 길고양이 중성화 사업, 도심 갈맷길 조성 사업 등 다양한 영역의 사업이 포함된다. 사업을 추진하려는 구·군이 예산과 부담 비율을 산정한 뒤 부산시와 협의를 거쳐 실제 예산 지원 비율이 결정되는 방식으로, 100% 시비 지원도 가능했다.
일선 구·군에서는 조례가 개정되면 구·군이 지출해야 하는 몫이 커져 재정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우려한다. 동래구청 기획감사실 관계자는 “조례가 개정되면 올해 기준으로 158개 사업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데 약 70억~186억 원의 구비가 더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해운대구청도 사회복지관 운영 지원, 시니어클럽 운영지원 등 4개 사업에서 8억 4000여 만 원 가까이 구비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밖에도 기장군, 금정구, 남구 등이 개정안의 영향으로 각종 사업에서 시비 지원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재정자립도가 낮고 복지 지출이 많은 구·군은 재정 압박이 더 크다. 사상구청 기획감사실 유승현 실장은 “예외 조항이 있다고는 하지만 정해진 기준보조율이 있기 때문에 지자체 입장에서는 협상에 부담을 느낄 것”이라며 “보조율 상한을 없애고 협의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도구청 기획감사과 관계자도 “일률적으로 시비 지원 비율을 줄이면 지자체마다 재정 여건이 다르기 때문에 특정 구가 체감하는 부담이 특히 커진다”며 “노인 인구 비율이 높은 우리 구는 관련 사업에 예산 압박이 클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와 같은 이유로 부산시 구청장·군수협의회는 지난달 14일 정기총회에서 부산시에 기준보조율 상한을 폐지해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부산시는 기존에 ‘지방재정법’에 포함돼 있던 지방보조금 관리 규정이 ‘지방자치단체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로 따로 제정되면서 지방보조금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조례에 위임된 기준보조율 등을 규정하기 위해 개정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대구시 등도 조례를 이미 개정했다.
부산시 재정혁신담당관실 관계자는 “시 재정 상황과 기존 지방보조 사업의 보조율 현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원칙을 설정했다”며 “합리적인 근거와 명분이 있다면 협의를 통해 기준보조율을 초과하는 지원을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조항도 있기 때문에 실제 구·군의 부담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