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 디자인상 받은 ‘브리즈’ 인기… 세계적 브랜드 꿈꿔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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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 부산 스타트업] 로핏스튜디오

부산 사상구 감전동 부산경제진흥원 첨단실발융합허브센터에서 로핏스튜디오 심영주 대표가 직접 개발한 ‘브리즈’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부산 사상구 감전동 부산경제진흥원 첨단실발융합허브센터에서 로핏스튜디오 심영주 대표가 직접 개발한 ‘브리즈’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제품에서 디자인이 차지하는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여전히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도 중요하지만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를 무시할 수 없는 세상이다. 디자인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패션 업계는 대표적으로 ‘가성비’와 ‘가심비’가 모두 중요한 시장이다. 오랜 노하우를 쏟아 ‘가성비’와 ‘가심비’를 모두 사로잡은 신발을 내놓은 부산 스타트업이 있다. 부산의 ‘룰루레몬’을 꿈꾸는 로핏스튜디오다.


신발 디자이너 출신 심영주 대표

20여 년 경험·오랜 연구로 제품화

웨이브 폼 시리즈도 내놓을 계획

의류·액세서리 분야 진출 목표도


■여성용 애슬레저 슈즈 ‘브리즈’

창업한 지 1년이 조금 넘은 회사 제품이 지난해 산업자원통상부가 주최하고 한국디자인진흥원이 주관하는 ‘2021 굿 디자인(우수디자인)’상을 수상하며 화제를 모았다. 로핏스튜디오의 ‘브리즈(Breeze)’다. 여성용 초경량 러닝화로 흔히 애슬레저 슈즈라고 부르는 신발이다. 애슬레저란 애슬레틱과 레저를 합한 말로 가벼운 스포츠웨어를 뜻한다.

산들바람이라는 뜻의 ‘브리즈’라는 이름에 걸맞게 이 신발은 197g대로 가볍다. 산업 디자인 중에서도 신발 디자인을 전공하고 신발과 패션을 아우르는 애슬레저 브랜드에서 오랫동안 일해온 심영주(45) 대표의 노하우가 집적된 신발이다.

“여전히 신발산업이 강세였던 90년대에 부산에서 대학을 다니면서 신발 디자인에 눈을 떴습니다. 신발 디자인 수업이 막 생겨서 제가 신발 디자인 1기였죠. 자연스레 신발 디자인 연구소에 입사한 이후 지금까지 신발을 만드는 회사에서 일해왔네요. ‘브리즈’는 20여 년의 경험이 담긴 신발입니다.”

심 대표는 부산에서 신발 디자인을 전문적으로 하는 디자인 연구소에 입사한 것을 시작으로 이랜드, 데상트 등을 거치며 경력을 쌓았다. 신발 디자인뿐만 아니라 연구·개발, 기획까지 두루 경험했다. 그때의 경험으로 제품이 오랫동안 사랑받기 위해서는 디자인만큼 기능도 충실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글로벌 브랜드일수록 연구·개발에 엄청난 노력을 쏟아붓습니다. 우리가 지금 흔히 보는 니트 러닝화도 한 글로벌 스포츠웨어 브랜드가 오랫동안 연구 끝에 내놓은 제품이고요. 그래서 ‘브리즈’ 역시 라스트(신발골)를 5번이나 제작할 정도로 최적의 러닝화를 만들기 위해 공을 들였습니다.”


■디자인으로 눈길 사로잡다

‘브리즈’는 지난해 8월 출시했다. 제품 출시 전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와디즈’로부터 펀딩 제안을 먼저 받았다. 심 대표는 “아무래도 제가 여성용 애슬레저화를 주로 만들다 보니 디자인이 꽤 괜찮게 나왔다고 평가한 것 같다”면서 “지난해 6월 와디즈를 통해 제품을 먼저 선보였고 펀딩 목표액의 650%를 달성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일반적인 브랜드 출시와는 궤를 벗어난 비수기에 제품을 런칭했다. 보통 신발이나 패션 브랜드는 신상품을 봄놀이 가기 전 4~5월에 출시한다. 하지만 ‘브리즈’는 공식적으로 8월 출시했고, 하반기에 굿 디자인상을 받았다.

제품 개발에 1년 이상 걸린 것도 한몫했다. 보통 신발 전체에는 잘 사용하지 않는 반투명 모노 메시 소재를 사용했다. 투명한 소재라 발이 비치지만 그만큼 시원하다. 발을 받치는 바닥 폼 역시 로핏스튜디오만의 폼을 개발했다. ‘웨이브 폼’이라 이름 붙였다. 파도가 치면 포말이 일어나듯 쿠션감을 포말로 표현했다.

“디자인 기조를 ‘코드 웨이브’로 잡았습니다. 지금은 ‘브리즈’ 밖에 없지만 앞으로 코드 웨이브 2.0, 코드 웨이브 3.0으로 계속 진화하는 웨이브 폼 시리즈를 선보이려고 합니다. 디자인은 기본이고요, 신발의 기능성 연구를 통해 계속해서 더 나은 러닝화를 차례로 내놓을 생각입니다.”

로핏스튜디오의 독특한 색감은 업계에서 화제가 됐다. 지난해 와디즈에서 중저가 신발 브랜드 ‘벨롭’과 로핏스튜디오가 손을 잡았다. 기존 벨롭의 제품에 로핏스튜디오의 색깔 디자인을 더해 펀딩한 결과 약 8000만 원의 매출을 올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부산의 ‘룰루레몬’ 꿈꾸다

캐나다에서 출발한 애슬레저 브랜드 ‘룰루레몬’은 요가, 러닝 같은 일상적인 운동을 즐기는 현대인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세계적인 브랜드가 됐다. 로핏스튜디오 역시 룰루레몬처럼 여성 애슬레저 제품의 선두를 꿈꾼다.

아직 디자이너 3명으로 구성된 작은 스타트업이지만, 부산의 룰루레몬이 되겠다는 목표를 향해 연구·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디자인 연구소 개소도 준비 중이다. 로핏스튜디오는 영역 확장을 위해 ‘브리즈’ 런칭에 만족하지 않고 속속 새로운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곧 슬리퍼 출시를 앞두고 있고 하반기에는 니트 러닝화를 출시할 계획이다.

“지난해 벨롭과의 컬래버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우리 제품을 선보이는 것과 동시에 컬래버를 통해 우리 브랜드를 알리는 것의 중요성을 깨달았거든요. 작은 회사다 보니 마케팅이 어려운데 디자인위크 같은 행사에 꾸준히 참여하고 다른 회사와 컬래버를 통해 자연스레 마케팅하고 있습니다.”

로핏스튜디오는 현재 부산 사상구 감전동 부산경제진흥원 첨단신발융합허브센터에 입주한 상태다. 부산의 다른 유망한 신발 스타트업 9곳과 함께 부산 신발의 미래를 꿈꾼다. 현재 수영구 망미동 비콘그라운드에서 쇼룸을 운영하고, 온라인에서는 자사몰,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통해 고객과 만나고 있다.

“출발은 신발로 했지만 신발을 중심으로하면서도 앞으로 의류나 액세서리로 넓혀갈 계획입니다. 아직 작은 브랜드지만 우리 제품을 경험한 사람들이 팬이 되면 언젠가는 가능하지 않을까요. 부산의 ‘룰루레몬’ 같은 브랜드로 꼭 성장하고 싶습니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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