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상 최악 낙동강 녹조, 손 놓은 부산 식수원 대책
전례 없는 지표 상수원 오염 악화 우려
천재지변 치부 더 이상의 방치는 안 돼
최근 부산 식수원인 낙동강 물금·매리 지역에 녹조 발생이 늘어나고 있다는 우울한 뉴스가 다시 고개를 든다. 〈부산일보〉 보도에 따르면, 6월 이 지역에서 검출된 유해 남조류 세포 수(cells/mL)가 평균 4만 5033개였지만 7월 중순부터 10만 개를 넘는 수준으로 폭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마지막 조사가 이뤄진 7월 25일에는 14만 개가 넘는 세포 수가 검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불과 한 달 전, 낙동강 상·하류에 걸쳐 녹조 경고등이 켜진 바 있었는데 상수도원인 물금·매리 지역은 어찌 된 영문인지 나아지기는커녕 악화 일로를 걷고 있는 것이다. 무자비한 더위와 당국의 무대책이 겹치면서 식수원 일대가 사상 최악의 녹조로 오염되는 건 아닌지 실로 걱정스럽다.
낙동강 상수원 전체를 따져 봐도 유해 남조류 세포 수가 이렇게나 많이 검출된 건 물금·매리가 첫 사례라고 한다. 유해 남조류 세포가 두 차례 연속 10만 개 넘게 검출되거나 14만 개를 돌파한 건 녹조 조사 기준을 정비한 2016년 이후 처음이고, 낙동강 상수원 구역 통틀어서 최대 발생량이라는 뜻이다. 녹조류 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 검출 수치도 7월 25일 3.5㎍/L까지 치솟았는데, 환경부 기준치(1㎍/L)를 3배 이상 뛰어넘는 것은 물론 2013년 조사가 시작된 이래로 낙동강 상수원 검출량 역대 최대치에 해당한다. 불과 한두 달 사이에 벌어진 이례적이고 심각한 상황 앞에서 시민들의 불안감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물론 녹조 현상은 무더위와 맞물릴 때 더욱 심각해질 가능성이 높은 자연현상의 하나일 수 있다. 해마다 반복되는 녹조를 해결할 방책이 달리 없는 힘겨운 현실이 그런 딜레마를 방증한다. 그렇다고 마냥 천재지변처럼 방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보 수문을 개방하고 낙동강 원수 관리 등 녹조 대책을 마련하라는 시민단체들의 주장이 결코 허투루 들리지 않는 이유다. 다시 강조하지만, 상수원 지역까지 녹조가 대규모로 침범하고 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심각하게 다가온다. 보가 있는 지역을 넘어 부산 시민에게도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는 점에서 대단히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주지하다시피, 낙동강 수질은 부울경 주민들의 식수, 종국에는 목숨과 직결된 문제다. 깨끗하고 안전한 식수가 없어서 언제까지 불안에 떨며 살아야 하는지 지역민들의 가슴은 답답하기 그지없다. 우리는 얼마 전에도 식수 확보 대책이 무엇인지 새로 들어선 정부에게 답답한 현실을 호소한 바 있다. 대체 언제까지 식수 대책을 외면할 것인지, 근본 해결책을 어떻게 마련할지 질문을 던진 것도 그런 맥락이다. 요사이 정부와 집권여당에 대한 국민 여론이 좋지 않은 국면으로 치닫는데, 물 문제 역시 피해 갈 수 없는 사안이다. 이번에야말로 깨끗하고 안전한 식수를 원하는 시민들에게 제대로 답하는 자세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