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자로 휘고, 나오자마자 횡단보도… 문전지하차도 ‘위험천만’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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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개통 전포→문현동 지하도

곡선 도로에 출구 바로 앞 신호

사고 위험 높고 교통 흐름 막아

동서고가 기둥 피해 설계한 탓

횡단보도 이설에 상인 반대도


부산 부산진구 전포동과 남구 문현동을 연결하는 문전지하차도가 1일 오전 정식 개통했다. 지하차도를 통과한 차량들이 문현동 출구를 나오자마자 횡단보도 신호에 걸려 길게 늘어서 있다. 정종회 기자 jjh@ 부산 부산진구 전포동과 남구 문현동을 연결하는 문전지하차도가 1일 오전 정식 개통했다. 지하차도를 통과한 차량들이 문현동 출구를 나오자마자 횡단보도 신호에 걸려 길게 늘어서 있다. 정종회 기자 jjh@

부산 문전교차로 지하를 관통하는 문전지하차도가 개통됐지만 반응이 신통치 않다. 문전지하차도는 왼쪽으로 크게 휘었다가 출구쯤에서 다시 오른쪽으로 미세하게 굽는 곡선 도로인 데다 출구 바로 앞에 횡단보도가 있어 사고 위험이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부산시는 부산진구 전포동과 남구 문현동을 잇는 문전지하차도가 1일 정식 개통됐다고 밝혔다. 문전지하차도는 전포동에서 진입해 문현동으로 진출하는 총길이 436m, 편도 2차로 지하차도로 건설에 국·시비 282억 원이 투입됐다.

한 달 전 임시개통 때부터 지하차도를 달려 본 시민들은 대체로 "도로를 왜 이렇게 만들었느냐"는 반응을 보인다. 실제로 지하차도를 운전해 보면, 도로가 왼쪽으로 크게 굽었다가 다시 오른쪽으로 미세하게 휘는 약한 ‘S자’ 곡선 형태를 띠는 데다, 지하차도 출구에서 매우 가까운 지점에 횡단보도가 있다.


시민들은 곡선 구간에서 횡단보도 신호등을 볼 수 없어 사고가 날 가능성이 높다고 불만스러워한다. 또 출구 부근에서 신호를 받아 기다리는 차량들 때문에 지하차도 개설 목적인 교통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효과도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한 시민은 “초행길인 운전자는 앞 도로 상황이 어떨지 모르는 곡선 지하차도를 달리다가, 지상으로 올라오자마자 나타나는 횡단보도에 놀라 급정거를 할 수도 있다”며 “이 지하차도가 안전한 도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지하차도 출구와 거의 붙어 있다시피 한 횡단보도는 앞서 위험성이 예측되기도 했다. 그러나 인근 상인 등의 반대로 지하차도 출구 지점과 완전히 떨어진 곳으로 횡단보도를 옮기는 방안이 무산됐다. 당초 부산시는 지하차도 출구 부분과 맞닿은 횡단보도를 멀리 옮기려고 했지만, 지금은 당초 횡단보도 위치에서 겨우 5m 옮겨진 상태다.

부산경찰청 교통안전시설심의위원회는 지난해 10월 횡단보도 이설 여부를 두고 지하차도 출구부와 횡단보도가 가까워 사고 위험이 있다며 ‘보류’ 결정을 내렸다. 이후 11월 심의위는 재심의를 열고 인근 지역 주민의 의견 등을 반영해 안전장치를 충분히 설치하는 것을 조건으로 횡단보도를 5m가량 문현동 방향으로 옮기는 안을 가결했다.

S자 곡선 형태의 설계에 대해 부산시는 문전교차로 지하 구간을 지나가는 부산도시철도나 다른 시설물 기초를 건드리지 않도록 설계하다 보니 불가피하게 지금의 모습이 됐다고 설명한다. 부산도시철도 2호선 위에 문전지하차도를 짓되 지하까지 깊게 박혀 있는 동서고가도로 기둥을 피하는 방향으로 설계했다는 것이다. 부산시 건설본부 관계자는 “지하차도가 곡선으로 지어진 가장 큰 원인은 문전교차로 도로 노선 자체가 곡선이기 때문이다”며 “또 지하에 깊게 박힌 동서고가도로 기둥 기초를 피하면서 설계하다 보니 다소 굽은 형태의 도로가 됐다”고 설명했다.

도로교통공단 최재원 교수는 "주민 입장도 고려해야 하겠지만 지하차도를 나오자마자 횡단보도가 있으면 당연히 교통사고 위험이 있다"면서 "지하차도 출구 바로 앞에 횡단보도가 있는 상황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교통안전시설심의위 결정에 따라 지하차도에 속도위반 단속 카메라, 투광기, 점멸신호기, LED 횡단보도 예고 표지판, 과속방지시설 등을 보강했다”며 “앞으로 위험 요소가 추가로 확인되면 신속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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