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부산 식수원 물금·매리, 역대 최악 녹조 ‘범벅’
환경부 유해 남조류 세포 수 조사
4차례 모두 10만 개 넘게 나와
낙동강 전체 상수원 중 가장 많아
독성 물질도 기준치 3배나 검출
부산 시민 먹는 물 불안감 증폭
부산의 식수원이 대규모 녹조로 매우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물금·매리 지역에 낙동강 전체 상수원 구역의 역대 최대치 녹조 발생량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남조류가 번식하면서, 기준치 3배가 넘는 녹조 독성물질이 검출되는 등 식수 불안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1일 환경부 등에 따르면 지난달 부산 식수원인 물금·매리 지점에 대한 최근 4차례 조사에서 유해 남조류 세포 수(cells/mL)가 모두 10만 개를 넘었다. 지난달 물금·매리 지점의 mL당 남조류 세포 수는 △14일 13만 1060개 △19일 11만 4062개 △21일 10만 9055개 △25일 14만 4450개다. 이는 물금·매리 지역에 대한 환경부 녹조 조사가 시작된 2020년 이후 최대 수치다. 2020년 최대 검출량은 9017개, 지난해는 5만 4833개에 불과했다. 올 6월 중순부터 물금·매리 지역 조류 경보는 ‘관심’에서 ‘경계’로 강화됐다.
낙동강 상수원 구역 전체에서도 이 정도 규모의 녹조 발생은 전례가 없다. 환경부는 녹조 발생이 잦은 보 지역을 ‘조류 관찰 지점’으로, 식수원 등과 가까운 대표 상수원 지역을 ‘조류 경보 지점’으로 지정해 남조류 세포 수를 조사하고 있다. 낙동강 본류에는 물금·매리 외에 경북 해평, 강정·고령과 경남 칠서 등이 조류 경보 지점에 포함돼 있다. 이들 지역 역시 현재 모두 조류 경보가 발령돼 있으나, 지난달 말 기준 mL당 남조류 세포 수는 9000~4만여 개에 불과하다. 녹조 발생 정도가 심각한 수준이지만, 물금·매리 지역보단 상황이 나은 셈이다.
또 조류 경보 발령 지표가 개선된 2016년부터 낙동강 상수원 지역 전체에서 남조류 세포 수가 14만 개를 넘거나, 2회 연속 10만 개 이상이 나온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매년 19개 안팎의 지점에서 각각 50여 차례 조사가 이뤄지지만, 지난해까지 세포 수가 10만 개를 넘긴 결과는 단 세 차례밖에 없었다. 그만큼 올여름 물금·매리 상황이 매우 이례적이고 심각하다는 의미로, 기후변화에 따른 고온 현상과 적은 강수량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녹조 급증으로 남조류가 뿜어내는 독성 물질의 비중도 크게 늘었다. 지난달부터 낙동강 본류 4개 상수원 지역 모두에서 맹독성 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되고 있다. 물금·매리 지역은 올 6월 23일 0.8μg/L를 시작으로 마이크로시스틴 검출량이 점차 늘면서 지난달 25일 3.5μg/L까지 치솟았다.
이는 2013년 마이크로시스틴이 감시 항목으로 지정되면서 조사가 시작된 이후 낙동강 내 상수원 구역에서 검출된 가장 많은 양이다. 환경부 기준치 1μg/L의 3배를 훌쩍 넘긴 수준이기도 하다. 관련 기관들은 마이크로시스틴이 정수 과정에서 대부분 제거되기 때문에 식수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최근 낙동강 하류 재배 쌀과 대구 수돗물 등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나왔다는 논란이 발생하는 등 먹는 물에 대한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낙동강네트워크 강호열 공동대표는 “상수원 지역까지 녹조가 대규모로 침범하고 있다는 건 녹조 문제가 보 지역을 넘어 부산시민에게도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는 의미”라며 “낙동강 물을 쓰는 모든 활동이 녹조 독소에 노출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