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도 ‘구독 경제’ 시대…고객 반응은 아직 “글쎄”
차량 이용부터 편의 기능·배터리까지
제조사 새 수익원 ‘구독 서비스’ 확대
현대차, 전기차 충전 요금제 상품 출시
국내 소비자들 추가 비용 부담에 반감
해외 구독서비스 업체도 한국선 소극적
BMW 열선 시트 구독 공지했다 삭제
다양한 분야에서 ‘구독 경제’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자동차 시장에서도 구독서비스를 도입하는 곳이 늘고 있다. 구독서비스 시장은 단순한 차량 이용에서부터 안전·편의기능, 전기차 배터리까지 갈수록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구독서비스 도입은 자동차 제조사들이 시장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따른 새 수익원 창출 차원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소비자들 입장에선 최근 차값과 유가 인상에 또다른 부담이 생기기 때문에 반감이 적지않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 업체와 수입차 업체 가운데 구독서비스를 도입한 곳은 대략 10곳 안팎으로 집계된다.
자동차 구독서비스는 글로벌 시장에선 약 5년 전부터 BMW, 포드 등 해외 완성차들이 내놓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도 현재 현대차그룹(현대차, 기아, 제네시스)과 르노코리아차, BMW, 미니, 메르세데스-벤츠 등에서 이를 실시하고 있다.
구독서비스 대상은 일정액을 내고 다양한 차를 빌려쓰는 자동차 자체에 대한 구독에서 자동차 내의 특정 기능으로 확대해나가는 추세다. 내비게이션, 원격주차지원, 반자율주행 기능 등의 자동차 편의 사양을 연·월 단위로 돈을 받고 정기적으로 서비스하는 식이다.
업계에선 무선통신으로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는 ‘OTA’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관련 서비스 모델이 차츰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5월 구독형 전기차 충전 요금제 상품 ‘럭키패스 H’를 선보였다. 럭키패스 H는 가입 고객이 매달 일정 비용을 내면 약정한 충전량 한도 내에서 충전 요금을 최대 50% 할인받을 수 있다.
전기차 배터리도 조만간 구독서비스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정부에서 자동차 등록원부에 자동차 소유자와 배터리 소유자를 따로 기재하는 식으로 배터리를 관련 규제를 개선했다. 이에 따라 많게는 차값의 절반에 달하는 배터리 가격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테크내비오는 전세계 자동차 구독 시장이 내년까지 약 9조 원 규모로 60% 이상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자동차연구원 장대석 선임연구원은 “향후 자율주행, 커넥티비티 기술이 고도화되면 콘텐츠는 시장규모가 더 큰 동영상, 비디오게임 등으로 확대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아 해외에서 구독서비스를 실시하는 업체들도 국내에선 아직 도입 계획이 없는 곳도 있다. 국내에서 이미 시행중인 업체들도 광범위한 구독서비스 실시에는 다소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GM은 내년에 출시할 반자율주행 시스템 ‘울트라 크루즈’를 구독서비스로 출시할 계획이라고 지난해 발표했지만 한국지엠은 아직 도입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지엠 측은 “국내 소비자들이 아직 차량을 소유개념으로 생각하고 있어 쉽게 들여오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볼보는 레벨3 수준의 자율주행 기능을 제공하는 ‘라이드 파일럿’ 서비스의 안전성을 검증한 후, 차세대 순수 전기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부터 기능 구독서비스로 출시할 예정이다. 하지만 볼보차코리아는 당분간 도입계획이 없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도 비슷한 상황이다.
이미 도입한 곳들도 구독서비스 확대에는 몸을 사리고 있다.
벤츠코리아는 디지털 플랫폼 ‘메르세데스 미’를 통해 내비게이션, 리모트파킹어시스트(원격주차지원) 등을 구독서비스에 해당하는 ‘디지털서비스상품’으로 판매하고 있다. 향후 전기차의 조수석 게임기능과 사운드도 추가할 계획이다.
하지만 독일, 이탈리아에서 시범 운영 중인 순수 전기차 ‘EQS’ 후륜조향장치 기능 구독의 경우 당분간 국내에서 도입할 계획이 없다.
BMW코리아도 최근 열선 시트 등 편의 기능에 대해 월 구독료를 적용하겠다고 공지했다가 고객 반발로 삭제하기도 했다.
장대석 선임연구원은 “향후 자동차 산업에서 기능 구독서비스를 통한 성장 전략이 점차 중요해질 것”이라면서도 “해당 서비스의 성패 여부는 서비스의 상품성, 기술 경쟁력, 소비자 수용성 등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