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태의 요가로 세상 보기] 75. 큰 것을 지키기 위해 작은 것은 버린다, 도마뱀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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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뱀 자세’는 하체의 근력을 키우는 데 효과적이다. 앞쪽 다리는 굽혀서 상체 옆에 붙이고 뒤에 있는 다리는 무릎을 바닥에 대거나 쭉 펴서 자세를 유지한다. 한 손은 바닥에 두고 반대쪽 손으로 쭉 뻗은 다리의 발등을 잡아당기며 엉덩이에 붙일 수도 있다. 시연 전서영. ‘도마뱀 자세’는 하체의 근력을 키우는 데 효과적이다. 앞쪽 다리는 굽혀서 상체 옆에 붙이고 뒤에 있는 다리는 무릎을 바닥에 대거나 쭉 펴서 자세를 유지한다. 한 손은 바닥에 두고 반대쪽 손으로 쭉 뻗은 다리의 발등을 잡아당기며 엉덩이에 붙일 수도 있다. 시연 전서영.

오래전에 재미있게 시청했던 영화 ‘미션 임파서블4’에는 주인공 톰 크루즈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있는 세계 최고층 빌딩 ‘부르즈 할리파’의 유리 벽을 스파이더맨처럼 기어 올라가는 아찔한 장면이 나온다.

어떻게 그게 가능할까? 그것은 유리에 착 달라붙는 특수 장갑을 낀 덕분이었다. 그런 영화의 상상이 현실로 다가온 듯하다. 미국 스탠퍼드대 대학원생이 ‘게코(gecko) 도마뱀’ 발바닥을 모방한 접착판을 손에 끼고 실제로 빌딩 유리벽을 타고 올라가는 데 성공했다는 기사를 접한다.

게코는 도마뱀붙이로 도마뱀의 사촌 격이다. 게코가 천장에 거꾸로 달라붙어도 떨어지지 않는 비밀은 발바닥에 있다고 한다. 게코가 벽에 붙으면 발바닥 털과 벽면 사이에 ‘반데르 발스 힘(vander waals force)’이란 것이 작용한다. 전기적으로 중성(中性)인 분자들이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을 때 서로 잡아당기는 힘이다. 액체의 응집, 접착, 물리흡착 등의 현상을 설명하는 데 필요한 본질적인 힘이다. 1910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네덜란드의 물리학자 ‘요하네스 디데릭 반데르 발스’의 이름에서 따왔다.

미국 방위 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수중 생명체를 탐지 수단으로 활용해 적을 찾는 기술 개발에 들어갔다는 소식도 접한다.

산업혁명이 일어난 뒤 총기와 기계, 전자장비가 발달하면서 전쟁터에서 모습을 감췄던 동물이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전 세계의 군 당국이 동물을 생명체 무기로 쓰는 데 관심을 가지면서다. 돌고래, 군견, 바다사자, 대왕 캥거루, 쥐, 전서구 등등이다. 심지어 딱정벌레, 거저리, 메뚜기 등 작은 곤충들도 이용 범위에 들어간다.

수년 전 이란에서는 자국의 핵시설 주변 도마뱀에 대한 경계령을 내렸다는 소식도 있었다. 미국이 도마뱀을 이용해 핵시설을 염탐할 것을 두려워해서였다. 그에 반해 동물보호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면서 전쟁에 동물을 동원하려는 시도를 반대하는 움직임도 점차 커지고 있다.

파충류는 뱀, 거북, 악어 등이 있고, 우리나라에 사는 뱀 무리는 모두 합쳐 봐야 고작 16종으로 그중에서도 뱀과(科) 11종, 도마뱀과(科) 5종이 있다. 우리나라 여름은 건조하고 겨울엔 모질게 추워서 변온동물의 서식처로는 좋지 못하다. 그래서 열대 지방에 비해 그 종(種) 수가 턱없이 빈약한 것은 물론이고 덩치는 작고 색깔도 보잘것없다.

도마뱀은 네 다리가 발달했고, 귀가 있어서 소리를 들으며, 눈꺼풀을 움직일 수 있고, 호신술로 스스로 꼬리를 자르기도 한다. 이 자절(自折)에 대한 것은 뒤에 기술하기로 한다.

한국산 도마뱀 중에서 전국적으로 가장 흔한 것이 ‘아무르장지뱀’인데 아시아 고유종으로 한국과 일본, 중국, 러시아에서 인도네시아까지 분포한다. 이것 말고도 줄장지뱀, 장지뱀, 표범 장지뱀, 도마뱀이 있고 이것들을 통틀어 보통 도마뱀이라 한다.

장지뱀이란 이름에서 장지는 긴 발가락(장지·長指)을 가졌다는 뜻이고, 또 도마뱀의 도마는 자름의 뜻이 들어 있다. 급하면 꼬리를 잘라버리고 도망치는 이 동물의 특징이 잘 나타나 있다.

생물들 중에는 자신의 재생 능력을 믿고 직접 자기 신체의 일부를 잘라내서 천적으로부터 위기를 모면하기도 한다.

스스로 자기 몸의 일부를 잘라내는 자절(自折)은 재생할 수 있기 때문에 행해지는 것이다. 자절의 영어 오토토미(autotomy)의 뿌리어는 그리스어이다, ‘스스로 절단하기’를 뜻한다. 스스로 끊어야 하기 때문에 이런 동물에게 마취를 하면 사람이 아무리 세게 잡아당겨도 자절 현상은 일어나지 않는다.

이 자절 현상은 많은 동물에게서 일어나는데, 해삼, 가재, 도마뱀, 민달팽이, 문어, 거미, 불가사리, 메뚜기, 거미 등등 200여 종의 무척추 생물들이 이런 생존 전략을 쓴다니 놀랍기만 하다.

그중 대표적인 예는, 포식자를 만날 경우 꼬리를 끊고 달아나는 일부 도마뱀에게서 볼 수 있다. 몸에서 떨어졌지만 아직 파닥거리며 꿈틀거리고 있는 꼬리에 포식자가 정신이 팔려 있을 때, 그 사이 도마뱀은 어디론가 잽싸게 도망쳐 몸을 숨긴다. 이렇듯 자신의 몸을 방어하고 보호하기 위해서 자절하는 것을 방호자절(防護自折)이라 한다.

방호자절은 천적뿐만 아니라 같은 종(種) 간의 다툼으로 서로의 꼬리를 물게 되는 상황에서도 발생한다. 도마뱀의 경우 새끼들이 먹잇감을 놓고 싸우거나 암·수컷이 짝짓기를 위해서 서로를 공격하다가 꼬리를 잘라 낼 수도 있다.

도마뱀의 자절은 척수반사에 의한 일종의 도피반사이다. 이것은 꼬리뼈 몇 군데에 미리 형성된 특정한 탈리절(脫離絶)의 탈골이며, 동시에 꼬리 괄약근을 수축하여 탈골 자리의 동맥을 꽉 눌러 출혈을 최대한 줄이는 형태도 보인다. 놀라운 생존전략이다. 이 작은 생물에게 어떻게 이런 지혜가 주어졌을까 생각하면 새삼 우주의 경이가 느껴진다. 섭리라는 말이 예사롭지 않게 들린다.

한 번만 자절하는 도마뱀이 있는가 하면, 레오파드 게코와 같이 새로 자란 꼬리가 재차 위협을 받게 되면 재생된 꼬리 전체를 또 자절하는 경우도 있다.

도마뱀 꼬리는 달리기, 몸의 균형 잡기, 나무 타기, 구애, 짝짓기, 지방 저장에 중요한 기관이다. 꼬리를 잃는다는 것은 거기에 저장해 둔 영양분을 잃는 것이지만, 그러나 자칫 통째로 목숨까지 천적에게 먹힐 뻔한 신세보다야 백번 낫지 않는가? 아직 귀하디귀한 목숨을 부지하고 있으니 말이다.

자연은 늘 자절하고 있다. 가을이 되어 낙엽이 지는 것도 그렇고, 겨울이 되면 만물의 성장 속도가 멈추는 것도 이 범주에 속한다 할 것이다.

우리 몸도 매 순간 자절하고 재생하고 있다. 머리카락이나 피부 각질, 생리혈 등을 우리는 계속해서 버리고 재생시키고 있지 않은가.

이스라엘의 와이즈만 과학연구소의 생물학자 론 센더와 론 마일로에 따르면, 매일매일 꼬박 3300억 개의 세포가 소멸과 생성을 반복하면서 그중 일부가 이상세포를 없애고 정상세포를 새롭게 나게 하는 세포자멸(apoptosis)도 크게는 자절로 볼 수 있다.

범어로 ‘웃탄 프리스타 아사나(uttan pristhasana)’를 ‘도마뱀 자세’라고 한다. 도마뱀의 형태를 닮았다 하여 붙여진 명칭이다.

앞에 다리는 굽혀서 상체 옆에 붙이고, 뒤에 있는 다리는 무릎을 바닥에 대고 하거나 쭉 편 채 자세를 유지한다. 팔꿈치를 바닥에 대거나 손을 짚고 할 수도 있다.

이 자세에서 몸통을 옆으로 숙이며 비틀기를 할 수도 있다. 또는 한 손은 바닥에 둔 채 반대쪽 손으로 쭉 뻗은 다리의 발등을 잡아당기며 엉덩이에 붙일 수 있다.

앞쪽 허벅지 쪽에 대퇴근막 장근 및 대퇴 사두근 등을 강하게 자극하게 되어 시원함이 느껴질 수도 있으며 때로는 잘 안 쓰던 근육을 자극하기 때문에 쥐가 날 수도 있다.

이 아사나는 하체의 근력을 키우는 데 효과적이다. 견갑골의 경직을 풀어주며, 특히 팔이며 어깨가 뻐근할 때 기지개를 켜듯이 할 수 있다. 고관절 및 서혜부, 골반 등을 시원하게 자극시키는 효과가 있다.

이 도마뱀 자세는 그간 살아오면서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나 자신에게 기형으로 고착된 치명적인 장애물이 무엇인지 곰곰이 살펴보게 한다. 여기서부터 회복과 재생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버림의 미학, 비움의 미학, 때로는 관계 맺기가 아닌 관계 끊기, 관계 단절까지도 생각하게 해준다. 잘못된 만남에 대한 절연(絶緣)까지도 말이다.

고인 물은 썩게 마련이다. 우물물도 자주 퍼내어 주어야 맑고 신선한 물을 얻을 수 있고 끊임없이 솟아오른다. 우리의 지식도 지혜도 부단히 새로움을 향해 갈고닦고 나아가야 하며, 새로움으로 충전하고 활용해야 녹슬지 않고 더 신선하고 더 깊어지며 더 숙성해진다는 사실을 익히 잘 알고 있다. 정체 또는 퇴보, 퇴화가 아닌 한 걸음씩 전진하며 매일매일 새롭게, 영과 육이 거듭나는 성장을 가져다주는 이치라 할까.

도마뱀의 꼬리 자르기는 작은 것을 버리고 큰 것을 가진다는, 대아(大我)를 위해 소아(小我)를 희생한다는 ‘사소취대(捨小取大)’를 생각게 한다.

‘눈물을 머금고 사랑하는 애마의 목을 벤다’는 ‘읍참마속(泣斬馬謖)’의 단계까지 확대 해석도 가능해진다.

또한 필자가 풋풋하던 시절 검도 사범으로 활동 시, 관원들에게 가끔 들려주었던 ‘육참골단(肉斬骨斷)’ ‘자신의 살을 내어주고 상대방의 뼈를 자르라’는 사자성어도 떠오른다. 미야모토 무사시의 오륜서(五倫書)에 나오는 ‘살을 베게 하고 뼈를 끊는다’라는 말로 여기서는 자신보다 강한 자를 상대할 때의 자세로 언급되고 있다.

손자병법 36계(計)의 11계(計) 적전계(敵戰計)인 ‘자두나무가 복숭아나무를 대신하여 넘어진다’는 ‘이대도강(李代桃僵)’이란 말도 떠올려진다. 작은 손해를 보는 대신 큰 승리를 거두는 전략을 말한다.

도마뱀 같은 개체가 사육장에 구조물이 부족할 때 거꾸로 매달리거나 올바르지 않은 자세로 계속 장시간 유지할 경우에 꼬리가 휘거나 골반이 틀어지는 병을, ‘플로피 테일 증후군(floppy tail syndrom)’이라 한다. 이처럼 우리도 무심히 되풀이했던 좋지 않은 생활 태도나 습관을, 그리고 원치 않는 관계의 고리를 끊을 때에도 역시 진통은 따르게 마련이다. 그래도 과감히 잘라내야 새롭게 변화될 수 있고 또한 살아남을 수 있는 여지가 생기게 된다.

역질 등으로 인해 온 나라가 많은 고통을 겪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중소기업인, 영세 소상공인들의 체감온도는 더 냉랭하다.

호랑이와 관련된 해에 호랑이를 만나 살이 갈가리 찢기는 고통을 느끼더라도, 살은 주더라도 뼈만은 지키겠다는 단호한 의지로 시련을 이겨내야겠다는 각오를 다져보게 된다.

낡고 썩고 부패했다 생각되면 아깝지만 아쉽지만 예전의 정리 정분(情理情分) 때문에 망설여지겠으나, 자르고 내칠 때는 과감하게 결단하고 실행에 옮겨야 됨을, 자칫 우물쭈물 망설이고 주춤거리다가는 타이밍을 놓쳐 포식자들에게 온전히 자신의 온 목숨을 내주게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면 뭘 못하겠는가?

특히 작금의 시국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사태들을 떠올리면 더욱 도마뱀의 이 자절(自折)이란 행위가 오버랩되어 다가온다.

세상에 태어난 모든 이에게 근심·걱정·고통이 없는 삶이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숙명과도 같은 것일 게다. 살아가면서 상처를 입고 나면 예전과 똑같을 수는 없겠지만, 도마뱀의 새로운 꼬리처럼, 그걸 이겨내야 그나마 내가 살아남고, 내가 생존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험한 세상 속에서 스스로를 옹골지게 지키면서 살아가는 작은 전사(戰士), 리틀 히어로 장지 도마뱀처럼 오늘도 굳건히 땅을 딛고 치열하게 살아야겠다는 의지를 도마뱀 자세를 통하여 불태워 본다.

“자, 이제부터 좌절(挫折)이 아닌 자절(自折)을 생각할 시간이다.”


[도마뱀 자세/ 최진태]

유리벽에 달라붙어 이동하는 영화 장면/현실이 되었구나 그대에게 한 수 배움/지구상 존재하는 것 그 모두가 공동체군

누구는 징그럽다 비웃지 마옵시라/작은 몸 지키려는 절체절명 방호자절/대아(大我)를 위해서란다 작은 것을 던짐은

버리고 비워야만 회복과 재생 가능/살면서 이런 이치 한 두가지 보고 듣나/컴퓨터며 우물물까지 그 좋은 예 아닌가

잘못된 습관이며 잘못 얽힌 인연일랑/과감히 떨치소서 단호하게 내치소서/정녕코 더 귀한 것을 위한다면 말이죠

작은 것에 연연않고 후일을 도모하는/그대의 지혜로움 그대의 생존수단/자연의 적자생존 틀 비장함도 느껴진다

살면서 상처없는 삶이란게 존재할까/그 상처 이겨내야 새로움도 돋는지라/그대의 새로난 꼬리 예사롭게 안보인다

스스로를 지켜내며 생존하는 작은 전사/그대를 바라보며 생의 의지 불태운다/굳건히 땅을 딛고서 살아가리 다짐하며

앞다리 구부리고 뒷다리 곧게 편채/양손은 바닥 짚고 때로는 발등 당기니/자절(自折)하는 도마뱀께서 좌절(挫折)마라 외치는 듯



최진태 부산요가지도자교육센터(부산요가명상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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