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옮기면 학교 소멸” vs “옮기면 지역 소멸”…부산남고 또 이전 논란
영도서 강서로 학교 이전 추진
2년 전 주민 반대로 잠정 중단
시교육청 “과소·과밀 학급 해소”
교육부 심사 준비 등 재추진
지역 주민 “교육 생태계 붕괴”
10일 이전 반대 공론장 개최
지역 주민 반대로 중단됐던 부산 영도구 부산남고 이전 사업을 부산시교육청이 재추진하면서 지역 여론이 양분되고 있다. 2년 전 지역 정치권까지 가세해 뜨거운 쟁점으로 떠올랐던 부산남고 이전 문제에 다시 논란의 불씨가 지펴지고 있는 셈이다.
7일 부산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달 시교육청 관계자들이 부산남고 학부모 대표와 운영위원, 김기재 영도구청장, 황보승희 국회의원 등을 차례로 만나 부산남고 이전 추진 배경과 계획을 설명했다. 한동안 보류됐던 부산남고 이전 사업이 사실상 재개된 것이다. 시교육청은 이달 말에도 부산남고 학년별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이전과 관련된 설명회를 열 계획이다.
시교육청은 강서구 명지동에 이미 마련된 가칭 명지1고등학교 부지로 학교를 이전해 2026년 3월 개교하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오는 10월 교육부 중앙투자심사 통과를 위한 준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중앙투자심사는 학교 이전과 필요한 예산의 타당성 등을 심의하는 과정이다. 기존 부지 활용 계획, 이전 시 학생 수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심사한다. 시교육청은 부산남고가 이전하면 기존 부지에 복합 스포츠문화센터를 조성하는 등의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시교육청은 학생 수가 너무 적어 학생들이 내신에서 불이익을 겪는다는 학부모 민원과 충분한 교사 확보가 어려운 점 등을 부산남고 이전의 핵심 사유로 든다. 과밀 학급으로 문제를 겪고 있는 명지국제신도시로 학교가 이전하면 이러한 문제들이 동시에 해소될 수 있다는 것이다. 2022학년도 기준 부산남고 1학년 학생은 5개 학급에 88명으로 학급당 학생 수는 17.6명 수준이다.
부산시교육청 지원과 관계자는 “적정 학생 수 이상을 유지해야 교육 여건이 향상될 수 있는데 현재 부산남고 학급당 학생 수는 너무 적다”며 “장기적으로 폐교될 가능성도 있는 상황에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지역 교육 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영도구 지역사회는 즉각 반발했다. 지난해까지 부산남고 이전 반대 운동을 주도해 온 시민단체 영도교육혁신운동본부는 지난 5일 시교육청의 재추진 방침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냈다. 영도교육혁신운동본부는 오는 10일 ‘부산남고 이전 추진 반대 영도주민 공론장’을 개최해 시교육청에 학교 이전 철회와 영도구 지역 교육환경 개선에 필요한 대책을 요구할 예정이다. 영도교육혁신운동본부 권혁 사무총장은 “교육부가 지역 주민의 의사와 무관하게 일방적으로 부산남고 이전을 재추진하고 있다”며 “지역 교육 환경이 나날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시교육청과 지역사회가 함께 이전이 아닌 근본적인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재 영도구청장도 “지역에 몇 안 되는 공립고등학교가 사라지면 교육 환경이 더욱 열악해질 것이기 때문에 이전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지역에서는 부산남고가 이전할 경우 영도구 발전에 큰 문제를 낳는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현재 영도구에는 영도제1재정비촉진5구역 등 재개발 사업이 활발히 추진 중이어서 향후 많은 인구 유입이 예상되는 데다 해양클러스터, 조선해양산업을 통해 고용 창출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부산남고가 이전할 경우 향후 영도구로 이주해 올 주민들은 교육 문제에 있어 더욱 큰 어려움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게 영도구 지역의 논리다.
1955년 개교한 부산남고는 영도구에서 가장 오래된 고등학교다. 하지만 지속적인 인구 감소와 맞물려 신입생 수가 줄어들면서 2019년 신입생이 101명에 불과해 폐교 위기를 맞았다. 이에 2019년 11월 부산남고총동창회가 시교육청에 학교를 이전해 달라고 요구하면서 부산남고 이전은 가시화됐다.
동창회의 반대가 걸림돌이었던 부산남고 이전 문제는 2019년 11월 동창회와 발전추진위원회가 개최한 동창회 임원회와 학교 이전 임시총회에서 참석자의 약 90%가 이전에 찬성하며 표면화됐다. 총동창회는 이전 후보지로 강서구 명지국제신도시와 기장군 일광신도시 중 명지국제신도시를 선호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시교육청은 2024년까지 명지국제신도시로 이전을 계획한 바 있다.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