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보호구역 인근까지 들개 출몰… 사하구 주민들, 불안 확산
다대동 아파트·초등학교 주변
새벽에 3~4마리 무리 지어 다녀
구청, 위탁 포획 예산 편성 불구
서식 범위·개체 수 파악 힘들어
“민원 접수 후 포획 틀 지속 설치”
“들개가 아파트 단지와 초등학교 주변까지 내려와 아이들을 물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부산 사하구 다대동에서 초등학교 1학년 손녀를 돌보고 있는 이 모(69) 씨는 최근 아파트 단지에 출몰하는 들개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는 지난달 초부터 밤산책을 할 때 목줄 없이 아파트 단지와 학교 근처를 떠도는 개를 종종 봤다. 이 씨는 "지난달 울산에서 8세 아이가 개에게 물린 뉴스를 보니 더욱 걱정된다”며 “들개가 아이들이 다니는 낮이나 학교 앞에도 나타날까봐 불안하다”고 말했다.
부산 사하구 다대동의 한 아파트 단지와 어린이보호구역 인근에 들개가 잇따라 출몰하면서 주민들이 불안에 떤다. 구청이 적극적으로 포획에 나서고 있지만 들개의 서식 범위가 넓은 데다 개체 수 파악조차 힘든 상황이다.
8일 부산 사하구청은 올 6월 말에서 7월 중순까지 다대동 한 아파트 단지 근처와 야산 입구에서 주인 없는 들개 14마리를 포획했다고 밝혔다. 앞서 구청은 들개가 출몰한다는 민원이 잇따르자 6월 다대동 초등학교 인근 2곳과 아미산 일대 2곳에 포획 틀을 설치했다. 사하구청은 관련 민원이 반복되자 2018년 대형 유기견 위탁 포획 사업을 시작했다. 올해는 관련 예산 1500만 원을 편성했다.
민원이 주로 접수된 아파트 단지 인근에는 초등학교 2곳을 끼고 있는 어린이보호구역이 있어 주민들 우려가 더 크다. 다대동에 거주하는 강구충(73) 씨는 “새벽에 들개 3~4마리 정도가 무리 지어 다니는 것을 봤는데 구평동 공단에서 넘어오는 듯하다”며 “종종 낮에도 돌아다니는데 근처에 초등학교도 있어 걱정된다”고 말했다.
들개 출현으로 골머리를 앓는 건 사하구청뿐만이 아니다. 최근 3년간 부산시 들개 포획 건수는 2019년 163건, 2020년 265건, 2021년 293건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부산시 농축산유통과 관계자는 “들개는 재개발 예정지나 야산에 주로 서식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히 재개발 사업이 진행되면 주민이 빈집에 두고 간 유기견이 들개가 되고 이들이 2세, 3세로 번식하면서 야생동물에 가까워지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들개가 한곳에 머물지 않고 서식 반경이 넓어 정확한 개체 수조차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난해 연제구 한 재개발 지역에서 유기견에서 들개가 된 무리가 발견됐다. 같은해 11월에 금정산 일대에서 포착된 들개 무리는 한곳에 머물지 않고 지역을 떠돌아다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자체는 들개 신고가 들어오면 유기 반려동물과 마찬가지로 포획 틀을 설치해 잡는다. 포획한 들개는 시나 구·군에서 위탁하는 동물보호센터로 넘어가고 법정 공고 기간 10일이 지나면 안락사 처분을 할 수 있다. 한 구청 관계자는 “법정 공고 기간 이상 보호하기도 하지만 입양이 거의 되지 않아 결국 안락사된다”고 말했다.
사하구청 경제녹지과 관계자는 “들개 출몰 민원이 접수되면 즉각 포획 틀을 설치하고 지속적으로 포획 사업을 운영해 개 물림 사고로 인한 주민 피해가 없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