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풀 꺾인 미국 기대 인플레… 고개 드는 경기침체 우려감
7월 6.2%… 4월 이후 4개월 만에 하락
50일 이상 떨어진 휘발유 가격 주요인
경기침체 공포가 영향 미쳤다는 분석
연준 공격적 금리 인상 정책 효과론도
최근 미국에서 유가 하락과 함께 미국인들의 물가 상승에 대한 기대 심리도 한풀 꺾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 3월부터 시작된 연방준비제도의 강도 높은 금리 인상 정책이 효과를 보고 있다는 전망과 함께 경기 침체 국면의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동시에 나온다.
8일(현지시간) 미 뉴욕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향후 1년의 물가 상승률을 예상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이 지난달 6.2%로 조사됐다. 전월(6.8%)보다 0.6%포인트(P) 하락한 것이다. 향후 1년에 대한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올 4월 6.3%에서 시작해 5월 6.6%, 6월 6.8%로 연이어 상승했다가 지난달 하락세로 전환됐다. 향후 3년에 대한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2%로 전월(3.6%)보다 둔화된 것으로 집계됐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향후 물가가 더 오를 것인지에 대한 대중 심리 지표다. 공식적인 전망치로 간주하지는 않지만, 연준 등의 기관이 주시하는 중요 수치다.
이같은 기대인플레이션율 추세는 최근 유가 하락 등이 견인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내 휘발유 가격은 50일 넘게 내리며 하향 안정된 모습이다. 휘발유의 향후 1년 기대인플레이션율도 지난달 1.5%로 전월(5.6%)보다 크게 내렸다. 식료품의 1년 기대인플레이션율도 같은 기간 9.2%에서 6.7%로 떨어져 전반적인 물가 상승세에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다만 미 CNN비즈니스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원유 공급이 빠듯할 수 있어 휘발유 가격이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물가 상승 심리가 둔화한 것을 두고 경기 침체의 공포가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업과 소비자가 높은 경기 침체 가능성에 투자와 수요를 줄일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됐다는 것이다. ABC방송과 입소스가 지난 5일부터 이틀간 미국 성인 66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9%가 ‘미국 경제가 나빠지고 있다’고 답했다. 이는 2008년 조사 이후 가장 높은 수치라고 ABC방송은 전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시가총액 기준 미국 1위 반도체 업체인 엔비디아는 8일 내놓은 예비 분기 실적 보고서에서 지난달 끝난 2분기 매출이 이전 분기보다 19% 줄어든 67억 달러(약 8조 7488억 원)로, 전망치인 81억 달러(약 10조 5770억 원)를 밑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애플, 구글 모기업 알파벳, 아마존,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 등도 경기 침체 우려에 긴축 경영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반면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보다는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정책이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도 나온다. 연준은 40년 만의 강한 물가 상승세를 잡기 위해 올해에만 무려 4차례에 걸쳐 금리를 2.25%P 올렸다. 현재 미국에서는 고용지표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고 소비심리도 크게 떨어지지 않는 상황이다. 지난 5일 미국 노동부가 공개한 고용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비농업 일자리는 7월 52만 8000개 늘었고, 실업률은 3.5%로 1969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이에 고용·소비 지표가 악화하는 일반적인 경기침체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처럼 경제 전망에 대한 논쟁이 뜨거워지는 가운데 다음 달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폭에 대한 관심이 쏠린다. 8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투자은행 JP모건과 통화정책 분석기관 LH마이어는 기준금리 인상 폭 전망치를 종전 0.5%P에서 0.75%P로 상향 조정했다. 다만 9월에는 0.5%P 인상 정도로 속도 조절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