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보 능력 없는 저신용자들,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린다
금감원 지난해 대부업 실태조사
담보대출, 사상 첫 신용대출 넘어서
법정 최고 금리 인하로 손실 우려
등록 대부업체, 신용대출 꺼린 탓
지난해 법정 최고 금리의 인하로 법에 등록된 대부업체들이 저신용자들을 대상으로 신용대출을 거부하고 담보대출을 요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담보를 제공하지 못하는 상당수 저신용자가 제도권에서 대출을 받지 못하고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는 실정이다.
금융감독원의 ‘2021년 하반기 대부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대부업자의 대출 잔액 14조 6429억 원 중 담보대출이 52.0%(7조 6131억 원)로 신용대출 비중(48.0%)을 넘어섰다. 담보대출 비중은 지난해 6월 말 기준 집계 당시 51.9%를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신용대출 비중(48.1%)을 넘어섰다.
등록 대부업체들이 최고 금리의 인하로 손실을 우려하며 저신용자에게 신용대출을 꺼리면서, 담보대출 비중이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말 서민금융연구원이 저신용자(6~10등급) 7158명과 대부 업체 12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금융기관이나 등록 대부업체로부터 돈을 빌리기가 어떠했느냐’는 항목에 ‘어려워졌다’는 응답이 53.0%로 전년 대비 9.6%포인트(P) 늘었다. 등록 대부업체로부터 대출을 거절당했다는 응답 비율도 43.4%로 전년보다 늘었다.
한 대부업체 관계자는 “대부업체가 27.9%의 금리를 받아야 할 저신용자에게 법적 최고 금리에 따라 20% 금리만 받는다면 대부업체 입장에서는 손해를 입을 위험이 크다”며 “대부업자가 조달할 수 있는 자금은 한정돼 있다. 굳이 자신의 손해를 감수하면서 위험이 높은 저신용자에게 신용대출을 할 필요가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저신용자들은 제도권을 벗어난 불법 사금융의 유혹을 견디기 힘든 상황에 처해 있다.
금융감독원의 대부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7월 법정 최고금리가 낮아진 이후 대부업체 이용자는 지난해 6월 123만 명에서 지난해 말 112만 명으로 11만 명(8.9%) 줄었다. 금융업계에서는 11만 명 중 상당수가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밀려났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말 서민금융연구원의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7.6%가 불법 대부업체임을 알고도 대출을 받았다고 답했다. 대부업체에서 대출을 거절당한 후 불법 사금융을 이용한 저신용자의 68.4%는 법정 최고금리 20%보다 높은 사채를 쓰고 있다고 답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법정 최고금리 인하는 저신용자 등 서민을 위해 실시됐으나, 그 혜택이 일부에게만 돌아가고 있다. 돈이 급한 저신용자들은 제도권에서 돈을 빌릴 수 없어 결국 불법 사채를 이용하고 있다”며 “최고 금리를 융통성 있게 적용하는 등 저신용자들을 도울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형 기자 mo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