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집 사는 치매 노모 29kg까지 방치·사망…외아들 '징역 6년'
대소변 그대로 방치, 빵과 우유만 놔둬
심각한 저체중, 다수의 구더기도 서식
행정기관 도움 거절, 법원 "엄벌 불가피"
같은 집에 사는 80대 치매 노모를 방치해 패혈증, 전신감염 등으로 숨지게 만든 40대 외아들이 법정 구속됐다.
부산지법 서부지원 형사1부(부장판사 이진혁)는 존속유기치사 혐의로 기소된 A(47) 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고 12일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A 씨는 자신의 어머니인 B(82) 씨와 부산 사상구의 한 주택에서 함께 생활했다. B 씨는 평소 고혈압, 고지혈증, 척추후만증 등을 앓고 있었고 지난해부터는 치매 증상이 심해져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등 혼자서는 거동조차 어려운 상황이었다.
A 씨는 지난해 2월경부터 B 씨가 누워 있는 방을 며칠에 한 번씩 들여다볼 뿐, B 씨가 방에서 대소변을 보았음에도 이를 치우지 않고 그대로 방치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7월부터는 B 씨의 방에 빵과 우유만 놔뒀고 그 외에는 전혀 보살피지 않았다. 이로 인해 B 씨는 피부에 심각한 궤양과 괴사가 발생했고 제대로 먹지 못해 저체중에 이르렀다. 결국 B 씨는 지난해 7월 16일 패혈증, 전신감염 등으로 사망했다.
사망 기록에 따르면 키 153cm인 B 씨는 사망 당시 29kg에 불과했고, 전신에는 지방층이 거의 없었다. 양쪽 발가락 일부가 괴사했으며 B 씨의 주변에는 다수의 구더기가 서식하고 있었다. 이불 등에는 B 씨의 대변을 포함해 상당히 오래된 것으로 보이는 오물이 다수 있었다.
해당 지자체의 행정복지센터와 보건소는 관리대상이었던 B 씨를 돕기 위해 A 씨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했으나 A 씨는 “연로한 것 말고는 병원치료가 필요한 상황은 아닌 것 같다. 알아서 할테니 가정방문은 불필요하다”고 거절했다.
A 씨는 법정에서 “반년 전에 한두 번 씻겨 드렸는데, 그 뒤로 어머니가 강하게 거절 의사를 밝혀 스스로 몸을 닦을 수 있도록 물티슈를 사다 놓았다”며 “아프다는 말씀을 하지 않아서 병원에 데리고 가지 않았다. 매일 술로 하루를 보내다 보니 약을 타 드려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A 씨는 B 씨를 부양하는 사람으로서 이행했어야 할 기본적인 보호의무도 이행하지 않았고, 관계 기관이 적절한 지원을 하려고 했는데도 이를 거절했다”며 “죄질이 매우 불량하고 범행 정도가 매우 무거운데도 법정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만 하고 있어 그에 상응하는 엄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