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수족관에 갇힌 고래 21마리는 바다로 돌아갈 수 있을까?
불법 포획 고래 ‘비봉이’ 방류 절차
환경단체 “합법 사육 고래도 방류”
흰고래 2마리 외 방류 계획 없어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인기를 계기로 고래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뜨거운 가운데, 국내 수족관에 합법적으로 전시·사육되고 있는 고래 21마리를 모두 바다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시민단체·환경단체·동물보호단체 등을 중심으로 점차 높아지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는 지난 5일 제주도 협재바다와 서귀포시 운진항 고래관광선 부두 앞에서 고래 보호 캠페인을 벌였다. 이들은 전국 수족관에 갇힌 나머지 21마리의 고래들도 이른 시일내에 고향바다로 돌려보내는 한편, 불법적인 ‘근접 보트관광’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환경운동연합과 시민단체 핫핑크돌핀스 등에 따르면 최근 해양방류 결정이 내려진 남방큰돌고래 ‘비봉이’(불법포획)를 제외하면 현재 국내 6곳의 수족관에는 총 21마리의 고래가 전시·사육되고 있다. 21마리 모두 전시·연구 등 목적으로 합법적으로 반입된 경우로, 일본 다이치에서 반입된 큰돌고래 16마리와 러시아에서 수입된 벨루가(흰고래) 5마리다.
구체적으로 보면 △거제 씨월드(경남 거제시)에 11마리(큰돌고래 8마리, 벨루가 3마리) △울산 고래생태체험관(울산시 남구)에 4마리(큰돌고래) △한화 아쿠아플라넷 제주(제주 서귀포시) 4마리(큰돌고래) △한화 아쿠아플라넷 여수(전남 여수시) 1마리(벨루가)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서울시 송파구) 1마리(벨루가) 등이다.
해양수산부는 2005년 제주 비양도 앞바다에서 혼획돼 수족관에서 지내온 마지막 남은 ‘불법포획 고래’ 비봉이(남방큰돌고래)를 올해 3분기 해양방류하기로 결정하고, 지난 4일부터 제주 서귀포시 앞바다에서 야생적응 훈련 등 절차에 돌입했다. 이런 가운데 해수부는 지난 11일 업무보고에서 “내년 하반기에 벨루가(흰고래) 해양방류도 추진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수족관에 갇힌 21마리의 고래 가운데 우선 방류 대상으로 거론되는 고래는 벨루가(흰고래) 2마리 정도에 불과해 정부의 의지 못지 않게 업계의 보다 적극적인 협력이 요구된다.
특히 벨루가 방류는 생각만큼 쉽지 않을 수도 있다. 벨루가는 북극해·베링해·캐나다 북부해 등 차가운 해역에 서식하는 고래인 만큼 상대적으로 수온이 높은 국내 바다에는 방류할 수는 없기 때문.
국내 수족관에서 지내는 벨루가는 현재 총 5마리로, 이미 본격적인 방류를 추진중인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의 '벨라'를 비롯해 한화 아쿠아플라넷 여수의 '루비' 등 2마리가 우선 방류 대상으로 거론된다.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측은 "환경평가를 진행한 해외 3곳의 방류 후보지를 집중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올해까지 이송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벨루가는 일단 야생 적응장인 생츄어리(바다쉼터)로 이송될 전망이다. 해수부가 우선 검토하고 있는 벨루가 이송 후보지는 해외 환경단체가 2023년 완공을 목표로 캐나다 노바스코샤주에 건립 중인 '벨루가·범고래 바다쉼터'다.
해수부 관계자는 "아직 바다쉼터가 완공되지 않아 일정이 변동될 수 있다"며 "우리나라에서 수출을 허가하더라도 캐나다 정부에서 국제멸종위기종(CITES)인 벨루가의 수입을 허가해줄지는 또 다른 문제"라고 전했다.
환경단체가 노르웨이에서 운영 중인 '노르웨이 고래 보호구역' 측과의 협의도 진행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해수부의 계획이 차질없이 진행돼 벨라와 루비 방류에 성공하더라도 과제는 남아있다. 나머지 3마리의 벨루가와 16마리의 큰돌고래 방류 문제는 아직 구체적으로 거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해수부는 “국내 수족관에서 전시·사육되고 있는 고래들이 보다 많이 자연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수족관 업계 등과 지속적으로 협력해 나갈 계획”이라고 원론적인 입장만은 내놨다. 해수부는 국내에 큰돌고래를 위한 바다쉼터 조성도 적극 검토할 방침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올해는 바다쉼터 예산이 반영되지는 않았지만, 내년도 예산에는 신청했으며 현재 적지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21년까지 전국 수족관에서 폐사한 고래는 46마리에 달한다. 수족관이 고래들의 무덤인 셈이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