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이 띄운 ‘윤핵관 6명, 수도권 험지 출마’ 가능성은 “글쎄…”
총선 전망 어두울 때 단골 등장
21대 학습 효과로 실현 힘들 듯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지난 13일 앙숙인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을 겨냥, 다음 총선에서 수도권 열세지역에 출마할 것을 요구해 성사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이 대표는 전날 국회 소통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정부의 성공이라는 표현을 앵무새 같이 읊는 윤핵관 여러분이 조금 더 정치적인 승부수를 걸기를 기대한다”며 “윤핵관과 (윤핵관)호소인들이 각자의 장원(중세시대 봉건귀족이 거느린 토지)을 버리고 열세 지역구에 출마한다면 저도 같은 방향을 향해 뛸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윤핵관이 수도권 열세지역 출마를 받아들인다면 자신도 현재의 적대적 행보에서 벗어나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 협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가 지목한 6명의 윤핵관에는 부산의 장제원, 박수영 의원도 포함됐다.
총선을 앞두고 여야 내부에서 ‘험지 차출’ 얘기가 나오는 것은 낯설지 않다. 주로 총선 전망이 어두운 정당에서 활용하는 카드인데, 중진이나 당선 안정 지역 현역들이 ‘살신성인’ 정신을 발휘해 여론 분위기를 반전시키고, 신진들에도 길을 열어주자는 취지다.
지난 21대 총선 당시에는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 ‘김형오 공천관리위원회’가 이를 강하게 밀어붙였다. 이에 따라 황교안 당시 대표가 서울 종로로,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세종으로 출마했고, 정우택 안상수 김용태 이혜훈 등 중진급 후보들도 원래 지역구를 벗어나 열세 지역으로 갔다. 반면 김형오 위원장이 가장 강하게 험지 출마를 종용한 홍준표, 김태호 후보는 끝까지 거부하고 영남 지역에서 무소속 출마를 강행했다.
그러나 선거 결과는 김형오 공관위가 의도한 바와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험지 출마를 수용한 후보들은 전멸했고, 수도권 의석수 역시 최악이었다. 반면 홍·김 두 후보는 총선에서 살아남아 복당했다.
이 대표 스스로도 “윤핵관이 그런 선택을 할 리가 만무하다”고 전망했고, 실제 이철규 의원이 “이준석이 국회의원 뽑느냐”며 강하게 반발했지만, 당내에서는 21대 총선의 학습 효과 때문에 차기 총선에서는 중진들의 험지 출마 가능성이 상당히 낮아졌다고 본다. 이와 함께 이 대표가 거론한 윤핵관 6명이 과연 수도권 민심을 움직일 정도의 인지도와 정치적 영향력을 가졌는지에 대한 회의론이 적지 않다는 점도 이들의 험지 출마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이유다.
그러나 여든, 야든 차기 총선 상황이 절박해지면 ‘텃밭’인 영호남 중진들을 대상으로 험지 차출론이 재부상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이와 관련, 부산·울산·경남(PK)에서는 험지 차출을 하려면 그 빈 자리에 누구로 채울지가 더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산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난 총선에서 PK 중진들이 쇄신 공천의 대상으로 대부분 잘렸는데, 그 후임들의 경쟁력이 이전만 못하다는 얘기가 상당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