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대포 앞바다는 짙은 ‘녹조라테’ 온천천은 죽은 ‘물고기 떼’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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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대포
해수욕장 등 3곳 남조류 다량 검출
한때 입수금지… 현재 ‘관심’ 단계
상인들 “황금연휴 장사 망쳤다”

●온천천
숭어·붕어 등 1000여 마리 폐사
오염물 유입 등 원인… 녹조도 발견
수년 되풀이… “올해 가장 심해”

14일 부산 사하구 다대포해수욕장이 낙동강에서 유입된 녹조 때문에 초록빛으로 물들어 있다(위). 이날 부산 동래구 온천천 수연교와 연안교 사이에 물고기가 폐사해 있다. 정종회·김종진 기자 jjh@ 14일 부산 사하구 다대포해수욕장이 낙동강에서 유입된 녹조 때문에 초록빛으로 물들어 있다(위). 이날 부산 동래구 온천천 수연교와 연안교 사이에 물고기가 폐사해 있다. 정종회·김종진 기자 jjh@

부산시민의 식수원인 낙동강에 이어 부산 다대포해수욕장에도 녹조가 습격했다. 피서가 절정에 이른 시기 해수욕장엔 5년 만에 입수금지령이 떨어졌다. 부산의 대표적 도심 하천인 온천천에서도 물고기 떼죽음 현상이 빚어졌다. 하천과 바다 곳곳에서 이어지는 이상 현상을 바라보는 시민들은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한다.

부산 사하구청은 지난 12일 오전 9시부터 다대포해수욕장 녹조 검출로 사흘째 입욕을 통제하다 14일 낮 12시 30분 입수금지 조치를 해제했다고 밝혔다. 녹조 때문에 다대포해수욕장 입욕이 금지되기는 2017년 7월 이후 5년 만이다. 이번 사태는 지난 10일부터 낙동강 보와 하굿둑이 점진적으로 개방되면서 강에 있던 녹조가 바다로 떠내려와 빚어진 것으로 보인다.



사하구청은 지난 12일 다대포해수욕장 해변에서 녹조가 발견되자 부산보건환경연구원에 수질검사를 의뢰했다. 조사 결과 다대포해수욕장과 해양레저 구역, 해수천 등 3곳에서 녹조를 일으키는 마이크로시스티스 남조류가 다량 검출됐다. 특히 해수천 구역에서는 mL당 최대 8만여 개의 남조류가 나왔다. 이는 조류경보 ‘관심’ 단계에 해당한다.

검출된 남조류는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어 사하구청은 피서객들과 시민의 안전을 위해 입수금지 조치를 내렸다. 이후 사하구청은 13~14일 연이틀 연속 수질 검사를 의뢰했고 남조류가 조류경보 ‘해제’ 수준으로 줄어들자 14일 낮 입수 금지 조치를 푼 것이다. 부산보건환경연구원 관계자는 “낙동강에서 물이 방류되면서 일시적으로 녹조가 떠내려온 현상으로 보고 있다”며 “조류를 통해 녹조가 점차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사하구 시설관리사업소 측은 지속적으로 수질 검사를 실시해 녹조 상황을 점검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대포해수욕장 해변이 초록빛으로 물들자 피서객들과 인근 상인들은 불안해한다. 다대포해수욕장 인근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최용숙(61) 씨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3년 만에 맞은 황금연휴인데 녹조 탓에 장사를 완전히 망쳤다”며 “녹조가 언제 다시 해수욕장에서 발견될지 몰라 걱정된다”고 말했다. 아이와 해수욕장을 방문한 이 모(45·경북 경산시) 씨는 “아침에 입수금지 조치로 해수욕을 즐기지 못하다 오후 3시 넘어서 방문했다”며 “녹조가 아이의 피부병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들어 물에 들어가기가 불안하다”고 말했다.

부산의 대표 도심 하천에서도 녹조가 발견되거나 오염수로 물고기가 대거 폐사하는 일이 발생했다.

부산시와 동래구청 등 관할 지자체에 따르면 14일 오전 5시 30분께 동래구 온천천 인근에서 숭어, 붕어 등 물고기 1000여 마리가 죽은 채 발견됐다. 지자체와 시민단체는 이날 오전 9시부터 폐사한 물고기를 수거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한국강살리기네트워크 최대현 사무처장은 “물고기 집단 폐사 현장을 10번 이상 방문했는데 그중 폐사 규모가 가장 큰 것 같다”며 “얼마나 많은 물고기가 죽음을 당했는지는 더 조사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주부터 온천천에서는 녹조가 발견되는 등 이상 징후가 감지됐다. 부산시는 지난 12일 온천천에서 녹조가 보인다는 신고를 받고 부산보건환경연구원에 수질 검사를 의뢰했다. 13일 오후 7시에는 온천천의 물고기 폐사 경보지수가 24를 기록하며 주의보가 발령되기도 했다. 앞서 지난해 4월부터 부산시는 온천천 물고기 폐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물고기 폐사 경보제’를 시범 도입했다. 경보지수가 20이 넘으면 주의보를, 25를 넘으면 경보를 발령한다.

부산시는 13일 오후에 내린 소나기로 하수 오염물질이 온천천으로 흘러든 탓에 물고기들이 떼죽음 당한 것으로 추정한다. 부산시 하천관리과 관계자는 “소나기가 내리면서 오염물질이 온천천으로 많이 유입돼 물고기가 집단 폐사한 것으로 보인다. 물고기 폐사를 방지하기 위해 고농도 오염물질을 막는 대책들을 단계적으로 수립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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