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밤 광안리 장식한 ‘광대연극제’ 3년 만의 무대 ‘반갑다’
지난 14일 오후 8시께 광안리해수욕장 만남의광장에 설치된 중앙무대에서 공연예술창작집단 어니언킹의 연극 ‘마중’이 시작됐다. 노부부의 대화를 중심으로 극 전반을 끌어가는 작품이 광안리 밤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졌다. 길을 지나던 시민들은 금세 약 200석 규모 객석을 채웠다. 인근을 지나던 노인들도 부채를 쥐고 화단에 걸터앉아 배우들의 연기에 몰입했다.
지난 12일부터 사흘간 부산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에서 3년 만에 대면으로 열린 제18회 광대연극제가 막을 내렸다. 시민들은 뜨거운 여름밤을 연극으로 달래고, 주최 측은 오랜만에 이루어진 관객과의 만남으로 연극을 비로소 ‘완성’했다.
광대연극제가 다시 야외 무대로 나와 시민들을 직접 만난 것은 3년 만이다. 코로나19 탓에 2020년에는 연극제가 열리지 않았고, 지난해에는 관객 없이 온라인으로 생중계하는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됐다.
올해 광대연극제는 광대들의 난장, 시민들의 난장, 거리 위의 난장 등 총 3가지 무대로 나눠, 개막공연인 극단 호감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시작으로 '붕어빵 아줌마의 첫사랑’, ‘찍찍밴드’ 등 7개 작품이 무대에 올랐다.
시민들은 여름밤 연일 이어지는 열대야를 피해 찾은 해변에서 연극을 감상할 기회를 갖게 돼 반갑다는 반응을 보였다. 무대 가까이 객석에서 연극을 감상하던 50대 김 모 씨는 “오랜만에 연극을 보니 대학 시절 잠시 연극에 빠져있었던 때 기억도 나서 감회가 새로웠다”고 밝혔다.
연극제 주최 측도 무대에서 관객을 만나게 돼 비로소 연극이 ‘완성’됐다고 밝혔다. 코로나로 무대 예술 전반이 어려움을 겪었는데, 관객과의 소통이 중요한 연극의 특성상 ‘대면’ 연극제를 재개하게 된 것이 더욱 뜻깊다는 것이다.
광대연극제 전상배 운영위원장은 “모든 무대 공연 예술은 현장성이 굉장히 중요하고, 특히나 연극의 3요소에는 관객이 있을 정도로 소통이 필수다”며 “관객들이 있고 없고는 공연이 완성되느냐, 안 되느냐의 문제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배우들도 올해처럼 관객과 현장에서 만나는 것을 소중하게 생각할 것”이라며 “연극을 본 시민들도 위로와 희망을 얻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2004년 수영구 지역 연극 예술을 발전시키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광대연극제는 매월 8월 광안리해수욕장 일대에서 개최된다. 광대연극제의 ‘광대’는 광안리해수욕장의 명물인 광안대교의 줄임말이면서, 직업 예능인을 지칭하는 단어 광대를 의미한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