뺑소니범, 알고 보니 살인미수 용의자…국대 출신이 추격해 붙잡았다
자신의 차량을 박고 달아나던 운전자를 한 시민이 집요하게 추격해 경찰 검거에 도움을 줬다. 알고 보니 뺑소니범은 경찰이 쫓고 있던 살인미수 용의자였고, 피해 운전자는 전직 국가대표였다.
지난 21일 인천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국가대표 수구선수 출신인 이민수 씨는 지난 19일 오후 4시 24분 서구 가좌동의 한 도로에서 접촉 사고를 당했다. 흰색 카니발 차량이 이 씨 차량의 뒤쪽을 들이박은 것이다.
그런데 40대 카니발 운전자 A 씨는 중앙선을 넘어 도주하기 시작했다. 이 씨는 즉시 경찰에 신고한 뒤, A 씨를 뒤쫓았다. 경적을 울리며 따라갔지만 차량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 씨는 처음엔 음주운전을 의심했다. 그러나 추격 과정에서 카니발차량 운전대에 피가 묻은 것을 발견했고,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한 이 씨는 경찰에 이 사실도 추가로 알렸다. A 씨는 도망가는 과정에서 다른 오토바이 운전자를 치기도 했다. 오토바이 운전자는 오토바이와 그대로 쓰러졌다.
이 씨와 A 씨는 10분간 추격전을 벌였다. 추격전 끝에 두 차량은 인근 고등학교 안까지 들어갔다. 더 이상 도주가 불가능하자 A 씨는 흉기를 꺼내 자해를 시도했고, 이 씨는 119에 신고한 뒤 자신의 차량으로 도주로를 막았다. 이후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한 경찰이 A 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이 씨는 SBS 인터뷰에서 "(A 씨가) 일부러 창문을 내리고 얼굴을 보여줬다. 온몸이 다 피였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A 씨는 살인미수 혐의로 경찰이 쫓던 용의자였다. A 씨는 카니발 안에서 30대 여성 B 씨의 목을 조르고 흉기로 찌른 뒤 이동하던 중에 이 씨의 차량을 들이박은 것이었다.
A 씨 차량에서 탈출한 B 씨는 병원에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으며,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경찰은 A 씨가 '여자친구가 경제적 어려움을 이해해주지 않아서 범행을 저질렀다'라는 취지로 진술했지만, A 씨의 일방적 주장일 뿐이어서 범행 동기 등에 대한 수사를 계속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A 씨는 살인미수와 뺑소니 혐의로 구속됐다.
한편 뺑소니범 검거에 도움을 준 이 씨는 수구 국가대표 출신으로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했었다. 현재는 경기도청 수구팀 감독을 맡고 있다.
김은지 부산닷컴 기자 sksdmswl807@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