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250만 원으로 개발한 곰솔트와 곰솔막걸리, 리미티드 에디션입니다"
정문규 청년기획단 ‘도라잇' 팀장
수영구 거주·직장 둔 청년 7명 힘모아
천연기념물 곰솔 활용 로컬푸드 개발
“스마트팜 운영 농작물 활용 계속 연구”
“수영사적공원에 있는 곰솔나무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곰솔트와 곰솔막걸리를 제작했는데, 실제 상품화는 못 해서 시제품으로 만든 100개가 ‘리미티드 에디션’인 셈입니다”
24일 부산 수영구 도도수영8A 3층에서 만난 도시재생 청년기획단 ‘도라잇’의 정문규 팀장은 홀가분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수영구에 거주하거나 직장을 둔 청년 7명으로 구성된 ‘도라잇(DoDo Like Eat)’은 올 4~7월 진행된 도도수영 도시재생 청년기획단 사업에서 수영구 천연기념물인 곰솔나무에서 착안한 ‘곰솔트’와 ‘곰솔막걸리’를 개발했다. 곰솔트와 곰솔막걸리 개발에는 단돈 250만 원이 투입됐다. 정 팀장은 “250만 원으로 디자인부터 패키지 비용, 개발비용, 재료비 등 모든 걸 감당했다”며 “이름에는 ‘곰솔’이 들어가지만, 실제 천연기념물을 쓰지는 않았고 식용 솔잎가루를 이용해 제작했다”고 말했다.
지역 유명 양조장을 찾아갔을 때는 ‘대충 만들어서는 제대로 된 막걸리가 나오지 않는다’는 데 충격을 받았다. 팀원 김서경 씨는 “금정산성 막걸리 양조장을 찾아갔는데, 누룩까지 직접 빚어서 만드시는 걸 보고는 ‘온 정성을 다해야 막걸리가 나오는구나’ 하고 깨달았다”고 말했다.
막걸리 자체 제작은 어렵다고 판단한 이들은 ‘동래아들막걸리’로 유명한 제이케이크래프트의 기술 도움을 받아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형태로 곰솔막걸리를 제작하게 됐다. 정 팀장은 “양조장의 기술력과 저희의 아이디어를 합친 셈이다”며 “첫 시음 때, 양조장 대표님과 저희 팀 모두 생각지도 못하게 뛰어난 맛이 나서 깜짝 놀랐다”고 웃었다.
곰솔트는 정성이 가장 많이 투입된 제품이다. 소금 선택부터 신중해야 했다. 소금의 종류를 파고들자면 끝도 없었고, 솔잎가루의 씁쓸한 맛을 보완할 수 있는 소금 배합의 ‘황금비율’을 찾아야 했다. 정 팀장은 “시중에 나와있는 다양한 소금들을 가져와 여러 방법으로 배합해봤고, 블라인드 테스트를 거쳐 선정한 조합은 자염과 토판염을 섞는 것이었다”며 “두 소금 모두 미네랄, 칼슘, 칼륨 등 함량이 높아 몸에 좋지만, 재룟값이 많이 들어 상품을 팔려면 50g짜리 한 통에 5000원은 받아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며 웃었다.
곰솔트와 곰솔막걸리 용기 디자인부터 성과 공유회 때 참석자들에게 나눠주기 위한 패키지까지 이들의 손을 거치지 않은 구석이 없다. 패키지에는 곰솔트와 잘 어울리는 삶은 감자와 삶은 계란, 곰솔트를 활용한 소금빵도 제작해 담았다.
최종 성과 공유회 자리에서도 곰솔트와 곰솔막걸리의 맛을 본 참석자들의 호평이 쏟아졌지만, 아쉽게도 정식 출시는 어렵게 됐다. 팀원 모두 각자 직업이 있어서 상품 개발에만 몰두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웠기 때문이다. 정 팀장은 “광안리 어방축제에서 제품을 팔자는 제의도 들어왔지만, 각자 직업이 있어서 상품 판매에 완전히 몰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해 끝내 거절했다”고 말했다.
정 팀장과 김 씨는 모두 스마트팜 ‘꿈나무’다. 정 팀장은 스마트팜을 연구하기 위해 대학에 다시 진학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고, 김 씨는 대학에서 스마트팜 동아리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김 씨는 “완전한 식품 결과물을 만들어 본 건 처음이었다”며 “스마트팜을 운영하면서도 어떤 작물을 어떻게 활용할지 결정하는데, 앞으로 이번 경험이 도움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정 팀장도 “한국 전통주인 막걸리에 평소 관심이 많은데, 앞으로 스마트팜을 운영하게 되더라도 막걸리에 어느 농작물이 어울릴지 결정할 때 이번 경험을 반영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