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시민에게 억울한 일 없도록 공익 대변자 역할에 충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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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근 신임 부산지검장

경찰과 소통·협력 시스템 구축
외국인 노동자 마약 유통 감시
“검찰 노하우 활용 효율적 수사”

신임 박종근 부산지검장이 지난 25일 부산지검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신임 박종근 부산지검장이 지난 25일 부산지검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작은 사건 하나에도 정성을 기울여 공익의 대변자이자 국민의 봉사자로서 역할에 충실하겠습니다.”

올해 6월 새로 부임한 박종근(54·사법연수원 28기) 부산지검장은 검찰이 양질의 사법 서비스를 제공해 국민에게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공소를 유지하고 법원에 올바른 법률 적용을 촉구하는 등 기능적 차원에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지만, 그중 핵심은 시민들과 직접 연관된 일들이라고 설명했다.

박 지검장은 “경찰의 수사 결과를 면밀하게 검토해 시민들에게 억울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끝까지 챙기는 것이 검찰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 부족하거나 잘못된 수사가 있으면 검찰이 제대로 걸러낼 수 있어야 한다”며 “과거에는 검찰이 경찰의 수사를 지휘하는 형태였지만, 최근에는 상호 협력하는 관계로 변모했다. 거기에 맞춰 새로운 소통·협력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논란이 현재진행형인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대해서는 실제 수사 현장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비효율적인 법안이라고 꼬집었다. 박 지검장은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범위를 한정해놓다 보니 수사를 하다가 새로운 범죄를 발견하면 경찰로 보내야 한다”며 “수사를 개시한 수사기관이 연결성 있게 범행을 들여다봐야 하는데 그럴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박 지검장은 “최근에는 ‘검수원복’ 등 또 다른 국면의 정쟁이 이어지고 있는데, 법무부의 개정 시행령이 추진된다 하더라도 예전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며 “검찰과 경찰의 협력관계를 새롭게 설정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 감정대립만 지속되면 산적한 수사들이 진행되지 않고, 그 피해는 오롯이 시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2019년 부산지검에서 2차장검사를 지낸 박 지검장은 부산이라는 도시적 특성을 잘 이해하는 검사장이다. 제2의 도시이자 동북아 최대 규모의 항만·물류도시라는 특성이 도시에서 발생하는 범죄에도 반영된다고 설명했다. 박 지검장은 “선박을 통한 마약 등 밀수사건, 재개발 택지와 관련한 부패사건, 해양사건, 조폭사건 등이 많이 발생한다. 특히 최근에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신종 마약이 유통되고 있어 이를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다”며 “검찰이 갖고 있는 노하우를 적극 활용해 효율적으로 수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 지검장은 크고 작은 모든 사건에 선입견을 배제하려고 노력한다며 1999년 초임 검사 때 일화를 언급했다. 음주운전 사건으로 검찰에 송치된 사건이었는데, 피의자가 유명 코미디언이었다. 박 지검장은 “일면식도 없던 사람이지만, 어렸을 때부터 TV에서 봐 왔던 인물이라 그런지 괜한 친근감이 들었고 피의자와 참고인들의 진술을 믿고 무혐의 처분을 했다”며 “하지만 알고 보니 거짓 진술이었고 재수사를 통해 이를 바로 잡았다. 사건을 반면교사 삼아 매일 마음가짐을 새롭게 다잡으면서 검사로서 객관적으로 수사에 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에게는 부끄럽지만 잊을 수 없는 사건이었다.

전남 영광군 출신인 박 지검장은 경남 마산 창신고와 한양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제38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제주지검장, 대구고검 차장,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장, 부산지검 2차장, 대검 인권수사자문관 등을 거쳤다. 부산지검에 부임한 뒤에는 비송사건 전담팀을 출범시키고 인권수사를 강화하는 등 사회적 약자 보호에 힘쓰고 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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