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은행 강도살인' 피의자 신상공개…21년 전 몽타주도 비슷
21년 전 대전 국민은행에서 권총으로 직원을 살해하고 현금 3억 원을 빼앗아 달아난 혐의로 구속된 이승만(52)과 이정학(51)에 대한 신상정보가 30일 공개됐다. 특히 이들의 얼굴이 2001년 사건 당시 작성됐던 몽타주와 유사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대전경찰청은 이날 경찰 내부위원 3명, 외부위원 4명으로 구성된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강력범죄의 피의자가 그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때 얼굴을 공개할 수 있다. 이들은 2001년 12월 21일 오전 10시께 대전 서구 둔산동 국민은행 지하 주차장에서 은행 출납 과장 김 모(당시 45) 씨에게 실탄을 쏴 살해하고 현금 3억 원을 들고 달아난 혐의를 받는다. 특히 이들은 사건 발생 2달여 전인 10월 15일 0시께 대덕구 송촌동 일대에서 도보 순찰 중이던 경찰관을 차량으로 들이받은 뒤 빼앗은 권총을 범행에 사용했다.
범행 직후 차량을 300m 떨어진 상가 건물 지하 주차장에 두고 달아난 이들은 21년이 지나서야 경찰에 검거됐다. 경찰은 당시 사건 발생 후 1년 동안 목격자·전과자 등 5321명, 차량 9276대, 통신기록 18만 2378건을 조사하고, 2만 9260곳을 탐문 수사했지만, 이들의 신원을 밝히는 데는 실패했다. 하지만 2011년 대전경찰청에 설치된 중요미제사건 전담수사팀이 사건을 받아 다시 수사에 착수했고, 범행에 사용된 차량 내부에서 신원을 알 수 없는 남성의 유전자를 검출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2017년 10월 이 유전자가 2015년 충북의 한 불법게임장 현장 유류물에서 검출된 유전자와 동일하다는 통보를 받으면서 수사 진도에 불이 붙었다.
결국 경찰은 종업원과 손님 등 이 게임장에 출입했을 가능성이 있는 1만 5000여 명에 대한 수사 끝에 마침내 지난 3월 이정학을 유력 용의자로 특정했다. 이어 과거 행적과 주변인 등을 보강 조사해 지난 25일 이정학을 검거했고, 이정학이 "이승만과 범행했다"는 진술에 따라 이승만도 사건 발생일로부터 7553일 만에 긴급 체포했다. 경찰 관계자는 "과학 수사기법의 발전과 범인을 반드시 검거하겠다는 형사의 끈질긴 집념으로 미궁에 빠졌던 사건을 21년만에 해결한 쾌거"라며 "사건을 송치한 이후에도 검찰과 협력해 원활한 공소 유지가 되도록 보강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대전경찰청의 사건 브리핑에서 공개된 이들의 실제 모습은 수배 당시 몽타주와 유사하다는 평가도 받는다. 이승만의 실제 모습과는 귀와 이마, 눈 모양이 유사하고, 이정학 역시 짧은 스포츠머리에 각진 얼굴과 눈, 이마, 눈썹 모양이 몽타주와 흡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경찰은 몽타주 역시 유죄를 입증할 수 있는 유리한 단서 중 하나로 판단하고 있다. 이들의 몽타주는 범행을 위해 선팅지를 구매한 가게의 사장과 범행 차량을 버리고 간 장소의 목격자 등 2명의 당시 목격자 진술을 토대로 전문감식팀이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규환 부산닷컴 기자 basti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