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천종산삼

곽명섭 논설위원 kms01@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세상에 명약(名藥)으로 알려진 것 중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물건을 꼽자면 아마 산삼만 한 게 없을 듯싶다. 옛날 효자·효녀가 사경을 헤매는 부모님을 위해 깊은 산속을 누비다가 천신만고 끝에 산삼을 구해 부모님을 살렸다는 아름다운 이야기는 산삼의 신비로움을 더하게 했다.

이런 산삼은 발아 단계부터 생장 과정에 사람의 손때가 전혀 닿지 않은 ‘천종(天種)산삼’일 것이다. 말하자면 하늘이 키운 산삼이다. 발견하기도, 만나기도 어렵기 때문에 구전하는 이야기도 많다. ‘산삼이 있는 곳은 마누라와 자식에게도 알리지 않는다’는 말도 그런 종류로, 천하의 명물을 함부로 발설하지 않는다는 의미일 게다.

예나 지금이나 구하기가 어려운 만큼 산삼을 먹을 수 있는 사람도 극소수다. 요즘에야 사람이 산에다 씨를 뿌린 산양삼이나 인공 시설로 키운 인삼이 흔해져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게 됐다. 그럼에도 자연적으로 산속에서 50년 이상 자란 천종산삼에 대한 기대감에는 미치지 못한다. 게다가 천종산삼은 워낙 고가여서 수요층이 한정돼 있다. 대체로 대기업 등 재계의 고위 인사들이 많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작고한 현대그룹 창업주 정주영 회장의 얘기가 유명하다. 심마니가 좋은 산삼을 발견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정 회장은 직접 달려가 현금을 주고 그 자리에서 산삼을 씹어 먹었다고 한다. 1980년대엔 650년 묵은 산삼을 당시 금액으로 7800만 원을 주고 3시간 30분 동안 씹어 먹었다는 일화도 전한다. 당시 서울 강남 은마아파트의 분양가가 2000만 원대 초반이었으니, 엄청난 금액이다. 작고한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도 산삼을 좋아해, 아예 산삼 구매를 담당하는 직원도 두었다고 한다.

천종산삼은 이처럼 로또와 다름없어, 지금도 발견했다는 사실만으로 전국적인 화젯거리가 된다. 엊그제는 ‘산삼의 고장’으로 불리는 경남 함양군 마천면 지리산에서 100년 이상으로 추정되는 천종산삼이 발견돼 눈길을 끌었다. 뿌리 길이만 72cm로, 발견된 7뿌리의 총감정가만 1억 2000만 원이라고 하니 입이 딱 벌어진다.

지리산을 끼고 있는 경남 함양은 예로부터 산삼이 많기로 유명한데, 다음 달 2일부터 10일 동안 이곳에서 산삼축제도 개최된다. 올해 17번째로, 산삼 캐기 등 체험을 할 수 있다고 하니 가을맞이 겸 소풍 삼아 가 보는 것도 좋겠다.


곽명섭 논설위원 kms01@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