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뇌물 받고 업체 선정”… 비리로 얼룩진 CCTV 설치 사업
업체로부터 금품 수수 등 혐의
전 금정구청 직원, 검찰 송치
2018년 저가 부품 설치 사건 등
CCTV 사업 비리 잇달아 발생
방범용 CCTV 사업과 관련해 특정 업체로부터 수백만 원대 금품과 향응을 받은 부산지역 한 지자체 공무원이 검찰에 넘겨졌다. 최근 부산에서 CCTV를 둘러싼 비리(부산일보 3월 17일자 8면 등 보도)가 잇따르면서 지자체 CCTV 설치 사업이 ‘비리 온상’으로 지목되고 있다.
30일 부산시와 부산경찰청 등에 따르면 최근 전 금정구청 직원 A 씨가 방범용 CCTV 설치 사업과 관련해 B업체 직원으로부터 580만 원 상당의 접대와 현금을 받은 혐의(청탁금지법 위반·뇌물수수)로 검찰에 송치됐다.
A 씨는 2019년 1월부터 2020년 1월까지 1년여 동안 B업체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술과 식사 등 접대를 받고 현금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부산시 감사위원회에 따르면 A 씨에게 금품을 제공한 B업체는 수의계약을 통해 금정구청에 방범용 CCTV 24대를 설치하고 5800여만 원의 예산을 받은 것으로 감사 결과 확인됐다. 경찰 수사 결과, 해당 기간 B업체와 금정구청의 CCTV 계약 건수와 금액은 이보다 더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A 씨 비리 혐의는 지난해 국민권익위원회에 관련 제보가 접수되면서 부산시로 사건이 이관됐다. 부산시는 감사를 통해 A 씨의 비리 사실을 일부 확인하고 지난해 9월 부산경찰청에 A 씨를 고발했다. 부산시는 이후 A 씨에 중징계를 내렸고, A 씨는 현재 퇴직했다.
수사당국은 A 씨와 B업체가 조달청 수의계약 시스템의 허점을 활용해 특혜성 계약을 주고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조달청을 통한 계약의 경우 1억 원 이하 물품·용역에 한해 지자체가 임의로 수의계약을 할 수 있다. 조달청에 등록된 업체면 합법적인 수의계약이 가능하기 때문에 업체 선정 권한을 가진 공무원이 사실상 계약의 전권을 쥔 구조다.
부산에서 CCTV 사업을 둘러싼 비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8년에는 버스전용차로 단속용 CCTV에 계약과 다른 중국산 저가 부품을 설치해 5억 원 상당의 부당이익을 챙긴 혐의로 관련 업체 대표가 구속됐다. 직무유기 혐의로 부산시 공무원 5명도 처벌받았다.
당시 부산시는 조달청에 등록된 내용만으로 계약을 진행했고 이후 실제 설치된 제품 확인을 소홀히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CCTV 납품 계약 과정에서도 부당한 방법이 동원된 정황도 드러났다.
올 3월에도 부산에서 조달청 계약 내용과 다른 제품의 불법주정차 단속용 CCTV가 설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조사 결과 계약 업체는 실제 납품 때 CCTV 핵심부품을 저품질로 바꿔치기해 110억여 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두 사건 모두 조달청에 물품을 등록·납품하기만 하면 사후 감시가 허술한 공공계약의 구조를 악용한 사례다.
부산에서 CCTV를 둘러싼 비리가 반복되면서 타 지자체의 공공계약에도 유사한 사례가 더 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부산시 관계자는 “업체가 조달청에 등록만 돼있으면 어느 물품을 선택해도 합법이기 때문에 사실상 공무원과 업체 간 뒷거래를 통제할 방법이 없다”며 “타 지자체도 예외가 아닌 만큼 관련 공공계약을 전수조사해 혈세가 낭비되는 일이 없는지 살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