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시대위원회’ 어정쩡한 첫발… 법적 근거 없어 가시밭길
윤 대통령,우동기 초대 위원장 내정
균발위 등과 기능 중복돼 위법 소지
위원회 구성도 정부·지자체 간 이견
통합 법안 제정 민주당 협조 미지수
윤석열 정부의 국정목표인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좋은 지방시대’를 이끌 대통령 소속 지방시대위원회 위원장에 우동기 대구가톨릭대 총장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시대위원회는 기존의 국가균형발전위원회(균발위)와 자치분권위원회를 통합해 출범해야 하는데 아직 입법 작업이 진행되지 못해 법적 근거가 없다. 따라서 정부는 우 총장을 우선 균발위원장으로 임명하는 변칙적인 방법을 통해 지방시대위원회 출범 작업을 시작하게 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균발위원장으로 위촉한 우 위원장은 대통령 취임준비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으며 새 정부 출범을 도왔다. 영남대 총장과 대구시교육감(재선)을 지냈다.
우 위원장은 지난달 중순 균발위 위원으로 선임되면서 사실상 초대 지방시대위원장으로 낙점됐다. 우 위원장은 당분간 균형발전위원장으로서 자리를 지키다가 지방시대위원회가 정식 출범하면 지방시대위원장으로서 본격적인 활동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방시대위 부위원장에는 이정현 전 새누리당 의원이 거론된다. 우 위원장이 영남 출신이라는 점을 감안해 호남 출신인 이 전 의원을 기용하겠다는 것이다. 이 전 의원은 재선 국회의원 출신으로 박근혜정부 청와대 정무·홍보수석과 새누리당 최고위원·당대표 등을 지냈다.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사실상 내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방시대위 출범에는 난관이 적지 않다.
대통령실과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9월 설치하려던 지방시대위원회 출범 계획을 사실상 폐기했다. 특별법에 근거해 설치된 균발위와 자치분권위가 존치된 상황에서 기능이 중복되는 위원회를 설치하는 건 위법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지방시대위원회 설치를 위한 시행령 제정안을 8월 중 국무회의에 상정할 예정이었으나 일정이 계속 미뤄진 것도 이 때문이다.
거기다 시행령에 근거해 설치한 지방시대위 기획단이 특별법에 근거한 균발위·자치분권위 기획단 기능을 통합해 수행하는 것 역시 위법 소지가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기존 법에 근거한 위원회가 있는데 시행령으로 만들어 두 개의 기능을 합치는 것은 좀 아니지 않나”면서 “한시라도 빨리 위원회가 합법적인 범위에서 만들어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방시대위원회를 시행령으로 우선 설치하는 방안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며 “기존 2개 특별법을 통합한 지방시대위원회 설치법을 제정한 뒤 이에 근거해 위원회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통합 법안 제정도 가시밭길이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기존의 2개 위원회를 폐지하고, 새로운 기구인 지방시대위원회를 만드는 입법 작업에 야당이 손을 들어줄지 의문이다. 법안에 담길 위원회 규모와 위상을 놓고도 중앙정부와 지자체들의 의견이 맞서고 있다.
이처럼 지방시대위원회 설치가 차질을 빚자 정부와 대통령실은 기존 균발위를 통해 관련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우 위원장을 1일 자로 균발위원장에 위촉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정부는 이미 위원회의 손발 역할을 맡을 기획단 직원 가운데 부처·지자체 파견 인력은 모두 원대 복귀시켰고, 임기제 공무원들은 재계약을 하지 않았다. 위원회를 운영할 실무인력이 있는 기획단 조직이 사실상 해체된 것이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