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61일 만에 고개 숙인 천영기 통영시장…왜?
“이번 일을 반면교사로 삼아 더욱더 시민에게 봉사하는 공직사회로 거듭 나아가겠습니다.”
천영기 경남 통영시장이 결국 고개를 숙였다.
다량의 유해 물질을 배출하는 폐매트리스를 야외에서 불법 소각한 사실이 언론보도(부산일보 8월 19일 자 6면 보도)를 통해 드러나면서 지역사회의 공분을 산 지 보름여 만이다.
31일 기자회견을 자청한 천 시장은 “시정을 책임진 시장으로서 매우 충격을 금할 수 없었다. 누구의 책임을 묻기 전에 현 시장으로서 시민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운을 뗐다.
이어 “곧장 심각성을 인지하고 매트리스 불법소각과 관련한 사실 여부 확인과 함께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강구했다”면서 자체 조사 결과와 대응방안을 설명했다.
통영시에 따르면 매트리스는 지자체가 직접 수거·처리해야 하는 대형폐기물이다.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철재 스프링 같은 고철과 복합소재인 천 등을 분리한 뒤 폐기해야 한다.
불에 태울 경우, 다이옥신 등 각종 발암·유해 물질이 배출되는 만큼 오염물을 걸러내는 집진 설비를 갖춘 전문 소각장 처리가 원칙이다.
통영 관내에서 수거되는 폐매트리스는 하루 10~15개, 한해 3000여 개 정도다.
통영시는 연중 배출되는 매트리스를 환경자원화센터 내 공터에 보관하다 전·후반기 3개월 단위로 시행하는 지역공동체일자리사업 참가자를 동원해 폐기했다.
그런데 2018년 이후 보급된 ‘포켓 스프링’ 매트리스 처리 과정에서 문제가 불거졌다.
포켓형은 개별 스프링을 감싼 소재를 하나, 하나 일일이 벗겨내야 한다.
수거되는 폐매트리스 중 30~40%가 포켓형 제품이다.
시는 2018년 10월께부터 불법 소각이 이뤄져 온 것으로 추정했다.
당시 분리 작업에 어려움을 겪던 작업자가 작업반장에게 토치와 LPG 구입을 요청했고, 이를 이용해 주 1회 아침 7시께 7~8개를 소각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덧붙여 당시 작업자는 소각해선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연기가 많이 발생하지 않고 짧은 시간에 소각이 가능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 것 같다고 했다.
천 시장은 “이후 단기 근로사업인 지역일자리공동체사업 특성상 계속해서 작업자가 바뀌면서 불법을 인지하지 못하고 관행처럼 소각해 온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만 “당시 담당 공무원들은 과도한 업무량으로 현장 점검이나 작업 지시를 소홀히 한 점은 인정된다”면서도 “소각을 지시하거나 목격한 일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보다 자세한 사실관계 확인은 환경미화원인 청소감독원, 담당 공무원 등에 대한 추가조사와 경찰 수사 등으로 밝혀질 전망”이라며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은 더욱 철저한 조사를 통해 가감 없이 시민께 공개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6월 이후부터 최근까지 수거한 폐매트리스는 전량 폐기물처리 전문업체에 위탁 처리했다”면서 “내달부터 수거되는 폐매트리스 중 포켓형은 따로 보관한 뒤 내년 발생 물량과 함께 모두 위탁 처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