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회장, 윤 대통령 앞에서 “신속한 부산 이전” 확약(종합)
윤, 부산항 신항서 비상경제회의
강석훈 산은 회장 직접 가리키며
“부산 발전 위해 조속한 이전” 지시
꽉 막혔던 ‘산은 부산행’ 돌파구
엑스포·북항 등 지원 재차 약속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부산항 신항을 찾아 대선 공약인 ‘산업은행의 조속한 부산 이전’을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의 면전에서 공개적으로 지시했다. 이에 강 회장은 “최대한 신속히 이전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부산세계박람회와 가덕신공항, 북항 재개발 지원도 다시 한번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경남 창원시 부산항 신항 한진부산컨테이너터미널에서 주재한 제7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부산이 세계적인 해양도시, 세계적인 무역도시, 또 배후에 첨단 기술산업 도시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금융 지원이 매우 중요하다”며 “그래서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을 조속하게 추진해주시기를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 같은 발언을 하면서 “특히 이 자리에 산업은행 회장도 참석하셨다”며 강석훈 산은 회장을 직접 가리켰다.
윤 대통령은 "산업은행은 부울경 지역으로 이전해 해양도시화, 물류도시화, 첨단 과학산업 도시화의 길에 꼭 필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외국 금융기관 진출이나 외국 투자 유치를 위해선 산업은행이 금융지원 허브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뜻을 풀이된다.
이에 강석훈 산은 회장은 “이해관계를 잘 조정하고 산업은행의 경쟁력이 훼손되지 않도록 관계 부처와 긴밀히 협조해 최대한 신속하게 이전을 추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산은 이전 공약 이행을 수 차례 언급했는데 산은 노조의 반발과 국회에서의 법 개정 문제 등으로 답보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이날 수출 경쟁력 강화와 해외 건설 수주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비상경제민생회의 자리에서 이 같은 주문을 한 것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강 회장은 이르면 2일 지금까지의 산은 이전 작업 진행 상황과 앞으로의 추진 계획 등을 윤 대통령에게 상세하게 보고할 예정이다. 꽉 막혔던 산은 이전 작업에 돌파구가 마련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아직 공개할 수는 없지만 이전과는 다른 여러 가지 긍정적인 신호들이 있기 때문에 산은이 그런 부분을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와 함께 윤 대통령은 ‘산은 이전’ 문제가 부산의 지역발전뿐만 아니라 최근 우리나라의 무역 위기를 극복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뚜렷한 인식을 갖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정책금융기관의 충분한 자금 지원을 통해 기업들이 기술 혁신과 시장 개척에 도전적으로 나서고, 또 부가가치가 높은 투자 개발 사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또 “2030년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에 외교적 역량을 집중하고 가덕신공항, 북항 재개발 등 주요 현안들이 조속히 추진되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어려움을 겪는 수출기업의 안정적인 유동성 공급을 위해 무역금융 공급 규모를 역대 최대 수준인 350조 원까지 확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무역수지 개선을 위해 대중 수출 위축, 높은 에너지 가격, 반도체 수출 감소 등 3대 리스크에 집중 대응하겠다"며 "산업통상자원부를 비롯한 소관 부처는 현장 수출 기업들의 어려움을 꼼꼼히 살펴서 개선하라"고 당부했다. 이날 비상경제민생회의에는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원희룡 국토교통부,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 등이 함께했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