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술 냄새 물씬 나는 한국·중국 시 100편
주시 일백수 / 송재소
고대 스키타이 출신으로 아나카르시스라는 유명한 철학자가 있었다. 그는 음주에 대해 이런 말을 남겼다. ‘첫 잔은 건강을 위해서요, 둘째 잔은 쾌락을 위해서요, 셋째 잔은 방종을 위해서요, 넷째 잔은 광기를 위해서다.’ 술에 관한 통찰력이 물씬 묻어나는 경구라고 하겠다. 동양에서도 많은 이가 술을 찬미하거나 경계했다.
중국 청나라 문인 오교(吳喬)는 시를 술에 절묘하게 비유했다. “산문은 쌀로 밥을 지은 것이요, 시는 쌀로 술을 빚는 것이다.” 〈주시 일백수(酒詩 100首)〉는 이처럼 술 냄새가 나는 한국과 중국의 시 100편을 소개한다. 술을 마시듯 시를 지은, 시를 읽듯이 술을 마신 옛 시인들의 풍류와 자세를 전해준다. 한국에선 고려와 조선의 작품을, 중국에선 고대에서 청나라에 이르는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산중에 봄빛이 늦게 찾아와/복사꽃 막 지고 고사리 싹 살찌네/깨진 냄비에 술을 데워 혼자서 마시고/소나무 밑에 취해 누우니 시비가 없구나’ 조선조 유학자 기대승의 작품이다. 시비(是非)가 잣은 술자리를 떠올리니 더욱더 가슴에 와닿는 시이다.
저자는 부록으로 ‘중국의 술’을 붙였다. 백주(白酒)와 황주(黃酒)를 소개한다. 술의 특징, 종류, 그 술에 얽힌 이야기까지 자세히 풀었다. 백주의 기원과 분류, 제조와 저장 부분은 전문가의 식견을 느끼게 한다. 수정방, 사특주, 공부가주 등 15종의 대표적인 백주를 읽으면서 익숙한 이름도 확인할 수 있다. 황주 소개 또한 그러하다. 중국의 10대 황주와, 백주와 황주를 아우르는 중국의 10대 명주를 따로 정리하였다. 이 책 발간 소식을 접한 주당들과 중국술 애호가들은 무척 반가울까, 아니면 그저 덤덤할까. 송재소 역해/돌베개/484쪽/3만 3000원
이준영 선임기자 gapi@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