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 "명절에 전 부치지 마라, 기름진 음식 예의 아니다"

김은지 부산닷컴 기자 sksdmswl807@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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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간소화 방안대로 차린 9가지 음식의 차례상이다. 연합뉴스 사진은 간소화 방안대로 차린 9가지 음식의 차례상이다. 연합뉴스

추석을 앞두고 성균관이 차례상 간소화 방안을 내놨다.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는 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차례상 표준안'을 발표했다.

성균관유도회총본부회장인 최영갑 의례정립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회견문에서 "차례는 조상을 사모하는 후손들의 정성이 담긴 의식인데 이로 인해 고통받거나 가족 사이의 불화가 초래된다면 결코 바람직한 일은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추석 차례상 표준안 발표가 가정의례와 관련해 경제적 부담은 물론 남녀갈등, 세대 갈등을 해결하고 실질적인 차례를 지내는 출발점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표준안에 따르면 간소화한 추석 차례상의 기본 음식은 송편, 나물, 구이(적·炙), 김치, 과일, 술 등 6가지다. 여기에 조금 더 올린다면 육류, 생선, 떡을 놓을 수 있도록 안내했다. 다만, 이렇게 상차림을 하는 것도 가족들이 서로 합의해 결정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성균관 측은 "예의 근본정신을 다룬 유학 경전 '예기(禮記)'의 '악기(樂記)'에 따르면 큰 예법은 간략해야 한다(대례필간·大禮必簡)고 한다"며 "조상을 기리는 마음은 음식의 가짓수에 있지 않으니 많이 차리려고 애쓰지 않으셔도 된다"고 말했다.

추석 차례상 표준안. 성균관 제공 추석 차례상 표준안. 성균관 제공

성균관 측은 기름에 튀기거나 지진 음식을 차례상에 올릴 필요가 없다고도 했다. 기름진 음식에 대한 기록은 사계 김장생 선생의 '사계전서' 제41권 의례문해에 나온다. 밀과나 유병 등 기름진 음식을 써서 제사 지내는 것은 예가 아니라고 했다고 성균관 측은 전했다.

그간 차례상을 바르게 차리는 예법처럼 여겨왔던 '홍동백서(紅東白西·붉은 과일은 동쪽에 흰 과일은 서쪽에)', '조율이시(棗栗梨枾·대추·밤·배·감)'는 예법 관련 옛 문헌에는 없는 표현으로, 상을 차릴 때 음식을 편하게 놓으면 된다고 했다.

이 밖에 조상의 위치나 관계 등을 적은 지방(紙榜) 외에 조상의 사진을 두고 제사를 지내도 되며, 차례와 성묘의 선후(先後)는 가족이 의논해서 정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성균관 측은 이번 표준안을 대국민 설문조사 결과와 예법 등을 두루 고려해 마련했다고 밝혔다.

성균관 측이 지난 7월 28∼31일 20세 이상 일반 국민 1000명과 유림 700명을 대상으로 각각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반 국민(40.7%)과 유림 관계자(41.8%) 모두 차례를 지낼 때 가장 개선돼야 할 점으로 차례상 '간소화'를 꼽았다.

차례를 지낼 때 사용할 음식의 적당한 가짓수로는 국민 49.8%가 5∼10개, 24.7%가 11∼15개를 꼽았다. 유림은 35.0%가 11∼15개, 26.6%가 5∼10개를 적당한 가짓수로 봤다.

현재 몇 대 조상까지 차례를 지내는지 묻는 말에 국민과 유림 모두 조부모(2대 봉사)라는 답이 각각 32.7%, 39.8%로 가장 높았다.

적당한 차례 비용으로는 국민은 10만 원대(37.1%), 유림은 20만 원대(41.0%)를 꼽은 경우가 많았다.

최영갑 위원장은 회견문 낭독에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오늘 회견문은 반성문이 맞다"며 유교가 그간 국민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음을 인정했다.

그는 "조선왕조 500년 동안 막강한 힘을 가지고 관혼상제 문화를 주도했으나 현대화 과정에서 옛것만 지키고 형식을 지나치게 강조했다. 국민에게는 '유교 때문이다'라는 욕을 얻어먹는 형편이 됐다"고 했다.

이어 "유교의 차례 간소화 공식 발표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차례를 지내지 않는 것보다 간소하게라도 지내는 게 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닌가"라며 차례 간소화 방안에 대한 기대를 내비쳤다.


김은지 부산닷컴 기자 sksdmswl807@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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