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부산행’ 막 오른다… 임직원 500명 우선 발령 추진(종합)
부산이전 위한 산은법 개정 앞서
본사 직원 30% 1차 발령 고려
경영관리 등 지원부서 유력
입법 회피로 야당 자극 등 변수
윤석열 대통령이 ‘산업은행의 조속한 부산 이전’을 지시(부산일보 9월 1일 자 보도)한 데 대해 정부와 산은이 관련법이 개정되지 않더라도 본사 임직원의 부산 발령을 통해 실질적 이전에 나서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산은 이전을 위해서는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는 산업은행법 제4조 1항의 개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국회 논의가 속도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일단 임직원들을 대규모로 부산으로 보내 이전을 위한 조치를 먼저 취한다는 것이다.
5일 대통령실과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은 이 같은 내용의 부산 이전 추진안을 조율 중인데 방안이 확정되면 강석훈 산은 회장이 윤 대통령에게 보고할 예정이다.
핵심은 서울 여의도 본사에 근무 중인 임직원들을 부산에 단계적으로 보내는 것이다. 1700여 명에 달하는 본사 직원 가운데 30%에 해당하는 500여 명이 1차 인사발령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산은 관계자에 따르면 핵심 업무인 금융·자본시장·글로벌사업 부문보다는 경영관리·심사평가 등 지원 부서를 먼저 부산으로 이전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이 같은 방안은 2005년 한국거래소 본사의 부산 이전 사례와도 비슷하다. 한국거래소는 유가증권시장·코스닥시장·시장감시위원회는 서울에 있고, 경영지원본부·파생상품시장본부와 지난해 신설된 청산결제본부는 부산에 있다.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산은 부산 이전’은 최근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이후 급물살을 타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경남 창원시 부산항 신항에서 열린 제7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부산이 세계적인 해양도시, 세계적인 무역도시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금융 지원이 매우 중요하다”며 “산은의 부산 이전을 조속하게 추진해 주시기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이해관계를 잘 조정하고 산은 경쟁력이 훼손되지 않도록 관계부처와 긴밀히 협조해 최대한 신속하게 이전을 추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다만 대규모 인사발령을 통해 임직원들을 부산으로 내려 보내는 방안이 실제로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산은법 개정이라는 장애물을 피하기 위해 변칙적인 이전안을 추진하는 데 대해 대통령실 내에서도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입법을 우회적으로 회피하는 방법으로 산은 이전에 나설 경우 야당을 자극할 수 있다는 견해가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정부의 국정과제이고, 부산 금융중심지 완성이라는 지역민들의 숙원이라는 점을 내세울 경우 더불어민주당이 법안 개정을 반대할 명분이 없는데 굳이 편법으로 접근해야 하느냐는 이유에서다.
부산 이전 자체를 반대하는 산은 노조의 반발도 거세질 우려가 있다. 법률 개정을 통한 부산 이전의 경우 법적 강제력이 있기 때문에 노조의 반대가 있더라도 밀어붙일 수 있지만 인사 발령은 그렇지 않다. 더구나 임직원들을 대규모로 인사발령했음에도 산은법 개정이 계속 미뤄질 경우 산은 조직이 나눠지면서 업무 비효율과 금융 경쟁력 약화라는 무리수를 불러올 수도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산은 이전 계획안에 대해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며 “여러 대안을 놓고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위원회가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산업은행 부산이전 추진 계획’에 따르면, 기존 수석부행장 중심으로 운영해 온 산은 내 ‘부산이전 TF(태스크포스)’를 이달부터 회장 직속으로 격상한다. 여기에서 직원 반발 등 이전에 대한 내부 반발 해소 방안도 함께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