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통째로 비었다… 부산 ‘준공 후 미분양’ 전국 최다
7대 특·광역시 중 가장 많아
소규모단지 전체 미분양 사례도
서울보다 6배 가까이나 많아
지역 건설사 소규모 단지 외면
부동산 양극화·분양 악화 전망
부산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 물량이 전국 최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에서는 최근 분양한 소규모 공동주택 단지가 통째로 미분양 되는 사태도 잇다르고 있다.
거래 절벽 속에 시장 양극화의 직격탄을 맞은 지역 건설업계는 부동산 경기 연착륙을 위해 정부의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6일 통계청에 따르면 7월 부산지역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 854호를 기록했다. 최근 규제가 완화된 대구(205호)와 대전(357호)을 비롯해 서울(151호), 인천(252호), 광주(46호), 울산(136호) 등 7대 특·광역시 중 최고 규모이다. 전국 시·도를 기준으로는 경북 990호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준공 후 미분양은 건물이 다 지어진 후에도 분양이 안 된 장기 미분양으로, 통상 ‘악성 미분양’으로 불린다. 준공 후 미분양이 많을수록 업체의 자금난이 심각해져 건설업계의 건전성을 측정하는 지표로도 해석된다.
부산지역의 준공 후 미분양이 전국에서 최대 규모인 것은 양극화가 뚜렷한 부산의 주택 시장 특성상 소규모 단지가 부동산 경기 하락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이다.
최근 몇년 사이 부산 지역의 신규 주택 공급은 1000세대 이상의 대규모 재개발 단지가 주도하고 있다. 최근 주택 가격 하락세가 뚜렷해지면 실수요자를 중심 시장이 형성되는데, 이들이 재개발 등을 통해 1군 건설사가 공급하는 대규모 단지에 몰리면서 지역 건설사가 공급하는 소규모 단지는 외면받는 것이다.
실제 최근 분양한 소규모 단지의 계약률은 역대 최저 수준이다. 올해 상반기 사하구에 약 200세대 규모를 분양한 한 공동주택은 한 자릿수 호실만 계약되면서 사실상 단지 전체가 미분양이 됐다. 인근의 다른 공동주택도 전체 세대의 10%만 계약이 됐다. 한 지역건설업체 대표는 “집값이 순식간에 수억 원씩 치솟는 것을 경험한 수분양자들이 인지도가 낮은 작은 단지는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며 “30년 동안 지역 건설업계에 일하면서 이렇게 분양이 안된 때는 처음”이라고 전했다.
상반기 강서구 에코델타시티의 공공분양 단지가 역대 최고 경쟁률를 기록하며 100% 계약을 이어간 것과 비교하면 분위기가 하늘과 땅 차이다. 강서자이에코델타(114.87 대 1)는 상반기 부산지역 최고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고, 이어 분양한 e편한세상 에코델타 센터포인트도 80 대 1을 기록하며 많은 청약자가 몰렸다.
건설업계는 갈수록 부산지역 분양 시장 상황이 악화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부산지역의 8월 아파트분양전망지수는 57.7로, 전국 평균(61.3)보다 낮다. 올해 1월만 해도 부산의 분양전망지수는 86.3으로 전국 평균(76.2)을 웃돌았으나, 분양과 계약실적의 양극화가 심해지자 지수도 급격히 하락한 것이다.
업계는 지역 부동산의 양극화가 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맞물려 장기화하면, 부동산 시장 전체가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악성 미분양이 쌓이면 건설업계가 경영난을 겪을 뿐 아니라 주택 거래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투기가 아닌 정상적인 거래마저도 경색된다는 것이다.
대한주택건설협회 부산시회 성석동 회장은 “고금리와 대출 규제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주택 경기도 하락할 수 밖에 없다”며 “조정대상지역 해제 등 규제 완화를 통해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업계와 서민들의 고통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송지연 기자 sj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