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힌남노] 가구 쌓아 둬도 흙탕물 밀려와… 부산 해안가 상가 ‘일시 멈춤’
유리문 깨져 입구 훤히 드러나
모래·쓰레기에 침수까지 겹쳐
추석 전 정상화 위해 복구 한창
태풍 '힌남노'가 강타한 부산 해안가 상가와 주택 피해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복구 작업이 이뤄지고 있지만 정상화까지는 오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여 자영업자들의 근심이 커진다.
7일 오전 부산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 식당과 카페 주인들은 모두 모래를 퍼내고 물건을 정리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상가 깊숙이 들어온 토사와 자갈을 일일이 쓸어내고 닦았다. 맥줏집을 운영하는 최 모(38) 씨는 “태풍에 대비한다고 테이프도 붙이고 가구도 쌓아 두었는데 아무 소용이 없었다”며 “가게 구석구석 들어온 흙탕물이 아직도 철벅거린다. 하루종일 쓸고 닦느라 영업은 ‘올스톱’됐다”고 말했다. 한 카페는 아예 문이 뜯겨 나간 채 입구가 활짝 열려 있었다. 유리문 일부가 깨지면서 교체를 위해 아예 문을 뜯어 놓은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상영업을 하는 상점이 드물었다. 해안가 카페 10곳 중 6곳이 ‘영업중단’ 문구를 문 앞에 붙여 둔 상태였다.
태풍이 휩쓸고 간 부산 해안가에서는 이틀째 복구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해운대구의 해운대·송정해수욕장에는 200여 명의 자원봉사자와 구청 직원이 투입됐다.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과 민락수변공원에는 군인, 자원봉사자 등 400여 명이 투입돼 복구 작업 중이다.
그러나 해안가 일대 상가는 내부에까지 모래와 쓰레기가 밀려오고, 침수로 기계 고장도 많은 상황이라 자영업자들이 정비를 마치고 정상영업을 재개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추석을 앞두고 대목을 기대했던 자영업자들은 울상을 짓는다.
카페를 운영하는 이 모(43) 씨는 “커피 머신 고장에 깨진 유리컵도 많아서 피해가 심각하다”며 “추석에 고향에 내려온 손님이 늘어날까 기대를 했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추석 이후 영업을 재개할 수만 있어도 다행이다”고 말했다.
횟집을 운영하는 강 모(63) 씨는 태풍 이야기를 꺼내자 얼굴이 어두워졌다. 강 씨는 “가게 밖에 놓인 냉장시설과 수조가 전부 망가져 점검을 맡겨 놓았다”며 “영업도 못하는데 기계 수리비에 가게 정비까지 손실이 얼마나 커질지 걱정이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태풍 피해 복구가 마무리되면 시설과 재산 피해 규모를 확인해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산시 자연재난과 관계자는 “현재까지 구청에 신고된 피해는 42건이고, 복구 작업이 마무리되면 그보다 피해 규모가 훨씬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피해 정도가 파악되면 행정지원에 적극 나설 예정이다”고 말했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