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한동훈 죽이기' 세 가지 시나리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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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호 서울정치팀 부장

탄핵안 의결해 헌재가 파면하면 몸집만 키워
해임건의안 윤 대통령 받아들일 가능성 없어
정치공간 세우지 않는 ‘무시’ 전략까지 거론

더불어민주당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 탄핵을 고심 중이다. 아니 심정적으로는 이미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민주당이 죽을힘을 써서 만들어 놓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을 시행령 개정으로 무력화하려는 것이 첫 번째 이유다. 법무부에 설치한 ‘인사정보관리단’이 정부조직법상 운영 근거가 없어 위법한 데도 이를 무시하고 있다는 것도 지적된다.


국회에서는 번번이 ‘국민의 대표’인 민주당 국회의원들에게 따박따박 말대꾸하고, 공손한 자세를 보이지 않으며 건방지게 괘씸죄를 저질렀다. 어쩌면 앞의 두 가지 이유보다 괘씸죄가 민주당 의원들이 진짜 분개하는 지점인지 모른다.

헌법 제65조 1항에 따르면 국회는 대통령·국무총리·국무위원 등 법률이 정한 공무원이 직무집행을 하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했을 때 탄핵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 탄핵 소추는 국회 재적의원의 3분의 1 이상 발의가 필요하며, 의결은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이 있어야 한다. 다만, 대통령 탄핵소추는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의 발의와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요구된다.

민주당이 전체 300석의 국회 의석 중 과반(151석)을 훌쩍 넘는 169석를 차지한 것을 고려하면 단독으로 탄핵하는 데 전혀 지장은 없다. 탄핵소추안이 의결되면 헌법재판소가 탄핵심판을 하기 전까지 법무부 장관의 권한 행사는 정지된다.

그러나 탄핵심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소추위원이 돼서 헌재에 소추의결서를 제출하면서 시작되는데 지금 법사위원장은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이다. 거기다 헌재가 탄핵안에 대해 어떤 판단을 할지 불투명하다. 헌재가 한 장관을 파면하는 결정을 내리더라도 ‘헌법과 법률을 위배한’ 한 장관의 정치적 몸집은 오히려 커질 가능성이 높다.

탄핵이 부담스럽다면 ‘국무위원 해임건의안’을 통과시키는 방법도 있다. 헌법 63조 1항에 따르면 국회는 국무총리나 국무위원의 해임을 대통령에게 건의할 수 있다. 통과 요건도 탄핵과 똑같아서 민주당만의 힘으로도 가능하다.

2003년 16대 국회 때 야당인 한나라당은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통과시켰다. 한총련이 미군기지에 들어가 불법시위를 했는데 이를 막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해임건의안을 거부했지만, 김 장관은 야당의 공세가 정권에 부담을 줄 것을 우려해 스스로 사퇴했다.

민주당이 해임건의안을 통과시키면 어떤 장면이 연출될까. 변수가 많겠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건의안을 거부할 것이 확실해 보인다. 한 장관도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날 가능성이 거의 없다. 검사 출신인 두 사람 모두 법치주의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있기 때문에 ‘해임건의안 거부’가 위법 사안이 아닌 이상 절대 야당에 밀리지 않을 것이다.

결국 법과 제도를 통해 눈엣가시인 한 장관을 쳐내는 것이 쉽지 않은 현실이다.

그래서 민주당 일각에서는 한 장관을 국무위원으로서 아예 무시하자는 이야기가 나온다. 국회 대정부질문이나, 상임위원회 회의 때 한 장관이 발언할 수 있는 기회를 없애 버려 국민들의 주목도를 떨어뜨리자는 역발상이다.

사실 법무부 장관이 정치 현안이나 민감한 사회 이슈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그리 흔한 일이 아니다. 법무부는 부처의 위상과는 별개로 ‘조용히’ ‘뒤에서’ 역할을 해온 부처다. 문재인 정부 때 조국, 추미애 등 전직 법무부 장관들이 워낙 전면에 나서는 바람에 그런 줄 알았지만 역대 정부에서 법무부는 비정치적 기관이었다. 야당이 한 장관을 굳이 ‘정치 공간’에 불러 세우지만 않는다면 국민들의 뇌리에 각인될 일도 없다는 논리다.

민주당이 이렇게까지 ‘한동훈 죽이기’에 나서는 데는 차기 대선에 대한 불안감이 바닥에 깔려 있다. 다수의 여론조사에서 한 장관은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 1위 자리를 내놓지 않고 있다. 그는 정치하겠다고 밝힌 적도, 더군다나 국민의힘에 몸 담겠다고 한 적도 없다. 검찰총장 시절 여론조사에서 1위에 오른 적이 있는 윤 대통령조차도 한 장관처럼 대선을 5년 앞둔 시점에 이만큼의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결국 한 장관은 야권에서 부동의 대선주자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가장 큰 리스크이다. 민주당이 한 장관을 어떻게 처리할지는 자신들이 선택할 문제이다. 옳고 그름을 떠나 ‘한동훈 죽이기’가 가져올 후폭풍을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 야당을 이끄는 이재명의 미래가 달려있다. 어쩌면 ‘김건희 특검법’보다 더 치명적인 변수이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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