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모처럼 한자리 모여 얼굴 보고 얘기꽃”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 첫 명절
부산역 이용객 전년보다 배 증가
경부선 상행 열차 예매율 100%
힌남노·고물가·취업·엑스포 등
추석 밥상머리 대화 주제도 풍성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12일 오후 부산 동구 부산역은 명절을 가족과 함께 쇠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려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특히 가족 단위 여행객들이 많았다. 손에 명절 음식이 담긴 듯 보이는 보따리나 선물을 들고 이동하는 이들도 눈에 많이 띄었다.
“도착하면 꼭 연락하고. 밥 잘 챙겨 먹어.” “엄마도 병원 빼먹지 말고 다니고….” 부산역 2층 맞이방에서 승강장으로 향하는 출구 앞에서 아쉬운 작별 인사를 나누는 모습도 간간히 보였다. 탑승을 안내하는 방송이 나온 뒤에야 아들을 승강장으로 들여보낸 한 노인은 아들의 모습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야 발걸음을 돌렸다. 정 모(62·부산 수영구) 씨는 “서울에 살아 자주 보지 못하는 자식들을 조금이라도 더 오래 보기 위해 배웅나왔다”며 “작년에는 자식들이 추석 전후로 나눠서 왔는데 올해 추석에는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일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올해 추석 연휴는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유지돼 온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되면서 처음으로 집합 인원 제한이 없는 상태에서 맞이한 명절이다. 지난해 9월 추석 연휴 때 부산지역에는 사회적 거리 두기 3단계가 적용돼 사적 모임이 4명까지로 제한됐다.
이 덕분에 올해 추석에는 부산역과 버스터미널 이용객도 작년보다 훌쩍 늘었다. 이번 추석 연휴 동안 부산역의 하루 평균 이용객 수는 지난해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한국철도공사 부산경남본부에 따르면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사흘 동안 부산역에서 승·하차한 이용자 수는 19만 2897명으로 하루 평균 6만 4000여 명 꼴이다.
아직 집계되지 않은 연휴 마지막 날인 12일 이용객 수를 제외하고도 이미 지난해 이용객 수를 훌쩍 뛰어넘었다. 지난해 추석 연휴 기간인 9월 19~22일 나흘 동안에는 14만 1000여 명, 하루 평균 3만 5000여 명이 부산역을 이용했다. 부산역 한 역무원은 “경부선 상행 열차 예매율이 100%에 이르러 전 좌석 매진됐다”며 “체감상으로도 지난해보다 부산역 이용객이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시민들은 이번 추석에 건강과 취업, 학업 등 일상적 안부를 묻는 것 이외에 동남권을 강타한 태풍 힌남노와 고물가 등을 밥상머리 대화 주제로 올렸다. 이날 오후 2시께 부산역 맞이방에서 열차를 기다리던 대학생 김 모(22·울산 울주군) 씨는 “집합 인원 제한이 사라지면서 지난해보다 더 많은 친지들이 찾아왔다”며 “태풍 힌남노가 고향과 사는 곳 주변을 모두 지나가면서 별다른 피해는 없었는지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민기(33·서울 관악구) 씨는 “회사 근처 식당 밥값이 많이 올랐다고 이야기하니 어머니께서 차례 음식과 반찬을 한가득 챙겨 주셨다”며 “덕분에 한동안 든든할 것 같다”고 전했다.
2030부산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도 추석 대화 주제에서 빠지지 않았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던 대학원생 박 모(30·서울 성동구) 씨는 “타지에 살다 보니 엑스포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는데 고향에서는 어디를 가더라도 엑스포를 홍보하고 있어 유치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며 “친척들과 식사하면서 유치를 두고 부산과 경쟁하는 도시가 어디인지 등에 대해 알게 됐고 관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