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마지막 날, 부산진구 빌라서 모녀 숨진 채 발견 (종합)
각각 흉기 찔리고 얼굴 타박상
자고 일어난 10대 아들이 신고
경찰, “외부 침입 흔적 없지만
타살·독극물 등 다각도로 수사”
추석 연휴 마지막날 부산 부산진구의 한 빌라에서 어머니와 딸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모녀의 사망 경위에 대해 타살 가능성 등 다각도로 수사를 진행 중이다.
13일 부산 부산진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2일 낮 12시 49분 부산진구 양정동의 한 빌라에서 40대인 어머니 A 씨와 10대인 딸 B 양이 숨진 채 발견됐다. A 씨는 거실에서 피를 흘린 채 숨져 있었고 근처에서는 흉기가 발견됐다. B 양은 자신의 방에서 발견됐다.
A 씨의 10대 아들 C 군은 잠을 자다 일어나 누나와 어머니가 쓰러져 있는 것을 차례로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A 씨의 몸에는 흉기에 찔린 흔적이 있었고, B 양은 얼굴에 타박상이, 목에는 졸린 흔적이 남아 있었다.
B 양의 방에서는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화재도 발생했으나 큰불로 번지지는 않았다. 119에 화재와 관련해 신고된 내용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관할 행정복지센터에 따르면 특별한 직업이 없는 A 씨는 현 거주지에 2015년 11월부터 전세로 살아왔고 지난해 남편과 이혼했다. 이후 남매를 양육해오다 경제적 어려움에 올 7월에는 구에 기초생활수급자로 등록하기도 했다. A 씨는 수급자 등록 당시 수천만 원의 은행 빚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가족은 수급자로 등록됐지만 교육·주거 급여만 지급받고 의료·생계급여는 지원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관할 행정복지센터 관계자는 “A 씨의 일일 소득과 전 배우자의 양육비 지급 등으로 의료·생계급여의 선정 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보인다”며 “기초생활수급자 등록 당시 상담 기록을 보면, 경제 문제 이외에 가족 내 질병이 있거나 정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내용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웃 주민들은 모녀의 죽음에 대해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인근 점포 사장은 “일주일에 3번 정도 A 씨가 가게에 찾아와 물품을 사갔는데, 성격도 밝고 이웃도 살뜰히 챙겼다”며 “가족 간 사이도 좋아 보였는데 모녀가 숨진 채 발견됐다고 하니 의아하면서도 안타깝다”고 말했다.
경찰은 모녀의 정확한 사망 경위를 확인하기 위해 사용하던 휴대전화의 디지털 포렌식을 의뢰했다. 또 13일 오전에는 부검을 실시했다. 부검에서 부검의는 B 양의 타박상과 목이 졸린 흔적, A 씨의 흉기에 의한 자상이 직접적인 사망 원인이 아닐 수 있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외부 침입 흔적이 없어 타살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평소 알고 지낸 사람이 집에 출입했을 가능성과 타살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태”라며 “독극물과 화재에 의한 일산화탄소 중독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 ,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