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정신장애인 웹툰 작가, 이웃을 말하다
필명 김군 ‘둥근 마음…’ 출간
편견 이겨 내려 열심히 살아가는
정신장애인 일상 담은 만화
해운대구민 사연도 함께 그려
옛 해운대역사서 출판기념회
부산에서 웹툰 작가로 활동 중인 한 청년 정신장애인이 지역에서 살아가는 정신장애인들의 일상을 담은 만화책을 출간한다. 정신장애인이 웹툰 작가로 지역에서 오랫동안 활동하며 두 번째 출간물까지 내 관심이 쏠린다.
정신재활시설 ‘송국클럽하우스’는 16일 부산 해운대구 옛 해운대역사 ‘해운대 아틀리에 칙칙폭폭’에서 웹툰작가 ‘김군’(필명·35)의 ‘둥근 마음 뭉근한 마음’ 출판기념회를 연다고 15일 밝혔다.
김군은 이번 책에서 자신과 자신이 소속된 송국클럽하우스 정신장애인들의 일상 이야기를 만화로 그렸다. 선인장도 쉽게 죽이던 소위 ‘곰손’이 반려식물 ‘스파트필름’이라는 식물을 키우면서 꽃을 피워낸 이야기, 크로스핏 체육관에서 운동하다가 평소 팬이던 곽윤기 쇼트트랙 선수를 만나서 같이 사진을 찍은 이야기처럼 여느 이웃들과 다르지 않은 소소한 일상들이다. 송국클럽하우스는 1996년 부산 해운대구에서 문을 연 최초의 정신장애인 시설로, 현재 정신장애인 64명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군의 책에는 부산시민들의 이야기도 담겼다. 해운대구정신건강복지센터는 ‘당신의 이야기를 그려드립니다’라는 이벤트를 열고, 해운대구 주민들의 정신 건강 이야기를 모았다. 이 중 김군이 직접 선택한 사연 20개를 직접 만화로 그렸다.
이번 책은 2020년 104편의 만화를 모은 책 ‘우리는 좀 뾰족한 사람들이야’에 이어 김군의 두 번째 출간물이다. 만화에 관심이 많던 그는 2018년 SNS에 자신이 그린 만화를 공유하며 본격적인 웹툰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심리 만화를 그리는 제주도의 한 정신과 의사가 SNS에서 그의 작품을 보고 자신의 환자들의 이야기를 그려달라고 작품을 의뢰한 게 웹툰작가로서 첫 수입이었다.
처음에는 필기구로 A4 용지에 직접 만화를 그렸지만, 온라인 모금을 통해 태블릿PC 등의 장비를 지원 받았다. 현재 작업은 이상석 보조 작가가 정신장애인들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콘티를 짜고 김군이 그림을 그리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번 출판기념회는 정신건강 사회복지사, 사회복지 공무원 등도 참여해 간담회 형식으로 진행된다. 출판비용은 인터넷을 통한 모금과 지역 은행의 후원 등으로 마련했다.
그는 조현병이나 우울증 등 정신장애인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적 편견을 해소하기 위해 이번 책을 냈다고 밝혔다. 김군은 “이번 만화책이 저처럼 정신 건강의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용기와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면서 “비장애인들도 정신 건강에 어려움을 갖고 있지만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을 이웃으로 가깝게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숙 송국클럽하우스 소장은 “비장애인들이 이 책을 통해 때로는 유쾌하고 때로는 답답한 정신장애인의 일상을 바라보며 다른 이의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깊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신장애인은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조현병, 양극성정동장애, 재발성우울장애 등을 앓는 사람이다. 정신질환자라는 단어가 가지는 사회적 편견이 큰 탓에, 정신장애 등록 여부와 상관없이 정신건강복지법에 따라 정신건강에 어려움이 있는 사람을 정신장애인이라고 칭하는 경우가 많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