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문화지리지 2022 부산 재발견] 발로 뛴 ‘부산문화지리지’ 13년 만에 다시 그린다
2009년판 신문화지리지 ‘시즌2’
확장된 지역 문화 발굴·재해석
부산일보·부산문화재단 공동기획
제대로 된 부산문화지리지는 계속 다시 쓰여야 한다. 2009년 <부산일보> 시리즈 ‘新문화지리지-2009 부산 재발견’은 ‘부산 문화를 집대성한 기념비적인 사건’이란 호평을 얻었다. 수정 증보판을 내겠다는 약속도 했다. 그 약속을 13년 만에야 지킬 수 있게 됐다. 눈 밝은 부산문화재단의 제안과 지원 덕분이다,
<부산일보>는 20일부터 ‘新문화지리지-2022 부산 재발견’을 연재한다. 2009년판 신문화지리지의 ‘시즌2’다.
신문화지리지는 부산 문화 원형을 시간과 공간의 좌표 위에 압축한 부산 문화 여행안내서이자 부산 문화 사전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란 말처럼 흩어져 드러나지 않았던 부산 문화의 참모습을 찾는 여정이다. 매일 쏟아지는 뉴스를 소비하느라 숨 가쁘게 걸어온 길을 돌아보며 나무가 아니라 숲을 조망하는 시간이다. 우리도 몰랐던 K컬처의 내공을 뒤늦게 알아차린 것처럼 부산 사람도 몰랐던 부산 문화 가치를 발굴하는 작업이다. 흩어진 별을 이어 별자리를 만드는 작업을 하다 보면 전혀 다른 통찰과 이야기를 발견할지 모른다.
신문화지리지 시즌2는 낡은 자료를 업데이트하는 것과 함께 시즌1과 다른 새로운 흐름도 포착하려 한다. 문화 데이터베이스 구축 명분으로 전수조사에 방점을 찍었던 시즌1과 달리 선택과 집중으로 부산 문화 본질을 드러내는 발굴 작업과 재해석에 주력할 참이다.
지난 10여 년간 지역 문화 풍경은 많이 바뀌었다. 부산 문화 소프트파워는 부쩍 강해졌다. 시즌1 연재 당시 부산영상위원회 10년 촬영 성과물이 228편이었는데, 코로나19 와중이던 지난 한 해에만 10년 치의 절반이 넘는 142편의 영화를 부산서 찍었다. BTS 정국과 지민을 낳은 부산에서 세이수미, 소음발광, 보수동 쿨러 같은 인디밴드들은 한국을 넘어 세계에 이름을 알리고 있다. 하드웨어도 단단해졌다. 부산 대표 도서관인 부산도서관과 영남권 최초 국가도서관인 국회부산도서관이 들어선 것은 개성과 취향을 내세운 독립서점의 분투와 함께 특기할 일이다. 기억의 지층도 두꺼워지고 있다. 경주에서나 보던 고총고분 8기가 추가 발굴된 연산동고분군은 고대 토목 기술 가치를 인정받아 부산시기념물에서 국가사적으로 승격했다. 삼국시대 마을 유적이 통째로 조사됐던 기장 가동유적 발굴은 정관박물관 개관으로 이어졌다. 시간을 빨리 감으면 일렁이는 변화의 움직임이 눈에 들어온다. 달맞이고개를 비롯해 해운대구에 몰렸던 화랑은 복합문화공간 F1963을 중심으로 망미동과 수영강변, 광안리로 이어지는 수영구로 확장되는 추세다.
그렇게 시즌1과 비교해 달라진 부산 문화 풍경을 담아내는 것이 시즌2의 주요 과제다. 더불어 시즌1에서 담지 못했던 크고 작은 영화제, 건축과 도시 이야기도 다룬다.
미술관 옆 화랑을 시작으로 발굴 현장, 촬영지 지도, 종합문화공간, 클래식 연주자, 시·소설 속 부산, 도서관과 책방, 소극장 지도, 춤 지형, 미디어 환경, 인디신, 부산 출신 대중문화인, 축제에 이르기까지 15꼭지 주제로 매주 부산 문화 지도를 그려 나간다.
‘발로 쓰는’ 신문화지리지 시즌2에는 문화판에서 ‘좀 놀았던’ 기자들로 별동대를 꾸렸다. 현직 문화부 기자뿐만 아니라 문화부장을 지낸 20~30년 차 기자들까지 9명이 편집국과 부서의 칸막이를 넘어 힘을 모았다. 지금, 여기의 부산 문화 단면을 지도 한 장에 직관적으로 담은 그래픽은 이번 기획을 끌고 가는 핵심 콘텐츠다. 그래픽은 비온후 김철진 대표가 맡았다. 신문 연재가 끝나면 한 권의 책으로 묶어 낼 예정이다. 부산문화재단 이미연 대표는 “이 기획기사를 통해 지역 문화의 숨결과 땀내를 느끼며 다시, 부산 문화의 다음 시대를 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시즌3 기획을 기대하며 시즌2 막을 연다.
특별취재팀=이상헌 선임기자 ttong@busan.com
이상헌 기자 tto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