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전국 첫 젠더폭력 통합대응기관 ‘이젠센터’ 운영
부산시가 전국 최초로 여성폭력 통합대응을 위한 기관을 연다. 최근 서울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으로 젠더폭력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부산시가 선제적으로 여성 대상 폭력의 예방부터 피해자 지원까지 통합대응 체계를 만드는 것이라 눈길을 끈다.
21일 부산시는 23일 부산진구 범전동에서 여성폭력 방지 종합지원센터 ‘이젠센터’ 개소식을 열고 26일부터 센터를 본격 운영한다고 밝혔다. ‘이젠(E-Gen)’은 성평등을 뜻하는 영어 단어(Equality Gender)와 '이젠 성차별과 폭력이 없는 부산을 만들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시민 공모로 명칭을 선정했다.
이젠센터는 젠더범죄 예방사업실, 여성긴급전화 1366 부산센터,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 등으로 구성된다. 24시간 피해 신고 접수를 비롯해 상담부터 피해자 지원까지 관련 기관을 한곳에 모아 여성폭력 관련 ‘원스톱’ 대응 서비스를 제공한다.
부산시는 스토킹, 디지털 성범죄 등 여성폭력 사건이 잇따르자 체계적인 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해 이젠센터를 마련했다. 그동안에는 피해 접수와 상담, 지원 등이 따로 이뤄지면서 신속하고 체계적인 피해자 관리가 이뤄지기 힘들었다. 센터 개소로 24시간 여성폭력 피해 긴급 신고 접수·상담을 하는 여성긴급전화 1366 부산센터와 피해자 지원센터가 유기적으로 연결돼 피해자 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특히 여성긴급전화 1366 부산센터가 이젠센터로 자리를 옮기면서 접근성이 개선됐고, 피해자들이 머무를 수 있는 긴급피난처도 1곳에서 4곳으로 확대돼 피해자 지원이 한층 강화된다.
늘어나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시스템도 구축된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는 성범죄 영상물 유포 등 피해 신고 접수와 상담, 피해 영상물 삭제 지원, 수사·법률 연계 업무를 중점으로 수행한다. 온라인 그루밍 등 디지털 성범죄 관련 신고가 접수된다면 피해자의 정서적 안정을 위한 상담과 관련 수사 등이 복잡한 단계를 거치지 않고 한번에 원활히 이뤄질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된다.
젠더범죄에 대한 실태조사와 예방 교육은 확대된다. 젠더범죄 예방사업실은 소규모 민간사업장 내 성희롱·성폭력 예방을 위한 조직문화 컨설팅과 교육·홍보 등을 담당한다. 대규모 사업장에서 주로 실시됐던 성희롱·성폭력 예방 교육이 30인 이하 사업장에서도 진행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또 여성폭력 현황 통계관리와 실태조사를 통해 체계적인 지원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부산시 여성가족국 여성가족과 관계자는 “여성폭력 피해자를 보호하고 지원하기 위해선 유관기관의 긴밀한 협력과 체계적인 대응이 중요한데 이젠센터가 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 폭력’은 성별에 기반을 둔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 신체적·성적·정서적·경제적 폭력 등을 포함한다. 여성가족부의 '2021 여성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성인 여성 7000명 가운데 평생 동안 여성폭력 피해를 한 번이라도 경험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전체의 34.9%로, 3명 중 1명꼴로 나타났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