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 관광시설은커녕… 해운대 엘시티 상가 80% ‘텅텅’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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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개별 분양 전환
267개실 중 40여 곳만 영업
“돈 되는 아파트 장사만 해” 비판
엘시티, 코로나 등 어려움 토로

21일 부산 해운대구 엘시티(해운대관광리조트) 상가 ‘엘시티 더몰’ 일부 점포에 임대 현수막이 붙어 있다. 21일 부산 해운대구 엘시티(해운대관광리조트) 상가 ‘엘시티 더몰’ 일부 점포에 임대 현수막이 붙어 있다.

'사계절 체류형 관광시설'로 추진된 부산 해운대구 엘시티(해운대관광리조트)가 상가마저도 비싼 임대료로 대부분 비어 있어 조성 취지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다 엘시티 주요 관광시설 역시 대부분 사업자 선정조차 되지 않아 개장이 무기한 연기된 상황이다.

21일 낮 12시께 찾은 엘시티 상가 ‘엘시티 더몰’. 점포 대부분이 내려진 셔터 위로 ‘임대’ 현수막만 덕지덕지 붙어 있다. 한 점포에는 각기 다른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붙인 임대 현수막이 8개나 붙어 있다. 일부 영업을 하는 점포가 있지만, 점심시간인데도 방문객이 없어 상가 전체가 한산한 모습이다.


엘시티 상가는 1~3층 총 267개 점포가 있지만 현재 영업을 하는 곳은 40여 곳에 불과하다. 그중 부동산 중개업소가 20여 곳으로 절반에 달하고 나머지는 마트와 은행, 카페, 보석가게, 병원 등이다. 심지어 바다 전망이 나오는 2층 점포 수십 곳 중 1곳을 제외하고 모두 '공실' 상태다. 부산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해운대해수욕장을 지척에 두고 추진된 사계절 관광 시설 내 상가라고 하기에는 아쉬움이 많다.

엘시티 상가는 지상 1~3층, 연면적 8만 3790㎡ 규모의 초대형 상업 시설이다. 앞서 엘시티 시행사인 (주)엘시티PFV와 신세계프라퍼티는 복합쇼핑몰인 스타필드시티를 이곳에 입점시키기 위해 수익률 배분 등을 놓고 협상을 벌였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해 결렬됐다.


부산 해운대구 엘시티 전경. 부산일보DB 부산 해운대구 엘시티 전경. 부산일보DB

결국 시행사 측은 2020년 12월 일괄 분양 대신 개별 분양으로 방향을 틀었다. 부산도시공사에 따르면 점포당 10억~40억 원대로 분양해 현재 분양률은 75%다. 하지만 전체 점포 중 80% 이상이 상가로 운영되지 않고 공실로 남아 있다. 이유는 비싼 임대료로 분석된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상가 1층 바다 전망인 점포는 월 800만~1000만 원 수준이다. 상가 안쪽은 위치에 따라 평균 500만 원대이며, 평형이 좁은 일부 점포는 100만 원대 후반도 있다.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임대료가 너무 비싸서 아무도 들어오지 않고 있다”면서 “바다 전망이 나오는 점포의 경우 분양가가 40억 원이 넘는데, 주인이 자산이 많아서 그런지 800만~900만 원하는 임대료를 깎을 바엔 그냥 이자를 내겠다고 말하더라”고 밝혔다.

여기에다 관광객을 모을 수 있는 관광·콘셉트시설 대부분이 아직 사업자조차 선정하지 못한 것도 상가 활성화를 막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관광·콘셉트시설은 워터파크, 테마파크, 메디컬·스파 등이다. 테마파크는 익사이팅파크, 영화체험박물관, 해양화석도서관, 아트갤러리 등이 들어선다. 그나마 사업자가 선정된 워터파크는 올여름 개장 예정이었지만, 현재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엘시티 측은 이르면 내년 봄 이후에야 개장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관광·콘셉트시설의 개장이 무기한 연기되자 부산도시공사와 엘시티PFV는 소송전까지 벌였다. 부산도시공사는 엘시티PFV가 2020년 8월까지 콘셉트시설 개장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며 이행보증금 139억 원을 몰수했다. 이에 엘시티 측은 코로나19로 인한 영업 금지 등 제반 여건의 악화로 인한 것으로 100억 원이 넘는 이행보증금은 과도하다며 도시공사를 상대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부산지법은 최근 엘시티PFV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이행보증금을 80%로 감액하라고 판결했다.

상가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엘시티 사업의 핵심인 관광·콘셉트시설까지 약속대로 제때 갖춰지지 않으면서 사계절 관광시설을 표방했던 엘시티가 결국 ‘돈 되는’ 아파트 장사만 했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전문가들은 관광·콘셉트시설 개장이 무기한 연기된 데다, 상가 경기 침체 속에 임대료마저 높아 엘시티 상가의 공실 상태가 길어질 것이라고 내다본다.

홍준성 동의대 부동산학과 겸임교수는 “현재 자영업자들은 싸고 작은 점포를 선호하는 추세로 엘시티 상가는 임대료가 대폭 조정되지 않으면 임대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엘시티는 주거시설인 아파트(882세대·43.9%)와 레지던스, 호텔, 전망대 등 관광·지원시설로 구성돼 있다. 아파트는 2019년 11월 말 입주했다.

글·사진=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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