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와 ‘헤어질 결심’… 아직 두렵거나 벌써 설레거나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 전면 해제 첫날
“아직 일러” 시민 대다수 착용하고 외출
“마스크 벗고 이대호 응원가” 기대감도
부산국제록페스티벌은 착용 적극 권고
BIFF·BTS 콘서트 등 방역 우선할 듯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전면 해제된 첫날 시민들은 아직 큰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면서도 ‘마스크’ 없는 일상에 대한 기대감도 함께 드러냈다. 다만 부산국제영화제(BIFF), BTS 콘서트 등 다음 달 잇따라 대규모 행사를 앞둔 부산시는 행사장에서 마스크 착용을 적극적으로 권고하며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26일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전면 해제된 첫날 시민 대다수는 여전히 마스크를 착용한 채 외출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이날부터 50인 이상 참석하는 야외 집회와 공연, 경기 등에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는 방역 지침이 해제됐다. 지난해 4월 실외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된 지 1년 5개월여 만이다.
시민들은 정부의 방역 지침과 별개로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익숙해졌고 인식도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반응이다. 이현주(33·부산 동래구) 씨는 “여전히 확진자가 발생해 당분간 마스크를 착용할 계획”이라며 “아직 안심하고 마스크를 벗기엔 이르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유행과 방역을 상징하던 마스크 착용이 일상에서 사라져가는 추세를 보이자 코로나19 종식이 더욱 가까워진 것 같다는 반응도 있었다. 올해 초 오미크론 변이 대유행이 지나면서 5월 실외에서 일반적인 마스크 착용 의무는 해제됐다. 다만 밀집도를 고려해 ‘50인 이상’ 장소에서만 제한적으로 적용됐다. 변정의(79·부산 동래구) 씨는 “숨이 차 마스크가 불편했는데 소식을 듣고 오늘부터는 마음 편히 벗고 다니기로 했다”며 “코로나19 유행도 이제 끝을 향해 가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분야는 50인 이상이 참석하는 야외 집회와 공연, 경기 등이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집회 현장에서 구호를 외치거나 응원가와 ‘떼창’ 등의 행위도 허용된다. 부산시는 다음 달 부산국제록페스티벌, BIFF, BTS 콘서트 등 대형 행사를 앞두고 있다.
시즌 종료를 앞두고 아쉬워하던 부산의 프로야구 팬들은 기대감을 드러냈다. 부산을 연고지로 하는 롯데 자이언츠는 다음 달 사직 야구장에서 3차례 홈경기를 끝으로 올 시즌을 마무리한다. 성 모(35·부산 사상구) 씨는 “비록 올해도 가을야구는 보지 못해 아쉽지만 마스크를 벗고 편하게 응원가도 부르며 이대호 선수의 은퇴 시즌을 보내는 것도 괜찮은 결말 같다”고 말했다.
다음 달 1일부터 사상구 삼락생태공원에서 개최되는 부산국제록페스티벌에서는 조직위원회 차원에서 마스크 착용을 적극 권고한다는 입장이다. 이틀 동안 3만여 명에 이르는 많은 인원이 행사장을 찾고 비말이 주변으로 퍼지는 ‘떼창’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부산국제록페스티벌을 주관하는 (사)부산문화관광축제조직위원회 관계자는 “밀집도를 낮추기 위해 이전보다 넓은 부지를 확보했고 방역 게이트 운영, 마스크 배부 등 기본적인 방역 조치도 유지해 참가자들의 안전에 신경쓰겠다”고 전했다.
다음 달 5일 개막하는 BIFF도 이번 조치 이후 자체적인 야외 프로그램 방역 방침을 검토하고 있다. 영화제 동안 화제작을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상영하는 ‘오픈 시네마’ 섹션이 운영된다. 부산국제영화제 부산사무국 관계자는 “영화제를 찾는 관객과 영화인들의 건강과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며 “부산시 등과 논의해 야외 상영 관람객에 대한 방역 방침을 조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음 달 15일 부산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펼쳐지는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 기원 콘서트 ‘BTS 옛 투 컴 인 부산’(BTS Yet To Come in BUSAN)에는 전 세계 6만여 명의 팬이 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부산시 이소라 시민방역추진단장은 “행사 주최 측에서 밀집도와 주 참가자 연령대, 행사 내용 등 특성을 고려해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는 강도를 조정할 방침”이라며 “BTS 콘서트의 경우 해외 입국자 PCR 검사 등 남아 있는 방역 관련 규제를 고려해 중점적으로 관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방역 당국은 코로나19 유증상자를 비롯해 고령층 등 고위험군에는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고 있다. 또한 실외라 하더라도 사람들의 밀집도가 높고 함성과 합창, 대화 등이 이뤄져 비말이 많이 발생할 수 있는 환경도 마스크 착용 권고 대상이다.
이번 조치와 별개로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는 당분간 이어진다. 올겨울은 코로나19와 독감이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 가능성이 높게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6일 외래환자 1000명당 4.9명 이상이 독감 환자로 의심되면서 전국에 독감 유행주의보가 발령된 상태다.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