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도심 공존”… 부산, 혁신도시 이주율 ‘전국 최고’
국토교통부 올 상반기 통계 조사 결과
가족 동반·1인가구 정주율 81.2%
해운대·남구 등 외지인 선호지에 위치
편리한 교통과 교육여건 등 만족도 커
혁신도시별 주민등록 인구도 전국 1위
부산 남구 대연혁신도시로 이전한 금융 공기업 직원 A 씨는 8년 전인 2014년 처음으로 부산에 정착했을 때의 느낌을 잊을 수 없다.
당시 A 씨는 28살. 그동안 인천과 서울에서만 생활한 ‘수도권 토박이’다. ‘부산 사람들은 투박하고 거칠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인지 솔직히 부산에 이사를 했을 때 고향을 떠난 불안한 마음이 더 컸고 새로운 도시에 대한 기대는 상대적으로 작았다.
하지만 A 씨는 시간이 흐를수록 불안했던 마음은 사라지고 즐거운 기억들이 차곡차곡 쌓이기 시작했다. 겉으로는 퉁명스럽지만 속으로는 정이 넘치는 부산 사람들의 마음에 A 씨는 반했다.
굳이 좋은 집을 몇 곳 더 소개해 주겠다는 부동산중개업소 사장, 타지에서 왔다고 하니 채소를 더 얹어 주는 동네시장 채소가게 주인, 반찬 한 접시 더 챙겨 주던 음식점 직원…. A 씨는 “부산 사람들은 서울 사람들에 비해 정겹고 살가워서 ‘사람 냄새’가 난다”며 “지금 살고 있는 곳도 부산의 한 가운데나 다름없는 대연혁신도시로, 다른 지역 혁신도시보다 정주여건이 훨씬 낫다”고 말했다.
이 공공기관 직원 B 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인근에 산과 바다 등 아름다운 자연이 있는 점도 늘 관광지에서 지내는 기분을 내게 한다고 말했다. A 씨는 “부산은 바다 등 자연과 도심 등 현대적 미가 공존하는 아름다운 도시란 것을 와서야 알게 됐다. 수도권에서만 살았으며 부산의 매력을 몰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 혁신도시 중에 가족이 다 내려와서 살거나 본래 혼자이던 사람이 1인가구로 내려온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부산으로 나타났다.
이는 부산이 수도권에서 거리가 먼 이유도 있겠지만 혁신도시가 도심에 위치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여건이 다 갖춰져 있는 데 원인이 있다는 설명이다. 또 서울만큼 ‘야박’하지 않고 정겨운 면이 많이 남은 데다 언제나 바다를 즐길 수 있는 환경, 타 지역 어디로든 갈 수 있는 편리한 교통도 한몫한다는 것.
국토교통부는 ‘2022년도 상반기 기준 혁신도시 정주여건 통계 조사 결과’를 26일 발표했다. 전국적으로 혁신도시 인구는 6월 말 기준 23만 2632명으로, 정부 계획인구(26만 7000명)의 87.1%다. 1년 전에 비해 3231명이 더 늘었다.
혁신도시별 주민등록 인구는 부산이 계획인구 7000명에 7300명을 달성해 달성률 105.7%로 가장 높았다. 다만 부산 혁신도시는 해운대·영도·남구 등지에 흩어져 있는데 계획인구 자체가 다른 곳에 비해 적고 모두 도심에 있어 다른 지역과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경남은 계획인구 3만 8000명의 86.8%를 달성했고 울산은 계획인구 2만 명의 99.5%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혁신도시 인구의 평균 연령은 34.7세로, 한국 전체 평균(43.3세)에 비해 매우 젊었다. 특히 만 9세 이하 인구가 15.5%를 차지해 전국평균(7.5%)의 2배에 달했다. 아무래도 공공기관에서 매년 젊은 직원들을 채용하는 데다 이들 직원이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낳은 비율이 우리나라 전체에 비해 높기 때문.
특히 이전 공공기관 직원들의 가족동반·1인가구 이주율은 67.7%로, 2017년 이후 계속 증가했다. 혁신도시별로는 부산이 81.2%로 가장 높았다. 이어 제주(78.9%) 전북(75.6%) 등의 순이었다.
부산시 관계자는 “부산 혁신도시가 해운대나 남구 등 외지인들이 선호하는 곳에 있어 다른 혁신도시처럼 외곽에 별도의 혁신도시를 만든 것보다 정주율이 꽤 높은 것으로 안다”며 “편리한 교통과 교육여건, 식당 쇼핑가 등 수도권 어느 지역과 다를 바 없는 곳이어서 가족동반 선호율이 높다”고 말했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