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비속어 발언’ 덮친 정기국회, 상임위 곳곳서 ‘파열음’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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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위원회 등 언쟁으로 정회
복지부 장관 인사 청문회 중단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2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2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을 둘러싼 여야 간 공방으로 27일 정기국회 일정이 진행된 국회 상임위도 곳곳에서 파행을 빚었다.

국회 운영위원회는 이날 국정감사 실시계획서 채택을 위한 전체회의를 열었으나 이 문제를 둘러싼 여야 의원들의 언쟁으로 20여 분 만에 정회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잇달아 의사진행발언을 신청, 해당 논란에 대한 대통령실 현안 보고를 받아야 한다고 요청했다.


이수진 의원(비례대표)은 ‘사실과 다르다’는 윤 대통령의 해명에 대해 “대통령이 사과하고 책임자들이 책임지면 될 일을 전 국민 앞에서 부정하고 거짓 해명으로 일관한다”며 “국회가 나서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영순 의원도 “진실이 뭔지, 당시 수행했던 외교부 장관이나 대통령실 직원들은 뭘 했는지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가세했다.

반면 국민의힘 윤두현 의원은 윤 대통령 발언 논란과 관련, “(민주당이)언론 자유 탄압을 말하는데 언론의 자유는 거짓말하는 게 아니다”면서 “보도되기 전에 보도된 걸 아는 건 2022년판 한국판 마이너리티 리포트다. 그것부터 말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여권이 MBC와의 ‘정언유착’ 의혹을 제기한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를 겨냥했다. 조은희 의원도 “어떻게 보도가 되기 전에 정치권에서 그 말이 나오느냐”며 박 원내대표를 재차 겨냥했다. 박 원내대표를 겨냥한 발언이 이어지자 민주당 의원들이 강하게 반발했고, 국민의힘 소속 권성동 운영위원장은 “회의가 불가하다”며 정회했다.

이날 오전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열린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도 비속어 논란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반발에 첫 질의를 해 보지도 못한 채 정회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윤 대통령의 비속어가 국회에 대한 모욕이라며 대통령의 유감 표명 없이 청문회를 진행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강훈식 의원은 “대통령실의 해명대로라면 (윤 대통령이)민주당 국회의원들을 ‘이 XX’라고 불렀다는 것인데, 민주당이 그런 욕설을 들어가며 청문회를 해야 하는지 의심스럽다”며 “(대통령의)유감표명이나 사과 없이 대통령이 요청한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를 진행하는 데 동의하기 어렵다”고 반발했다. 이에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은 “강 의원의 말도 일리가 있지만, 복지부 장관 공석에 따라 많은 국민들이 아픔을 호소한다”며 “오늘 청문회를 통해 충분히 검증해 복지부 장관 임명에 힘을 합치기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야의 대치는 이어졌고, 정춘숙 복지위원장은 오전 11시께 정회를 선언했다. 이후 속개된 청문회에서는 조 후보자가 기획재정부 재정관리관(차관보) 퇴직 후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이사로 일하며 약 3억 원의 연봉과 1억 1400만 원의 공무원 연금을 동시에 수령하면서 건강보험은 배우자의 피부양자로 등록한 사실이 쟁점이 됐다.

조 후보자는 “법적인 문제는 없지만 국민이 의구심을 갖는 것에 대해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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