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님한테만 텅 빈 카톡 프로필?… MZ세대는 SNS 거리 두기 중
친한 사람한테만 ‘멀티 프로필’
직장용·개인용 별도 계정 기본
“40~50대 놀이터” 페북선 이탈
“당연”과 “당혹” 사이 반응 갈려
경남 창원시의 한 중견기업에서 15년간 근무해 온 정 모(45) 과장은 팀원들과 회의를 하다 다소 당혹스러운 일을 겪었다. 팀원 중 한 명의 카카오톡을 통해 다른 20대 직원의 프로필 사진을 우연히 보게 됐는데, 연인과 여름휴가를 다녀온 사진을 프로필로 여러 장 걸어 놨던 것이다.
정 씨가 자신의 카카오톡을 통해 해당 직원의 프로필을 확인해 봤지만, 아무런 사진도 업로드하지 않았을 때 뜨는 ‘기본 프로필’만 보였다. 정 씨는 그제서야 카카오톡의 ‘멀티 프로필’ 기능을 알게 됐다. 친구 목록에 있는 사람들을 구분해 최대 4개의 제각기 다른 프로필을 보여 주는 기능이다.
정 씨는 “그래도 몇년간 함께 일했던 직원이고 잘 대해 줬다고 생각했는데, 사생활 일부도 공개하기 싫은 불편한 인물로 나를 여겨 왔다니 서글펐다”며 “그렇다고 티를 낼 수도 없는 노릇이라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한다”며 웃어 보였다.
SNS 속 MZ세대(1980~2000년대 태어난 세대)의 비대면 거리 두기가 한층 강화되고 있다. 회사나 학교 등에서 반강제적으로 맺어진 대면 인간관계와의 거리를 분명하게 정해 두고, 진정한 자신을 찾아 드러내기 위해 ‘부캐(본업과는 다른 활동을 하는 캐릭터)’를 만드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MZ세대는 당연한 일이라는 반응이지만, 정 씨처럼 이러한 시도가 익숙지 않은 이들에게는 당혹스럽기만 하다.
직장인 김 모(36) 씨는 인스타그램과 트위터 등을 모두 합해 7개의 계정을 운영한다. 자신의 이름을 내건 계정은 하나뿐이고, 나머지는 주제에 맞게 각기 다른 명칭을 붙여놨다. 크로스핏, 책 읽기, 맛집 탐방, 고양이 일상 등 주제도 다양하다. 모두 김 씨의 부캐들인데, 인기가 좋은 계정은 팔로워가 수백 명에 이른다. 김 씨는 “거의 모든 팔로워는 직접 만나본 적이 없는, 실제로는 모르는 사람”이라며 “친구는 물론 특히 직장 동료들에게는 알리고 싶지 않아 절대 티를 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탓에 세대별로 즐겨 찾는 SNS도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특히 ‘부장님들의 놀이터’라는 별명까지 붙게 된 페이스북에서 MZ세대 이탈 현상이 도드라진다. 지난달 빅데이터 분석 솔루션인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페이스북의 지난달 국내 월간활성이용자(MAU)는 1109만 6919명으로 2020년 5월에 비해 25% 넘게 감소했다.
이는 젊은 세대의 이탈 현상 때문이다. 6월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 따르면 지난해 M세대(만 25∼38세) 페이스북 이용률은 27.0%로, 2017년 20대 페이스북 이용률(48.6%)보다 훨씬 낮다. Z세대(만 9∼24세) 페이스북 이용률도 38.4%로, 2017년 10대 페이스북 이용률(57.2%)보다 현격히 낮다.
국내의 한 IT업계 관계자는 “직장상사나 부모님과 일상을 공유하기 싫은 10~30대들은 이미 인스타그램이나 틱톡 등 다른 플랫폼으로 대거 넘어갔다”며 “페이스북의 주 이용층은 40~60대로 굳어졌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메타도 이 같은 상황을 인지하고 멀티 프로필 기능을 추가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관리자급 직장인인 이 모(52) 씨는 “젊은 세대가 윗세대의 관심을 부담스러워하고 간섭을 싫어하는 현상은 일견 당연하다”면서도 “SNS 속 거리 두기도 지나치면 사람과 사람 간의 소통을 저해하게 될까 봐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