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의 숲에서 몸과 마음을 ‘새로고침’
산림치유지도사가 함께하는 치유의 숲 프로그램
숲속 걷기, 스트레칭, 족욕, 천연비누 만들기 등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우리는 숲의 효능을 알고 있다. 숲길을 걷거나 숲속 나무 아래 앉아 있기만 해도 누구나 편안함을 느낀다. 숲은 스트레스를 없애주고 좋은 에너지를 채워준다. 주말이나 휴가 때면 ‘자연으로 떠나 볼까’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이유다. 몸과 마음을 제대로 치유하도록 도와주는 산림치유지도사가 있는 ‘치유의 숲’을 체험해 봤다.
■피톤치드 맡고, 맨발로 걷고, 명상하고
‘치유의 숲 프로그램 참가 땐 긴팔 차림의 편한 복장으로 운동화나 등산화 착용, 체험 2시간 전부터 카페인 섭취 자제.’
경남 창원시 진해구 장복산 아래 ‘창원 편백 치유의 숲’ 프로그램 안내 사항이다. 창원 편백 치유의 숲은 30~40년생 편백 숲으로, 치유센터와 숲 체조장, 명상장, 풍욕장, 덱 길을 갖추고 있다. 치유센터에는 건강측정실, 발물치유실, 황토열치유실, 향기치유실 등이 있다. 산림치유 프로그램으로 △64세 이하 성인·직장인 대상 ‘쉴숲’ △초등학생 가족 대상 ‘맘숲’ △65세 이상과 장애인을 위한 ‘활력숲’ △초·중·고교생을 위한 ‘놀숲’ 등을 운영 중이다. 그중 토·일요일 진행하는 ‘맘숲’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프로그램 내용은 천연비누 만들기, 숲속 걷기, 숲속 체조와 명상, 족욕이다.
“편백잎을 증류해서 만든 편백 워터로 비누를 만들어 볼게요. 치자·백년초·레몬그라스·쪽 가루 중에서 원하는 걸 넣으세요. 비누 베이스와 글리세린, 편백 오일을 넣고 잘 저어줍니다.” 편백 오일을 똑똑 떨어뜨리자 편백 향이 은은하게 퍼진다. 몸과 마음이 스르르 풀린다. 벚꽃 모양 비누 몰드에 비누액을 부어 두고 숲으로 향했다.
먼저 만난 숲은 소나무 숲이다. 소나무는 대한민국 국민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 산림청의 ‘산림에 대한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1991년부터 올해까지 소나무는 한 번도 ‘인기 1위’를 놓친 적이 없다. “이 숲에서 같은 모양으로 자라는 소나무가 있을까요? 소나무는 사람들처럼 제각기 멋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오늘 햇빛을 많이 받아서 나무가 기분이 좋은가 봐요. 제 눈에는 춤추는 것처럼 보이네요.” 산림치유지도사의 지도로 눈을 감고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춤추는 소나무가 내놓는 피톤치드를 듬뿍 마시는 시간을 가졌다. 피톤치드는 침엽수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
덱 길을 지나 편백숲으로 들어갔다. 편백 아래 자라는 차나무가 초록 기운을 더한다. 숲속 체조장에서는 신발과 양말을 벗고 맨발이 됐다. “아, 시원해.” 아이들은 발바닥이 아프지도 않은지 웃으며 뛰어다닌다. 아이들 키만 한 기다란 막대기를 하나씩 들고 스트레칭을 한다. 두 손에 쥐고 하늘을 향해 뻗고 땅으로 내리고 왼쪽 오른쪽으로 돌리고…. 상쾌한 숲 바람을 맞으며 온몸을 시원하게 푼다. “막대기를 등 뒤에 대고 한 손은 머리 쪽, 다른 한 손은 꼬리뼈 쪽에서 잡아 보세요. 천천히 막대기를 내렸다가 올립니다. 컴퓨터와 스마트폰 탓에 구부정해진 목과 척추를 바로잡는 동작입니다.”
다음은 나무 한 그루를 다 같이 둘러싸고 막대기를 세워 놓고 옆으로 이동하기 놀이. 막대기를 잡지 못하고 쓰러뜨리면 탈락한다. “다른 사람을 배려한다고 잡고 있던 막대기를 잘 놓지 못하면 내 것을 못 잡아요. 놓아야 할 때는 미련 없이 놓는 게 필요합니다.” 어른들이 고개를 깊게 끄덕인다. 맨발 체조를 끝내고 다시 양말과 신발을 신으니 신기하게 몸이 가뿐해진 게 느껴진다.
숲 활동의 마지막은 명상이다. 아직 모기가 있어 명상장에 모기장을 치고 누웠다. 한들한들 바람에 날리는 나무와 파란 하늘, 흰 구름이 영화처럼 펼쳐진다. 누워서 하늘을 올려다볼 일이 잘 없으니 색다른 눈맛이다. 마음이 차분해지자 자연의 소리가 크게 들려온다. 새 소리와 곤충 소리, 바람 소리 등 자연의 소리는 휴식과 회복을 담당하는 부교감신경계를 활성화한다. “들이쉬고 내쉬는 숨을 느껴 보세요. 나의 들숨은 나무와 풀이 내뿜은 날숨이고, 나의 날숨은 숲에겐 들숨이 되겠지요. 숲과 함께하는 호흡입니다.”
다시 치유센터로 돌아와 뜨끈한 물에 편백 워터를 붓고 족욕으로 숲 치유를 마무리했다. 2시간 30여 분 동안 비누는 단단히 굳어 있었다. 몸과 마음도 조금은 단단해지지 않았을까.
■산림교육과 치유에 중점을 둔 치유의 숲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미 2010년에 부신피로증후군을 ‘21세기증후군’으로 표현하며 공식적인 질병으로 인정했다. 부신은 콩팥 위에 붙어 있는 내분비기관으로 감염이나 면역 질환을 예방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과도한 노동이나 스트레스에 시달리면 부신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며, 이것을 부신피로라고 한다. 만성피로증후군 환자의 3분의 1 이상이 부신피로를 가지고 있다. 스트레스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질환이 된다는 말이다.
산림치유는 숲이 가진 다양한 요소를 활용해 인체 면역력을 높이고 신체·정신적 건강을 회복하는 활동을 말한다. 산림을 이루고 있는 녹색은 눈의 피로를 풀어주고 편안함을 준다. 나무가 해충과 상처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내뿜는 피톤치드는 염증을 완화하고 쾌적감을 느끼게 한다. 또한 숲에는 일상생활에서 산성화되기 쉬운 신체를 중성화하는 음이온이 많이 존재한다. 산림에서 듣는 소리는 넓은 음폭의 ‘백색’ 특성이 있어 몸과 마음이 편안해진다.
산림교육이나 치유에 중점을 둔 숲에는 숲체원, 산림치유원, 산림교육센터, 치유의 숲 등이 있다. 숲체원은 산림청 산하의 한국산림복지진흥원이 관리하는 국립기관이다. 영주와 예천에 국립산림치유원이 있고, 칠곡·청도·대전 등 전국 7곳에 숲체원이 있다. 치유의 숲은 산림치유지도사가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숙박시설은 없다. 산림치유지도사는 산림을 활용한 치유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지도하는 국가 자격 전문가이다. 국공립 치유의 숲은 전국 총 38곳이며, 부산과 경상권에는 대운산·김천 국립 2곳, 부산·창원·합천 등 공립 7곳이 있다. 치유 프로그램의 이용료는 대부분 성인 1만 원 선이다.
부산 기장군 철마면의 ‘부산 치유의 숲’은 방문자센터, 숲문화센터, 힐링로드, 숲속 치유마당, 숲 명상터, 태교숲터를 갖추고 있다. 산림치유 프로그램으로 △직장인 대상 ‘쉬어보입시the 숲’(3~12월 수·토요일)과 ‘들어보입시the 숲’(7~8월, 12월) △장애인·취약계층 대상 ‘같이하입시the 숲’(3~12월, 목·금요일) △임신부 대상 ‘마주보입시the 숲’(5·10월) △고령자·경도인지장애자 대상 ‘단디하입시the 숲’(3~7월, 9~11월)을 운영 중이다. 부산시 통합예약시스템을 통해 예약하면 된다. 참가비는 없으며 선착순이다. 입장료가 없으니 치유의 숲을 자유롭게 즐겨도 좋다. 대부분 완만한 길이라 유아와 노약자도 수월하게 걸을 수 있다.
“아름다운 숲을 걷는 것만큼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약은 없다.” 일본 의과대학 의학박사 칭 리가 숲의 치유 기능을 설명한 책 <자연치유: 왜 숲길을 걸어야 하는가>의 한 구절이다.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