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EU에 “탄소배출 규제대상 확대 신중” 서한 전달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유럽연합(EU)에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수정안의 규제품목 확대를 신중히 고려해달라는 내용을 담은 건의 서한을 전달했다고 28일 밝혔다.
CBAM은 EU가 제품을 수입할 때 제품의 탄소 함유량에 EU ETS(탄소배출권거래제)와 연동된 탄소 가격을 부과해 징수하는 조치로 수출기업에는 일종의 추가 관세로 작용한다. EU는 내년 1월부터 CBAM 시범운영을 개시해 2025년 전면 도입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최근 EU 의회를 통과한 CBAM 수정안이 초안보다 규제품목이나 범위가 확대되면서 한국 등 수출 비중이 큰 국가들의 피해가 예상된다.
전경련에 따르면 CBAM의 규제품목은 초안에서 철강, 알루미늄, 비료, 시멘트, 전력 등 5개였지만 수정안에서 유기화학품, 플라스틱, 수소, 암모니아 등 4개가 추가돼 총 9개로 늘었다.
또 수정안은 제품을 생산하는데 필요한 전력 사용에서 발생하는 간접배출도 규제대상으로 삼았다.
전경련은 이와 관련, “석유와 가스 등 화석연료를 정제하거나 생물원료에 기반한 유기 화학품까지 일률적으로 규제대상으로 삼는 것은 탄소중립 정책목표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예외 조항 적용 등 규제품목 선정기준 세분화가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전경련은 이러한 서한은 로베르타 메촐라 EU 의회 의장, 크리스티안 실비우 부소이 EU 의회 산업·연구·에너지위원회 위원장 등에 전달했다.
CBAM과 관련해 전경련이 EU에 건의 서한을 발송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전경련은 작년 7월 EU 집행위원회의 CBAM 초안 발표 시 “EU와 같은 배출권거래제를 운영하는 한국은 CBAM 적용 면제국으로 지정돼야 한다”고 건의했다.
그런데 이번에 확정된 EU 의회의 수정안은 기존 집행위원회의 입법안보다 규제가 오히려 강화됐다. 먼저 규제품목의 수가 당초 철강, 알류미늄, 비료, 시멘트, 전력 등 5개에서 유기화학품, 플라스틱, 수소, 암모니아 등 4개가 추가돼 9개로 늘어났다. 또한, 의회 수정안에서는 제품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직접배출(스코프1)뿐만 아니라, 제품을 생산하는데 쓰이는 전력사용에서 발생하는 간접배출(스코프2)까지 규제대상의 범위를 확대했다.
당장 내년 1월부터 CBAM 시범운영 개시가 계획돼 있는 만큼, EU CBAM 최종안은 조만간 집행위원회, 의회, 이사회 간의 삼자협의를 거쳐 빠르면 10월 중에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미국도 EU CBAM과 유사한 탄소통상규제를 준비하고 있다. 올해 6월 미국 상원은 미국식 탄소국경조정제도인 ‘청정경제법안’(이하 CCA)을 발의했다. CCA는 석유화학제품 등 12개 수입품에 대해 탄소 1톤 당 55달러씩 일괄적으로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11월 미국 중간선거라는 변수는 있지만 최근 경제안보 국면에서 미국 우선주의가 강조되는 만큼, CCA 입법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중요 수출시장인 미국과 EU에서 탄소통상규제가 본격화된다면 우리 기업들의 피해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경련 유환익 산업본부장은 “주요 선진국들이 탄소중립을 명분으로 보호주의를 강화하려는 이른바 ‘녹색보호주의’가 현실화되고 있어, 제조업・수출중심의 한국 경제에는 앞으로 큰 난관이 예상된다”면서 “탄소통상 문제는 개별기업과 민간단체 차원에서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정부도 선제적으로 대응해 다가올 탄소통상시대에 우리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