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 지역균형발전 위해 더 노력하겠습니다”…문화훈장 받는 조일상 전 부산시립미술관장

천영철 기자 cyc@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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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울산·경남 예술인 최초 ‘보관 문화훈장’

시립미술관장 등 역임, 전시예술 기틀 다져

‘이우환 공간’ 등 건립, 부산 위상 격상 평가



“수도권 무조건 우대하는 분위기 개선해야

지역 자긍심 높이는 지원 더 많아졌으면”

부산·서울 개인전, 현대조형미술 작업 매진

부산, 울산, 경남 최초로 보관 문화훈장을 받는 조일상 전 부산시립미술관장. 강선배 기자 ksun@ 부산, 울산, 경남 최초로 보관 문화훈장을 받는 조일상 전 부산시립미술관장. 강선배 기자 ksun@

“무척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지역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많은 작가들의 헌신적인 공로 덕분에 과분한 상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문화 분야의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더 많이 노력하겠습니다. ”

조형작가인 조일상(76) 전 부산시립미술관장이 보관 문화훈장을 받는다. 조 전 관장은 21일 국립중앙박물관 대강당에서 행정안전부 주최로 열리는 문화훈장 시상식에서 보관 문화훈장을 수상한다. 정부는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한 공로가 지대한 문화예술인을 발굴해 문화훈장을 수여하고 있다. 부산·울산·경남지역 예술인이 보관 문화훈장을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 전 관장의 서훈은 동남권 문화계에서도 고무적이면서도 의미있는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동안 지역 문화예술인들이 수도권보다 상대적으로 정부 포상에 소외되고 있다는 여론이 높았기 때문이다. 이번 서훈을 계기로 지역 문화·예술인들에 대한 한층 균형적인 평가와 대우 조치가 이어져야 한다는 지적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조 전 관장도 국가 균형발전과 지방분권 측면에서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성과를 정확하게 평가해 공정하게 예우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 전 관장은 현재도 활발한 창작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최근 부산 해운대 리빈갤러리에서 ‘생명-투 비’라는 주제로 개인전을 개최했다. 목재와 청동 등 다양한 소재로 작업한 조형 작품들을 통해 오랜 세월 빚어온 자신만의 독특한 ‘조형 언어’를 선보였다. 그는 가래 등 한국의 전통 농기구 등을 소재로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결해 인간의 삶을 철학적으로 해석하는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조 전 관장은 서울 종로의 인사아트센터 4층에 자리한 부산갤러리에서도 19일부터 24일까지 개인전을 마련한다. 그는 경남 진주시가 2021년부터 해마다 개최 중인 진주전통공예비엔날레에 현재까지 예술감독으로 참여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활발하게 이어가고 있다.

조 전 관장은 부산 전시예술의 기틀을 다진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2006년부터 2015년까지 부산시립미술관장으로 재임하면서 다양한 시도로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시민과 함께 하는 미술관, 어린이미술관 개관 등 부산시립미술관의 정체성과 차별성을 확립하는 작업에 매진했다는 평가다.

특히 부산시립미술관에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예술가로 평가받는 이우환 화백의 상설 전시 공간을 건립한 것은 공립 미술관의 한계를 스스로 넘어서야 한다는 그의 미술행정 철학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우환 공간 건립을 위해 이우환 화백의 작품 기증과 부산시와의 조율 등을 이끌어내면서 부산시립미술관의 위상을 격상시켰다. 더욱이 부산시립미술관의 특성화를 위해 지리적으로 근접한 일본 미술전시계와 교류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등 부산미술의 국제교류에 매진한 것도 남다른 공적으로 꼽힌다. 부산미술협회 이사장으로 재직할 당시에는 현재 부산비엔날레의 모태인 부산국제아트페스티벌을 발족시킨 데 이어 부산현대미술관 건립을 적극 추진하기도 했다.

“예술의 세계에서 지역과 수도권의 구분은 무의미합니다. 하지만 수도권 작가를 무조건 우대하는 모순적인 분위기가 존재하는 것이 엄연한 현실입니다. 이런 점은 반드시 개선 되었으면 합니다. 열악한 환경에도 창작에 매진하는 지역 작가들의 자긍심과 정체성을 높여주는 다양한 지원도 더 많아졌으면 합니다.”

조 전 관장은 홍익대에서 조형미술을 전공한 뒤 1973년부터 2012년까지 동아대학교 예술대학 교수로 재직했다. 대한민국미술전람회 국전 추천작가, 국립현대미술관 운영자문위원장과 문화재청 무형문화재위원 등도 역임했다. 지난해에는 제64회 부산시 문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예술은 ‘시대를 앞서가는 압도적인 생각’을 구체화하는 일련의 정신 작업이라고 생각한다”며 “건강이 허락하는 한 앞으로도 한층 한국적이면서 미래지향적인 현대조형미술 작품을 선보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천영철 기자 cyc@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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