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도시재생” 시교육청 “신청사”… 서면 놀이마루 최상의 활용법은?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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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부전도서관과 묶어 사업 구상
소유주 교육청 동의 못 얻어 불발
청사 이전 계획 교육청과 엇박자
수천억대 사업에 상생안 찾아야

부산 부산진구 전포동 도심 중심부의 부전도서관(왼쪽 아래 초록색 지붕)과 길 건너 놀이마루 전경.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 부산진구 전포동 도심 중심부의 부전도서관(왼쪽 아래 초록색 지붕)과 길 건너 놀이마루 전경.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시교육청이 최근 서면 놀이마루로 청사 이전 계획을 밝히면서 해당 부지의 구체적인 활용 방안을 놓고 관심이 쏠린다. 부산시는 놀이마루와 부전도서관을 묶어 교육문화복합시설을 조성하는 도시재생사업을 구상 중인 가운데 수천억 원이 투입될 대형 사업이 시민 공감대를 얻으려면 양 기관이 머리를 맞대 ‘시민을 위한 밑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폐교 뒤 더 인기 ‘알짜땅’

부산 부산진구 전포동 번화가에 위치한 청소년창의체험시설인 놀이마루는 부산지역 폐교 부지 중 유일하게 도심 중심부에 위치한 노른자위 땅이다. 평지·역세권 등 장점이 많아 2013년 임혜경 전 교육감 시절부터 청사 이전 부지로 거론됐고, 2018년 김석준 전 교육감 때도 현 청사의 노후화와 낮은 접근성 등을 이유로 장기 과제로 검토하기도 했다.

면적만 1만 4000㎡에 달하는 해당 부지는 2013년 부산중앙중학교가 정관신도시로 이전한 뒤 1년가량 현 국립부산과학관의 대체시설인 ‘궁리마루’로 임대되다 2016년 9월부터 놀이마루로 재개관했다.

앞서 부산시는 국토부의 도시재생사업(혁신지구 국가시범지구)을 염두에 두고 시교육청 소유인 놀이마루 부지와 바로 옆 부전도서관을 연계 개발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국토부의 2022년 도시재생사업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혁신지구 부문의 경우 신청 대상지 규모가 1만㎡ 이상이어야 하는데, 부전도서관(4112㎡)과 놀이마루(1만 4273㎡)를 합하면 1만 8000여㎡로 요건을 충족한다.

이에 시는 올 7월 예비대상지 접수를 하고, 9월 말 국토부 관계자와 함께 시교육청을 방문해 혁신지구 사업을 설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부지 소유주이자 청사 이전을 구상 중인 시교육청의 동의를 얻지 못해 지난달 24일까지 마감인 올해 사업은 신청조차 하지 못했다.

부산시는 도시재생 혁신지구 사업에 교육청사 등 교육업무복합시설도 가능하다는 국토부 협의 결과에 따라 내년도 사업 신청을 위해 시교육청과 협의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5~10년 뒤를 내다보면 교육청사뿐만 아니라 학생·시민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을 추가해 교육문화복합 거점시설로 개발하는 방안이 부지 활용도를 높이고 교육청사 이전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 3월 착공해 2024년 완공 예정인 서울시교육청 신청사 조감도. 서울시교육청 제공 올 3월 착공해 2024년 완공 예정인 서울시교육청 신청사 조감도. 서울시교육청 제공
올 3월 착공해 2024년 완공 예정인 서울시교육청 신청사 내부도. 서울시교육청 제공 올 3월 착공해 2024년 완공 예정인 서울시교육청 신청사 내부도. 서울시교육청 제공

■키 쥔 시교육청, 손 내밀까

현재로선 놀이마루 일대 개발의 방향키는 부지 소유주인 시교육청이 쥐고 있는 상황이다. 시교육청의 계획은 놀이마루에 들어설 신청사와 길 건너 부전도서관, 인근 글로벌빌리지(영어도서관) 등을 묶어 ‘교육복합벨트화’한다는 구상 정도만 나온 상태다. 신청사 규모는 지하 5층~지상 16층(연면적 10만 8800㎡)으로, 건립비만 3300억 원가량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2024년 상반기까지 교육부 중앙투자심사와 도시계획시설변경 등 준비단계를 마치고, 설계와 착공을 거쳐 2030년께 청사 이전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갑작스러운 청사 이전 계획 발표로 시의회 패싱 등 논란을 빚은 시교육청은 우선 ‘청사 이전 타당성 조사 용역’ 등 공식 절차부터 밟겠다는 입장이다. 내년도 본예산으로 신청한 용역비(4000만 원)가 올 12월 시의회를 통과하면, 청사 이전 추진단을 구성하고 기본계획 수립과 타당성 용역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르면 내년 6~7월께 나올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시의회 설명회와 대시민 공청회를 열고, 재원 확보 방안 등을 놓고 부산시와도 본격적인 협의에 나설 방침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아직 타당성 조사 용역도 시작하지 않았기 때문에 구체적인 개발 방향과 도입 시설에 대해 논하기는 한참 이르다”면서도 “부산시가 제안하는 혁신지구 사업과 연계한 청사 이전도 대안이 될 수 있고, 앞으로 협의를 통해 충분히 상생 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양 기관의 놀이마루 개발 구상이 현실화하기까지 많은 절차가 남았지만, 수천억 원대 예산이 투입되는 대형 사업인 만큼 시민사회의 공감대를 얻는 작업을 게을리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부산보다 앞서 청사 이전을 추진하며 시민·학생들을 위한 열린 공간을 적극적으로 마련한 서울시교육청의 사례는 눈여겨 볼 만하다. 서울 용산구 옛 수도여고 부지에 올 3월 착공해 2024년 완공될 서울교육청 신청사는 마을길과 1층 로비를 직접 연결하는 등 마을결합형 공공청사 개념을 도입했다. 또 저층부에는 컨벤션센터·북카페 등 다양한 교육주체가 어울릴 수 있는 허브공간이 들어선다.

지역교육계 한 인사는 “교육청사 이전에 타당성이 있더라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시민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그럴수록 사전에 충분한 협의를 통해 ‘교복 입은 시민’인 학생을 중심에 두고 공간을 구성하는 등 시민과 함께 가는 방향으로 호응을 얻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부산 부산진구 전포동 도심 중심부에 자리한 부전도서관(왼쪽)과 놀이마루 전경.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 부산진구 전포동 도심 중심부에 자리한 부전도서관(왼쪽)과 놀이마루 전경. 김종진 기자 kjj1761@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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