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부산 먹는 물 이대로는 안 된다
최소남 전 부산시 여성단체협의회장·맑은물 부산범시민대책위원회 상임대표
‘물에 빠진 사람 지푸라기라도 잡는다’라는 말이 있다. 연일 쏟아지는 부산 물 문제를 다룬 보도를 보다 보면, 무슨 해결 방법이 없을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다.
전국 암 발생률 1위, 전국질병률 1위라는 뉴스를 보며, ‘왜 이럴까? 아마도 부산 물 때문이 아닌가?’라고 되뇌었다. 1991년 구미공단 페놀 유출사건 이후 30여 년 동안 꾸준히 정부를 향해 인간이 살아가는 데 가장 기본권이라 할 수 있는 먹는 물만큼은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물을 먹을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부산 물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갓난아이가 엄마의 가슴에 파고들어 젖줄을 삼키듯, 부산시민은 낙동강에 호수를 묻어놓고 하루 100만t이라고 하는 생명수를 뽑아내고 있다. 그 원천인 낙동강 원수는 온갖 난분해성 폐수와 오염물질에 뒤엉켜 독조를 품고 매일매일 조금씩 죽음의 강으로 잠식당하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 2002년 ‘낙동강수계 물관리 및 주민지원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됐다. 낙동강 특별법은 크게 3가지로 수변구역지정, 오염총량제도입, 상수원수질개선 및 규제주민에게 지원하는 ‘물이용부담금’이다. 부산시민은 수도요금 1t 당 첫해 100원을 시작으로 현재 170원, 1년에 510억 원, 20년간 8400억 원이 넘는 부담금을 지불했다. 하지만 여전히 부산시민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물이 없다. 2008~2012년 5년 사이 낙동강수계에서만 71건(연평균 14.2건)의 크고 작은 수질오염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기록됐다. 부산시민의 염원과 간절함이 담긴 8000억 원이 넘는 돈은 어디에 갔을까?
2002년 낙동강특별법을 만들 당시 구미, 대구성서공단 등 상류지역 101개 공단과 6000여 기업체였던 것이 2019년 264개 공단에 1만 7156개의 기업체가 진입해 오염원을 더 상승시키는 꼴이 됐고, 앞으로 31개 단지가 설립계획 중이라고 한다.
두 번째로 더 놀라운 것은 낙동강 특별법중 오염총량제이다. 오염총량제란 낙동강원수에 권역별 총오염기준을 정해 안전한 맑은 물을 유지하자는 뜻이다.
현재 낙동강특별법 오염총량제규제속에 BOD, 즉 생화학적 산소요구량과 T-P 총인만 규제를 하고 있다. 1만 7000여 업체에서 쏟아져 나오는 공장폐수 즉 COD 화학산소요구량에 대해서는 기준 자체도 없이 낙동강으로 쏟아내고 있다. 세계 어느 나라에도 이러한 폐수를 걸러서 국민에게 먹이는 나라는 없다고 한다. 이래서 부산시민의 수명이 전국에서 가장 짧을까?
2026년부터는 낙동강원수 검사체계를 TOC로 전환한다고 하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신기술, 신제품, 신공장들이 들어서면서 수만 가지의 신종 미량유해화학물질들이 또다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부산시에서 운영하는 덕산, 화명정수장에서는 279개 품목을 검사하고 있지만, 이 또한 낙동강 오염상태를 생각한다면 턱없이 부족하다고 본다.
올 여름 강의 모습을 빼앗아버린 녹조는 ‘독조라테’로 자리 잡았다. 인근 올레길을 향하던 발길을 녹조가 뿜어내는 썩은 냄새들로 돌려야 했다.
해맑게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마음 놓고 먹일 수 있는 물은 어디에 있는가. 아이를 키운 엄마의 마음으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다. 배불리 먹을 수 있도록 경제를 살려놓았더니, 살아난 경제 덕분에 잘 먹고 잘 마셨더니, 이것이 암 덩어리로 축적되고 질병의 씨앗으로 우리 몸속에서 자라난 것은 아닐까. 맑은 물을 넘겨주지 못하는 일이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지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