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수술하면 더 나빠지고 결국 재발한다는 말은 사실 아냐"
척추 디스크로 통증 심할 땐 소염 진통제나 신경 차단 주사로 염증 가라앉히고 통증 완화
보존적 치료에도 호전 없으면 추간판 제거 수술 고려…마비 없으면 통상 수술까지 가지 않아
수술하면 통증 완화 효과 빠르고, 재발이나 합병증은 비수술 환자와 차이 없어
척추는 우리 몸의 무게를 지탱하면서 주요 골격을 유지해주는 대들보다. 하지만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잘못된 자세로 앉아 지내면서 운동 부족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척추 질환은 고질병과도 같다. 10명 중 8명은 평생 한 번 이상 허리통증으로 고생한다는 통계도 있다. 특히 요즘처럼 아침저녁으로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는 시기에는 찬바람에 근육이나 인대가 경직된 경우가 많아 척추 건강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 인제대학교 해운대백병원 척추센터 최병완 교수에게 대표적인 척추 질환의 증상과 치료에 대해 물어봤다.
-척추 디스크는 왜 생기나?
“정상 척추 디스크는 20대 이후 퇴행성 변화로 안쪽 수핵은 탄력성이 떨어지고 바깥쪽 연골은 퍼석해 지면서 균열 및 파열이 발생하다. 이 때 연골에 균열이 생기고 찢어지면 염증이 생기면서 요통과 엉치, 허벅지, 다리 등에 무지근한 연관통이 동반 될 수 있다. 더 진행하여 찢긴 틈으로 안쪽 수핵이 빠져나와 척추 신경을 누르면 찌르거나 베는 듯한 방사통이 엉치, 하지로 생기고 걷기도 힘들어진다. 이때가 흔히 얘기하는 디스크 증상이다.”
-치료는 어떻게 하나?
“연골이 찢어지면서 생기는 염증은 시간이 가면 가라앉는다. 우리가 피부에 상처가 생기면 처음에 빨갛게 부어오르다가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호전되는 것과 같다. 하지만 연골 자체가 여러 군데 찢어지거나 전반적 상태가 안 좋으면 빨리 호전이 안 되고 재발할 수 있다. 치료는 염증이 가라앉고 찢어진 연골이 더 자극되지 않도록 안정화시키는 것이다. 염증을 가라앉히기 위해서 소염 진통제를 먹거나 신경 차단술 등의 주사를 맞을 수 있고, 안정을 위해서는 움직임을 줄이고 보조기를 단기간 착용할 수 있다. 또 통증을 줄일 수 있도록 약물과 물리 치료 등을 시행할 수 있다.”
-소염 진통제는 치료 효과는 없이 통증만 못 느끼게 하는 것 아닌가?
“아니다. 디스크가 터지면 터진 연골로 염증 세포가 나오고 신경이 눌려 방사통이 생긴다. 두 가지가 같이 있을 때 통증이 생긴다. 동물 실험에서 신경만 당겼을 때는 통증이 없다가 당김과 동시에 디스크에 바늘로 구멍을 뚫어 염증 물질이 나오게 하니 특징적 방사통이 나타났다. 결국 둘 중 하나를 없앤다면 증상이 좋아진다. 누르는 디스크는 수술이 아니면 바로 제거할 수 없으니 동반되는 염증을 가라 앉혀 증상을 좋아지게 하는 게 좋다. 소염 진통제나 항경련제 등은 염증을 줄여 통증을 완화 시키는 작용을 한다.”
-수술은 언제 하나?
“터진 디스크가 신경을 심하게 누르더라도 근력이 계속 떨어지거나 대소변 장애 등의 마비가 없으면 약물, 주사 등의 주사 치료를 6주 정도 해본다. 충분한 보존적 치료에도 통증 호전이 없는 경우 수술을 시행할 수 있다. 경험상 디스크 탈출의 경우 마비가 있어 수술하는 경우가 7 명이면, 통증이 지속되어 수술하는 경우가 3 명 정도 된다. 마비 환자가 많다는 게 아니라 마비가 없으면 대부분 수술까지 가지 않는다는 얘기다. 수술은 대개 탈출된 추간판을 제거하는 간단한 수술로 내시경이나 현미경을 이용한다.”
-협착증은 디스크와 어떻게 다른가?
“협착증은 디스크 파열보다 퇴행성 변화가 진행된 나이인 50대나 60대 이후 발생한다. 협착증은 협착이라는 말 그대로 신경이 내려오는 관이 좁아진 것이다. 튀어나온 디스크, 두꺼워진 인대, 후관절 부위의 관절염 등이 앞뒤, 옆에서 동시에 누르면서 관이 좁아진다. 허리와 엉치 통증이 있어 오래 걷다 보면 엉덩이 뒤로 쏟아지는 통증 때문에 쉬었다 가야 하는 증상이 특징적이며 마비를 동반한 경우는 많지 않다.”
-협착증은 어떻게 치료하나?
“문헌에 따르면 협착증의 3분의 1은 좋아지고, 3분의 1은 계속 유지되고, 3분의 1은 악화된다고 하는데 경험상 저절로 좋아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기본적으로 안 아프게 투약이나 주사 치료, 물리 치료를 할 수 있다. 이런 보존적 치료로도 효과가 없고 생활이 안 될 정도로 불편하면 수술을 시행할 수 있다. 좁아진 부위가 약물이나 주사로 넓어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협착증은 뼈가 같이 자라난 경우가 많아 환자에 따라 단순히 누르는 것만 제거하는 것부터, 디스크, 관절, 인대를 많이 제거해야 해서 불가피하게 나사를 박아야 하는 경우 등 다양하다. 수술 여부를 결정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의 통증과 불편한 정도다.”
-척추 수술은 절대 하지 말라는 얘기가 있는데?
“안 할 수 있으면 안 하는 게 맞다. 암이나 심장 질환 같이 생명에 영향을 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간혹 허리 수술을 하면 나중에 재수술을 할 가능성이 높아지거나 다른 부위의 병이 생기기 때문에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데, 사실이 아니다. 척추 디스크의 원인으로 유전적 요소가 강하다. 결국 허리가 약하게 태어났고 거기에 본인의 평소 자세, 직업 등의 환경이 영향을 주기 때문에 디스크 하나가 안 좋은 분들은 다른 디스크도 거의 다 안 좋다. 결국 기존에 문제가 있어서 탈이 나는 것이지 수술을 해서 생기는 것은 아니다. 그간 수술 한 환자와 안 한 환자를 비교한 여러 연구를 보면 수술 후 2년, 4년, 10년에 두 그룹 간 차이가 없었다. 단지 수술한 경우 초기에 통증 완화 효과가 더 좋았다. 뒤집어 말하면 수술을 하지 않아도 시간이 많이 지나면 수술한 정도로 통증이 없어진다는 얘기다. 반면 수술을 하면 통증 완화 효과가 빠르고, 일각의 우려와는 달리 재발이나 합병증 등에서 수술 안 한 환자와 별 차이가 없었다.”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