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가격폭락한 쌀, 단감 소비 확대 위해 발효식품 개발”
맑은내일(주) 박중협 대표이사
창원·창녕 기반 주류 제조업체
증류식 ‘빛소주’·단감와인 개발
내년 발효체험 등 복합문화공간 오픈
“과잉생산으로 가격이 폭락하는 쌀과 단감을 술과 음료 등 발효식품으로 가공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경남 창원시 성산구 귀산동에 위치한 맑은내일(주) 박중협(48) 대표이사는 최근 수확 철을 맞아 쌀값 폭락으로 고통받는 농민을 먼저 생각한다.
이 회사는 경남 창원과 창녕을 기반으로 하는 향토 주류 제조업체다. 주로 막걸리와 증류식 소주 등 쌀을 발효시켜 술로 만든다. 이 회사가 소비하는 쌀은 월 25t, 연간 소비량은 300t이 넘는다. 쌀 구매처는 창녕과 창원, 의령, 밀양, 합천 등 경남지역이다.
박 대표는 “전국적으로 쌀 소비량이 줄면서 가격이 1년 전보다 kg당 2000원 정도 내려가는 등 가격 폭락으로 농민들이 힘들어한다”며 “쌀 소비를 확대하는 차원에서 막걸리는 물론, 최근 수요가 늘고 있는 증류식 소주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일본의 주류 트렌드가 증류주로 넘어가는 것을 보고 한국에서도 희석식 대신 전통 방식의 증류식 소주가 각광받을 것으로 예측했다. 증류식 소주는 원재료인 쌀과 누룩을 섞어 발효시켜 생성된 알코올을 증류해 만드는 방식인 만큼, 쌀 소비 확대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가 증류식 소주 개발에 뛰어든 건 10여 년 전이다. 당시 한국에선 증류식 소주에 관심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그는 공장에 증류기를 들여놓고 개발에 매진했다. 10여 년간 노력 끝에 ‘빛소주’라는 브랜드로 증류주 개발에 성공했다. 소주는 출시 한 달여 만에 누적 판매량 10만 병을 돌파했다. 빛소주는 편의점을 중심으로 2030 소비자 구매 비율이 84.5%에 달할 정도로 젊은 세대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러한 판매 확대로 맑은내일은 경남지역 쌀 소비량을 연간 300t에서 내년부터 600~900t까지 늘릴 방침이다.
박 대표는 창원과 창녕지역 대표 농산물인 단감에도 관심을 돌렸다. 매년 과잉생산된 단감으로 인해 농민들이 힘들어하는 뉴스를 보고 2008년부터 단감와인 개발에 나섰다. 2021년 출시한 ‘단감명작’이란 제품은 적절한 당도와 가벼운 산미가 어우러져 맛과 향이 강하지 않은 화이트 와인이다. 이 때문에 애주가가 아니더라도 식전주로 가볍게 즐기는 상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박 대표는 “판매량이 느는 만큼, 쌀과 단감 소비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생긴다”고 말한다.
박 대표는 뿌리부터 쌀, 발효식품 가공 등과 무관하지 않다.
박 대표의 할아버지는 1945년 창원시 의창구에서 정미소와 술도가를 창업했다. 이후 아들과 손자(박 대표)에 이르는 77년 전통의 주류업체로 발전했다. 그는 대학과 대학원에서 농화학을 전공하면서 발효에 관해 공부했다. 이후 주류기업인 국순당과 무학 등에서 전통주 개발을 담당했다. 그는 2006년 회사를 그만두고 아버지에게 양조장을 물려받았다. 체계적으로 발효공학을 배운 박 대표는 막걸리만 만드는 양조장이 아니라 소주와 청주, 와인은 물론 건강즙, 음료까지 제조 품목을 넓혔다. 이제는 양조장에서 출발한 주류업체가 아니라 발효식품 전문회사나 다름없다.
박 대표는 “역사는 77년 됐지만, 그동안 제조에 포커스를 두고 성장했기 때문에 ‘맑은내일’이란 브랜드를 알리는 데 소홀했다”면서 “내년 초 역사관, 발효체험 교육장, 제품전시 판매 시음장, 커피숍, 빵집, 음식점, 파티룸 등이 한 건물에 들어가는 복합문화공간을 오픈해 소비자와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김길수 기자 kks66@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