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R·고금리 여전… 대출 규제 완화 “효과 제한적”
15억 초과 고가 아파트 주담대 허용
규제지역 내 1주택자 LTV 완화 등
침체한 주택 거래시장 활성화 조치
금융권 “DSR 규제·금리 인상 영향
고액연봉자 등 혜택 국한적일 것”
정부가 대출 관련 금융규제를 대폭 완화하기로 함에 따라 주택·가계대출 시장이 되살아날지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침체한 주택 거래 시장을 정상화하고 실수요자의 자금 마련을 돕겠다는 것이 정부의 정책 취지다.
하지만 금융권에선 규제가 풀리더라도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여전한 상태인 만큼 그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대출금리도 치솟은 상태라 규제 완화의 혜택이 고액연봉자 등에 국한될 것이란 지적이다.
정부는 지난 27일 대통령 주재 ‘제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부동산 대출규제 단계적 정상화 방안’을 보고했다.
구체적으로 시가 15억 원 초과 아파트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허용하고, 규제지역 내 1주택자·무주택자의 LTV(담보인정비율) 규제 상한을 50%로 완화하기로 했다. 현재 투기과열지구 내의 15억 원 초과 아파트는 주담대가 금지돼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 과열됐던 부동산 투자심리를 억누르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내년 초에 해당 제도를 폐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또 기존에는 규제지역 내 LTV 규제가 무주택자는 20~50%, 1주택자는 0%대로 차등 적용돼왔지만, 모두 50%로 단일화하기로 했다.
대출 관련 규제가 상당 부분 완화됨에 따라 시장에서는 고가 아파트와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수요가 발생하며 주택시장에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규제가 풀리더라도 DSR 규제가 여전한데다 대출금리도 많이 오른 만큼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올해 하반기부터 총 대출액이 1억 원을 초과하면 은행권을 기준으로 DSR 40%를 적용받는다. DSR은 총소득에서 전체 대출의 원리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뜻한다.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총소득의 40%를 넘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규제 완화의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것은 연소득이 각 5000만 원, 1억 원인 사람이 서울의 한 아파트 35평형(전용면적 84.96㎡)을 살 때 시점별 대출한도를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해당 아파트의 경우 ‘차주별 DSR 40%’ 규제가 도입된 직후인 2019년 12월 말의 경우, 아파트 시세가 10억 원이면 5000만 원 연봉자의 시중은행 주담대 가능 금액은 최대 3억 8000만 원이었다.
이는 LTV 규제(9억 원까지 40%·9억 원 초과 20%)와 DSR(39.14%) 기준에 맞춘 대출 한도다. 하지만 30일 기준 같은 아파트를 매입하려고 은행을 찾아간다면, 받을 수 있는 주담대 2억 9400만 원에 불과하다.
약 2년 10개월 전인 2019년 말과 비교해 아파트 시세가 10억 원에서 14억 원으로 4억 원 오른 만큼 LTV 기준으로는 대출 한도가 늘어야 하지만, 오히려 9000만 원 가까이 깎인 셈이다. 주담대 금리가 올라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 상황이라면 내년도 LTV 규제가 50%로 완화된다고 해도 5000만 원 소득의 차주의 대출한도는 단 1원도 늘지 않는다.
반면 연봉 1억 원인 사람의 상황은 다르다. 같은 상황을 가정했을 때 30일 기준 대출 한도가 2년 10개월 전보다 8000만 원 늘어났다. 또 내년 LTV 규제가 50%로 풀릴 경우 추가로 4000만 원을 더 빌릴 수 있다.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치솟은 대출금리도 규제 완화 효과를 기대할 수 없게 만든다. 이미 시중은행의 주담대 최고금리는 연 7%를 넘어선 상태다.
특히 한은이 11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추가로 0.2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예고됨에 따라 연내 기준금리는 최소 3.25%에 달할 전망이다. 이 경우 주담대 금리는 약 14년 만에 8%에 근접하게 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DSR 규제가 있는 한 대출규제가 풀려도 혜택은 고액연봉자 등에 국한될 것”이라며 “대출금리도 치솟은 것도 규제 완화의 효과를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