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돋보기] 이카루스와 주식시장
여현일 하이투자증권 센텀지점 과장
현대미술의 거장인 앙리 마티스의 전시가 올해 7월부터 이달 31일까지 부산에서 열렸다.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 이어 부산문화회관 전시실에서 개최된 ‘앙리 마티스 라이프 앤 조이’전시에서는 판화와 드로잉, 그리고 아트북 ‘재즈’ 원본 등 200여 점에 달하는 오리지널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었다. 이번 전시는 그간 국내에서 열린 마티스의 단독전 중에서도 가장 큰 규모였는데 마티스의 대표작 중 하나인 아트북 ‘재즈’의 원본이 공개된 것으로도 주목을 받았다. 재즈 시리즈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은 ‘이카루스’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이카루스 신화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카루스는 하늘을 나는 자유로움에 빠진 나머지 점점 더 욕심을 내 태양 가까이 날아오르지만 밀랍으로 만든 날개는 녹아버리고 결국 이카루스는 추락하고 만다.
최근 주식시장의 흐름은 날개를 잃고 추락하는 이카루스의 모습과 닮았다. 워렌 버핏은 대중 앞에서 주가를 예측하는 문제에 대한 말을 삼가는 편이지만 IT버블 붕괴 수개월 전인 1999년 하반기에는 이례적으로 수차례 연설을 통해 “금리의 효과는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만유인력처럼 우리에게 지속적으로 작용합니다”고 경고했다. 그리고는 “만일 국채 이자율이 오른다면 다른 모든 형태의 투자 수익은 반드시 하향 조정됩니다. 다시 말해 이자율이 상승한 만큼 수익에 대한 기대치가 하락한다는 뜻입니다”고 덧붙였다. 버핏의 말처럼 지금은 높아지는 금리가 중력처럼 작용해 자산 가격을 끌어내리고 있는 국면이다. 제로금리 시대에 익숙한 자산들과 미처 헤어질 결심을 하지 못한 투자자들에게는 유독 힘든 구간이기도 하다.
마티스의 후기 대표작인 이카루스는 사실 붓이 아닌 가위로 만든 작품이다. 건강이 악화된 마티스는 붓조차 들지 못하고 누워 있어야만 했다. 하지만 그는 좌절하지 않고 자기가 처한 상황에서 쓸 수 있는 창작수단을 찾았다. 이카루스를 비롯한 아트북 ‘재즈’의 수록작은 종이를 가위로 오려 붙이는 ‘컷 아웃’기법을 활용한 것이다. 현명한 투자자라면 시장이 급락했다고 두 손 놓고 있을 것이 아니라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취할 수 있는 최선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마티스가 좌절하지 않고 가위를 들었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이카루스를 감상할 수 있는 것처럼 어려운 시장을 외면하지 않고 공부를 해둬야 훗날 성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수익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고 보유 중인 자산을 하나씩 점검하는 일부터 시작하면 좋을 것이다.